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옆에는 정청래 최고위원과 박홍근 원내대표. 2023.3.17(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옆에는 정청래 최고위원과 박홍근 원내대표. 2023.3.17(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1박2일 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후 귀국한지 하루만인 18일, 더불어민주당이 장외 규탄집회 총동원령을 발령함에 따라 여야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기를 앞세우면서 간첩전력자의 흔적을 함께 내걸어 국가관 논란에 스스로 불을 지른 모양새다. 바로 '신영복 글씨체'를 당 대표 슬로건에 내걸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전날인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결국 일본의 하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라고 주장했는데, 그의 발언과 별도로 당 백드롭에 신영복 글씨체가 내걸린 것이다.

민주당 회의실 중앙부에 내걸린 백드롭에는 대한민국 국기와 함께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지 말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백드롭은 통상 당의 슬로건이나 당 차원의 메시지를 압축한 1개의 문장 혹은 문구가 실리는데, 이 글씨체를 신영복 글씨체로 만들어 넣은 것이다.

故신영복 씨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의 중간책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따라 구속되어 대법원으로부터 혐의가 확정되어 무기징역으로 복역하다 20년만에 특별가석방 출소한 인물이다. 그 이후 성공회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6년 1월15일 세상을 떠났다. 1년만인 2017년 1월 1주기 추도사에 나선 인물은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는데, 훗날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 2016.1.15(사진=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18대 대선 당시 지지자에게 선물받은 '사람이 먼저다'가 적힌 목각을 들고 있다. 2012.12.12(사진=연합뉴스)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 2016.1.15(사진=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18대 대선 당시 지지자에게 선물받은 '사람이 먼저다'가 적힌 목각을 들고 있다. 2012.12.12(사진=연합뉴스)

그랬던 인물의 글씨체가 민주당 백드롭에 줄기차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1월1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도 신영복 글씨체가 담긴 백드롭이 등장했던 것(관련기사 : 더불어민주당, 계묘년 신년인사회부터 '신영복 글씨체(體)' 대국민 소개···논란 자초).

신영복 글씨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지난 2020년 3월3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한국문화정보원 등과 함께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글꼴파일(폰트) 71종으로 신영복글씨체(Tlab신영복체)가 포함된 '안심글꼴파일' 모음집을 30일 배포한다고 밝힌바 있다. 신영복 글씨체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무료 이용을 보장했던 것.

신영복 교수의 한글 손글씨 폰트가 무료로 배포된 시점은 그로부터 2년 전인 2018년 10월9일 제572돌 한글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영복 글씨체는, 그가 살아있던 시절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김민 교수에게 손글씨를 기증했는데 이때 김민 교수가 폰트개발 전문업체인 박윤정앤타이포랩에 무상양도하여 제작하면서 시작됐다.

타이포랩에 따르면 이렇게 개발된 신영복 글씨체는 '고인의 뜻을 기려'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한다는 의미에서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기증하게 됐다는 것. 신영복 글씨체는 'Tlab신영복체'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이력을 갖고 있는 글씨체를 기반으로 민주당은 백드롭을 비롯한 각종 당내 행사에서 신영복 글씨체를 사용하여 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3.17(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3.17(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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