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내년 총선부터 적용하기 위해 마련한 3개의 선거법 개정안이 ‘제밥그릇 키우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위원장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는 지난 17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최대 350명으로 증원하거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구 의석수를 감축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개정안 3개를 오는 27일 여야 국회의원 299명 전원 토론에 부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3개의 개정안 중 2개가+ 비례대표 의원 50명 증원안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개의 선거법 개정안 핵심=의원 정수 50명 증원 또는 수도권 지역구 의석 감축

윤석열 대통령이 제기했던 정치개혁과제인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은 여야 의원들에게 중요한 이슈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3개안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22일 정개특위에 제출한 것들이다. △소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2안)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3안) 등이다.

3개안의 공통점은 비례대표를 현행 전국단위에서 6개 권역별로 변경하고 인원수를 최대 50명 증원하는 데 있다. 1안과 2안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정원만 50명 증원하는 방안이다. 그럴 경우 비례대표 의석은 현행 47석에서 97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1안은 비례대표 투표로만 비례 의석을 결정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이다.

2안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2안은 현행 제도와 가장 유사하다. 비례대표를 6개 권역별로 나누고 인원만 50명 늘리는 것이다.

3안은 일정 인구 이상의 도시에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어촌지역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단 비례대표를 50명 정도 늘리기 위해 그 숫자만큼 지역구 의원수(253석)를 감축하는 방안이다. 특히 지역구 의원수가 많은 수도권 의석(121석)을 감축하는 내용이다. 또 1안과 마찬가지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채택했다.

민주당, 의원 수 증원하는 1안과 2안 선호...국민의힘 지역구 의석 감축하는 3안 선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수 전체를 최대 50명 증원하는 1,2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수도권 중심으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고 권역별 비례대표를 증원하는 3안을 채택하자는 기류가 강하다.

결국 국회의원 증원은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증원에 반대하면서 전국 지역구 의석의 47.8%를 차지하는 수도권 의석수를 줄이고 대신에 비례대표를 증원하자는 논리를 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선거법 개정의 흐름은 당초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0대 국회가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이라는 정치적 기형아를 낳는 것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게 정개특위의 출범 목적이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를 나누는 제도다. 전체 의석 300석 중에서 A 정당의 득표율이 10%일 경우 A 정당은 먼저 30석을 배분받는다. 이때 A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25명일 경우, A 정당은 먼저 확보한 25석을 제외한 5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장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게는 불리한 반면 정의당 등 소수정당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초과의석을 인정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전체 의석이 300석인데 득표율이 10%인 A정당은 30석을 배정받게 된다. 그런데 지역구 의석에서 이미 40석을 얻을 수 있다. 이 때 10석의 초과의석을 인정받게 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연동률을 조정해 초과의석 문제를 방지하는 제도이다. 연동형에서 비례대표로 가져가야 할 의석이 10석이라면 연동률 50%인 준연동형에서는 5석으로 줄어든다.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대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가 처음 도입됐었다. 17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의석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 양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함으로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최종 득표율은 각각 33.3%와 5.4%였다.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최종 득표율은 33.8%였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촉진시키자는 취지였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의석수 확보 수단으로 변질된 셈이다.

정개특위가 전원 토론에 붙이겠다는 선거법 개정안 중 1안과 2안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19대 국회로 회귀하는 방안이다. 비례대표를 6개 권역별로 나누어 50명 증원하는 것만 추가된 셈이다. 2안은 잡음이 많았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6개 권역별로 확대 실시하면서 정원까지 50명 증원하는 내용이다.

결국 정개특위가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은 의원 정원 ‘50명 증원’에 있다. 다른 개혁방향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개혁하라고 정개특위 만들었더니 제밥그릇만 키우려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포문 열어, “국회의원 증원은 결단코 반대, 미국 기준으로 보면 줄여야”

좌고우면하지 않는 스타일인 홍준표 대구시장(국민의힘 소속)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홍 시장은 18일 페이스북에서 “또 다시 ‘임명직 국회의원’을 50명이나 더 증원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라도 국회의원 증원은 결단코 반대이고 여당에서 만약 그런 합의를 한다면 지도부 퇴진 운동도 불사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8일 페이스북에서 국회의원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대구시장은 18일 페이스북에서 국회의원 정원에 결단코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홍 시장은 정개특위의 선거법 개정 방향에 대해 “미국은 1917년 하원 의원 435명을 확정한 이래 인구가 두 배 반 늘었어도 의원수 증원이 없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의원 80명이면 되는데 300명이나 된다”고 언급, 오히려 의원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

정개특위가 전원회의에 올린 3개안은 모두 김진표 의장안이다. 무슨 이유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별도 안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김 의장 등에 올라타서 슬그머니 의석 수만 늘리려한다는 비판은 거세질 전망이다. 현행법상 선거구 획정은 22대 총선 1년 전인 오는 4월 10일까지 이뤄져야 하지만 이 시한이 지켜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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