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권한쟁의심판이었을 뿐...'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 조항만 따로 위헌 판결 끌어낼 수 있어"

김후곤(57·사법연수원 25기) 전 서울고검장이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효력 유지 판결에 대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고검장은 펜앤드마이크에 "이선애 헌법재판관의 소수의견은 명문"이라며 앞으로 언론이 주목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전 고검장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로 당시 여환섭(24기) 법무연수원장, 이두봉(25기) 대전고검장, 이원석(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 전 고검장은 26일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인적 구성을 지적하며 '진보 성향이 다수라 이런 판결이 나오고야 말았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번 헌재의 판결이 그간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종지부를 찍는 게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엔 권한쟁의심판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5월 3일 검찰 수사권을 상당부분 박탈하겠다며 '검수완박법'(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을 일방 강행했고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 입법 처리에 성공했다. 같은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기다렸다는듯 곧장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 공포했다.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던 국민의힘은 국회법 절차 위반으로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며 전주혜·유상범 의원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검찰의 수사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면서 '검수완박법' 위헌 판결을 구하는 취지의 심판을 냈다. 여기서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회의원 개개인에게도 심판청구권을 부여해 소수가 다수의 월권적 행위를 통제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도 깃들어 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23일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면서도 법의 효력은 유지한다는 결론을 냈다. 국회 법사위 단계에서만 심의·표결권이 일부 침해됐고 이후 본회의 단계 등에서는 입법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같은날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이 "국회의장 손을 들어준 5명의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 출신의 편파적 인사"라며 반발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이원석 검찰총장 취임과 동시에 검찰 지휘부에서 물러난 김 전 고검장은 본지에 "특히 '검수완박법'에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조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며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개정한 형사소송법(제245조의7 제1항)에는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제외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잘못됐을 경우에도 고발인이 검사의 보완수사, 보완수사요구, 송치요구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 전 고검장은 "이번 판결에서 이선애 헌법재판관이 '위헌적 입법 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지적한 부분은 명문이다. 언론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독소조항에 대해선 위헌 심판이 나오리라 확신한다"며 "원포인트로 바로 이 독소조항에 대해서만 위헌 심판을 구하려는 시도가 앞으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검찰청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대응 업무를 맡기도 한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헌재 판결에 대해 "우리는 왜 검수완박법을 반대했을까요? 검수완박으로 검찰이 특수수사를 못하게 되는 것 때문일까요? 저는 별로 관심 없습니다. 검찰은 원래 사법통제기관이지 수사기관이 아닙니다"라며 "검수완박법의 가장 큰 패악은 바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자는 권력자들이고,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장애인, 미성년자 등 약자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이선애 헌법재판관은 지난 23일 결정문에 소수, 보충의견 중에서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의 내용은 준사법작용의 본질을 훼손하여 국민의 절차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개정 법률의 효력이 지속되는 한 언제든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위헌적 입법 행위로 인한 기본권 침해 또는 그 현저한 위험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확인되었음에도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 배분에 관한 문제라는 이유로 국민 개개인으로 하여금 국회의 후속 입법이 있을 때까지 기본권 침해 또는 그 현저한 위험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선애 헌법재판관 뿐 아니라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4인도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고발로 개시된 경우, 불송치 결정이 있게 되면 그대로 종결됨으로써 검사의 소추권이 제한된다"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국가·사회적 법익을 보호해야 하는 영역의 기관 고발 사건들이나 아동,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고발 사건들의 적정한 사건 처리 또는 피해자의 인권 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검사의 통제가 거의 불가능해 수사의 실효성이 현저히 저하된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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