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고 정종율 상사의 묘역을 참배한 뒤 유가족인 정주한 씨를 위로하고 있다. 2023.3.24(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고 정종율 상사의 묘역을 참배한 뒤 유가족인 정주한 씨를 위로하고 있다. 2023.3.24(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제8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가 열린 국립대전현충원에 직접 참석해 55명의 서해수호 영웅들의 이름을 직접 거명함에 따라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로부터 우리 영해를 지키다 스러져간 영웅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해 용사 55인의 이름을 호명한 이후 북한군에 의해 작전 중 폭침당한 천안함(함번 PCC-772) 전사영웅 故정종율 상사의 묘역에서 그의 하나뿐인 아들 정주한 군의 손을 꼬옥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주한 군을 직접 위로한 이유는, 그와의 특별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 <펜앤드마이크>는 천안함 영웅 중 故정종율 상사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아직까지도 천안함 전사영웅들과 그 유가족들을 향한 출처불분명의 괴담·유언비어를 비롯해 저주성 발언이 횡행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낱낱이 까발리고, 왜 이같은 저주성 악플을 막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밝히고자 한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故정종율 상사의 아들 정주한 군을 위로하게 된 시점은 지난 2021년 7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안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대령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전날인 7월21일 천안함 용사 정종율 상사의 부인인 정경옥 씨가 암투병 끝에 향년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관련 기사 : "아빠! 아빠 얼굴 잊지 않을거예요!" 故 천안함 용사 부인상 홀로 남은 아들···尹 위로방문).

천안함 용사의 곁을 지키던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 정주한 군이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된 것. 정주한 군은 지난 2015년 천안함 제5주기 추모식에서 자신의 아버지 故정종률 상사를 그리는 추도사를 낭독해 전국민의 가슴을 울린 바 있다.

그 때 당시 정 군은 "아빠! 아빠 얼굴을 잊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아빠 사진을 봐요. 아빠에게 다짐해요. 아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강한 남자로 자라겠다고요. 그래서 반드시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겠다고 약속해요, 아빠!"라며 눈시울을 붉혔고, 이는 곧 전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그랬던 정 군의 하나뿐인 어머니이자 故정종율 상사 아내 정경옥 씨는 2021년 7월21일 암투병 끝에 외아들인 정 군만을 남긴채 세상을 떠났다. 이튿날 저녁, 인천광역시 동구의 모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정경옥 씨의 빈소에 윤석열 당시 전임 검찰총장이 직접 찾아와 정 군을 위로하며 안아주었다. 이 자리에서 <펜앤드마이크>를 비롯한 취재진에 대해 최원일 대령(예)은 "(故 정 상사의)부인은 주변에 폐를 끼칠까봐 암투병 사실을 알리지도 않으셨고, 외로이 투병하다 조용히 하나뿐인 아들을 저에게 부탁하고 가셨다"라고 전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故 정종율 상사의 아내 故 정경옥 씨의 빈소를 찾아 유자녀를 위로하고 있다.2021.07.22(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故 정종율 상사의 아내 故 정경옥 씨의 빈소를 찾아 유자녀를 위로하고 있다.2021.07.22(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편집=조주형 기자)

특히 최 대령은 "조국을 위한 남편의 의로운 죽음이 자주 폄훼되는 것이 평소 깊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지인들이 전해주기도 했는데, 부디 천안함 가족인 어린 아들이 용기를 내 세상에 일어설 수 있도록 여러분이 힘을 보태 주시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최 대령의 발언에 따르면 천안함 용사 故정종율 상사의 아내 故정경옥 씨는, 남편의 의로운 죽음이 폄훼되는 일련의 행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 자신의 남편을 향한 세간의 각종 저주성 폄훼 등이 그가 세상을 떠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5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326호국보훈연구소(1대 소장 최원일, 사무총장 전준영)'의 출범식에서 <펜앤드마이크>가 만난 최원일 예비역 해군대령은 이날 "천안함 생존장병들에 대한 악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천안함 괴담론을 넘어 아예 날선 저주성 독설 등이 계속되고 있던 것이다(관련 기사 : [펜앤현장] 천안함 피격 13주기 맞아 '326호국보훈연구소' 본격 출범···1대 소장에 최원일).

최원일 소장이 이날 밝힌 <펜앤드마이크> 등에 밝힌 '생존장병들에 대한 악플'의 형태를 독자들에게 제한적으로나마 소개하자면, 작금의 악플 수위와 그 실태는 다음과 같다.

▶천안함이 폭침이라고 '치면', 파직에 귀양갔어야 할 함장이란 새X가 어디서 주x이를 나대고 지x이야 ▶천안함이 무슨 벼슬이냐? ▶천안함은 세월호가 아냐 병x아 넌 군인이라고 ▶욕먹으면서 x져 있어 십x아 ▶배버리고 도망친 함장이 일이 열개라도 말을 할까 ▶보신각 종안에 생존자 머리집어넣고 햄머로 내리쳐 타종하고 청각에 이상없으면 폭침맞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이 개xx ▶문재인 정부에서 진급까지 시켜줬는데 ▶지금 대통령 쫓아다니며 천안함 누구 소행인지 입장 밝히라고 개x랄하고 있다는 이야기네 ▶함정 잃고 총살 당했어야 할 쓰레기 새x ▶난 여지껏 자x안한 니가 더 괴상해 ▶하다못해 침몰하는 고깃배 선장도 배와 운명을 함께 한다 ▶젊은 군인들 수장시켜 놓고도 원인파악 조차 못했던 쓰레기 주제에

▶휘발유 뿌리고 x져주면 고맙지 ▶니같은 사기꾼 유공자 세금이 아깝다 ▶며칠간 뉴스에는 좌초라고 나왔는데 어느 순간 폭침으로 ▶쥐바기(이명박 대통령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 지시로 조작하지 않았을까 ▶부하를 몰살시킨 지휘관이 아직도 살아있냐 ▶여야가 입닫고 찍소리 못하는 건 미국밖에 없다고 보는게 합리적 의심 ▶철창속에서 갇혀야 될 x이 영웅인줄 다니네

북한군에 의해 폭침된 천안함의 함수가 24일 오후 바지선에 올려져 고정돼 있다. 2010.4.24(사진=연합뉴스)
북한군에 의해 폭침된 천안함의 함수가 24일 오후 바지선에 올려져 고정돼 있다. 2010.4.24(사진=연합뉴스)

놀랍게도, 이와 같은 저주성 발언은 사이버 공간 즉 인터넷 상에서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최원일 소장이 이날 밝힌 문제적 악플의 예시 가운데 아주 최소량의 일부를 <펜앤드마이크>를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독자들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전투 영웅들을 향한 모종의 저주성 악플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함이다.

이와 같은 황당한 독설성 악플을 공개하는 또다른 이유는, 분명 북한군의 기습 어뢰도발이라는 무력행위에 의해 천안함이 폭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전 중 전사(戰死)한 군인에 대한 예우는커녕 일명 '가짜뉴스'가 뒤섞인 저주성 발언을 SNS와 뉴스게시판을 포함한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을 방패 삼아 지금까지도 음성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이기도 하다.

심지어 실제 천안함에서 작전 중 북한군의 어뢰공격을 당했던 326호국보훈연구소의 전준영 사무총장의 애타는 호소가 무려 10여년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작태는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지난 2021년 3월26일, 전준영 사무총장은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합당하다면 크게 비난할 이유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충분한 증거들이 많잖아요? 이를테면 이런 흐름의 과학적 논리가 있다는 등, 이렇게 나가야 할텐데 일부 사람들은 절대로 믿지를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굳이 더 말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직 모르는 학생이나 정말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아니겠지만요. 머릿속에 박힌 분들이라면..."이라고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 [단독] 천안함 폭침 11주기 맞은 생존자, 전준영 전우회장 "아프다! 힘들다! 속상하다!").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저주성 악플들을 방어하려고 끈질기게 노력했던 이들은 경찰이다. 경찰청 정보국·보안국 등의 주요 경찰 지휘관들을 비롯하여 예하 경찰관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쏟아져나오는 천안함 유언비어 및 출처불명의 괴담성 악플에 대하여 댓글로써 방어활동을 벌여왔으나, 문재인 정부는 이들에 대하여 지난 2018년 2월부터 특별수사단(단장은 당시 경찰청 차장이었던 임호선 現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꾸려 '여론조작·댓글공작 의혹'으로 몰아 경찰청 주요 직위자들을 그해 12월 기소한다.

이렇게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천안함 악플 방어활동을 벌였던 수많은 보안경찰·정보경찰들이 내사를 받고 재판을 받아왔는데, 천안함 사건에 악플을 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던 경찰관들이 모조리 '정부정책 옹호'라는 명분으로 일명 '정치개입의혹'을 뒤집어 쓰게 됐고, 이는 곧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혐의'로 둔갑된다.

결국 그 최종 책임자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지목되었고, 지난해 6월 결국 징역형이 확정되어 실형을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때 경찰관들이 작성했던 천안함 악플 방어용 댓글 내용 일부를 제한적으로 밝히자면 다음과 같다(관련 기사 : [단독] 文정부, 천안함 괴담론 막던 경찰 겨냥해 '댓글 몰이 수사' 충격!···왜).

펜앤드마이크가 최근 단독 입수한 경찰청 댓글 사건 공소장 속 범죄일람표. 2022.09.03(사진=조주형 기자)
펜앤드마이크가 최근 단독 입수한 경찰청 댓글 사건 공소장 속 범죄일람표. 2022.09.03(사진=조주형 기자)

▶국민 모두가 불필요한 유언비어 만들기를 중단합시다 ▶유언비어 날조는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해군들을 구해야 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서 차후에 사고원인을 규명해야지 당신 지금 제정신이오? ▶각종 의혹 제기는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혹시라도 살아서 간절하게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생존자들의 구호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 아닌가요 ▶서해바다 깊은 곳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릴지도 모르는 해군들의 인명구조를 위해 온 국민이 단합하여 총력을 기울일 때라고 봅니다

▶추측성 보도와 유언비어를 토대로 싸우는 일은 그만 두는게 어떻겠습니까 ▶소설을 써도 좀 알고 적어라 SSU(해군특수구조대) 애들 지금 동료하나라도 구해보려고 목숨내놓고 물에 들어가고 있다 근데 어디서 그런 사람들을 욕하고 있냐 ▶희생자를 한명이라도 더 찾을 수 있게 마음을 모으는 일이 우선일듯 ▶추측성 의견들을 이곳저것에 퍼트리고 있는 네티즌들의 행태도 문제가 많아 보이는데요 ▶이제 그만 ▶이 추운날 영하에 가까운 바닷속에서 목숨내놓고 작업하는 SSU 대원들에게도 욕하는 글을 보니 참 씁쓸할 따름...

이외에도 천안함에 관한 악플을 자제해야 한다는 수백개의 방어글을 경찰관들이 작성했지만, 이는 모조리 문재인 정부에 의해 '댓글공작·여론조작'이라는 명분하에 '정치관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혐의'로 뒤집어씌어져 경찰 고위급 지휘관들이 재판대로 끌려 올라가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들은 (이하 前)황성찬 경찰청 보안국장, 정용선 경찰청 정보국 정보심의관, 김성근 경찰청 정보국장, 정철수 제주지방경찰청장, 김재원 경찰청 대변인으로, 이틀전인 지난 23일 이들에 대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의 선고공판이 진행되어 겨우 형량 혹은 집행유예 기간만 줄여지거나 또는 유지됐을 뿐 모두 무죄는 아닌 것으로, 즉 유죄인 것으로 법원은 2심 재판을 종결처리하기에 이른다(관련 기사 : [단독]경찰관 댓글은 무조건 안되나?...법원,천안함 괴담론 막는 댓글도 유죄 논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천안함 생존장병들에 대한 저주성 악플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와 같은 허위사실유포행위에 대해 수사활동을 벌여야 할 경찰조직은 이미 '댓글공작·여론조작'으로 문재인 정부로부터의 칼바람을 맞아 이를 막을 정책적 대안수단 자체가 전무한 상황.

한편,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펜앤드마이크>의 그간의 심층 기사는 위 '관련기사'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천안함 용사 유가족들이 이날 오후 천안함 46 용사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23.3.24(사진=연합뉴스)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천안함 용사 유가족들이 이날 오후 천안함 46 용사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23.3.2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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