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연금개혁 반대 기습시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을 강행하자 전국적인 시위와 함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다. 특히 마크롱 정부는 최근 연금개혁안에 대한 하원 투표를 건너뛰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는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프랑스의 연금개혁은 2030년 연금 적자가 135억유로(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내린 결단으로, 마크롱 정부는 폭락하는 지지율에도 개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현지 언른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18년 노란 조끼 시위 이후로 최저를 기록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는 주간 르주르날뒤디망슈(JDD) 의뢰로 조사한 결과 마크롱 대통령에게 만족한다는 응답률이 28%로 지난달보다 4%포인트(P)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일부터 마크롱 대통령이 하원 투표를 생략하겠다고 밝힌 16일까지 이뤄졌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 연금 개혁 법안 하원 표결을 앞두고 부결 가능성이 커지자 헌법 제49조3항을 행사해 투표를 건너뛰는 강수를 뒀다. 프랑스의 헌법 49조3항은 긴급 상황에서 내각이 의회의 승인 없이 입법을 강행할 수 있게 한 규정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양원 기반 의원내각제를 도입한 프랑스가 군소정당 난립으로 국회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자 1958년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이 강행한 연금개혁은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대신 수령액을 약 18% 인상하고, 근속 기간도 현행 42년에서 43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대해 '누군가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현재의 연금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우리가 모두 조금씩 더 오래 일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의 연금 제도를 개혁 없이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프랑스 곳곳에선 과격한 시위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리, 마르세유, 낭트 등 24개 도시에서 전날 오후 예고도 없이 열린 시위에 6만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다소 평화적인 시위를 이어가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하원에서 연금 개혁 법안 표결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폭력적인 시위로 돌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 맞은편에 있는 파리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복원 공사 현장에 누군가 불을 질렀고, 경찰은 폭력을 사용하는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대응했다. 또 남부 마르세유에서는 길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건물에 페인트를 뿌리거나, 은행, 옷 가게, 전자제품 판매점 등을 약탈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프랑스 야당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 강행에 맞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다가오는 20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가 이뤄진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선 하원 전체 의석 577석 중 공석인 4석을 제외한 과반인 287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 연금 개혁에 우호적인 공화당의 찬성 없이는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연금개혁이 하원을 통과하려면 공화당 의원 40여명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화당 자체 조사 결과 찬성하겠다는 의원 숫자가 여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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