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중폭의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서 무더기 이탈표로 표출된 당내 불만을 달래는 한편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딸'들을 향한 경고 제스처를 냈다. [사진=MBN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딸'들을 향한 경고 제스처를 냈다. [사진=MBN 캡처]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등 당직에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임명했다. 하지만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은 교체하지 않음으로써, 공천권만큼은 양보하기 어렵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이 같은 중폭의 인적 쇄신으로는 당내 분위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도 이 대표 본인에서 비롯된 당내 위기를 일부 몇 사람을 교체하는 선으로 무마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수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키기’에 나선 개딸들은 비명계 ‘악마화’ 열중

게다가 민주당 단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개딸’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 대표가 강력한 경고는 물론 개딸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개딸들의 이재명 지키기가 비명계 의원 ‘악마화’로까지 표출되면서 당내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집회 참가자 모집 앱카드에 이원욱 의원의 조작된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눈과 입이 올라간 이 의원의 사진을 쓰면서 그를 '악마화'한 것이다. 이 의원은 SNS에 “집회 공지 앱카드에 게시된 제 사진이 악한 이미지로 조작됐다. 본래 사진을 이상한 얼굴로 조작했다”며 “악마가 필요했나 보다”라고 썼다. 이 의원이 공개한 이들의 집회 공지 이미지에서 이 의원의 입과 눈매는 실제보다 날카롭게 변형돼 있다.

이에 이 대표가 개딸들을 향해 ‘경고’ 제스처를 썼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명예 훼손 행위에 대해 단호히 조치하겠다"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비명계를 공격하는 개딸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비명계의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25일 SNS를 통해 “생각이 다르다고 욕설과 모욕,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적대감만 쌓일 뿐이다. 이재명 지지자를 자처하며 그런 일을 벌이면 이재명 입장이 더 난처해지는 건 상식”이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특히 ‘악마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예훼손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은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의 사진을 조작했다. [사진=MBN 캡처]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은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의 사진을 조작했다. [사진=MBN 캡처]

박용진, “민주당 변화는 개딸과 헤어질 결심에서 출발, 이 대표 결단해야”

하지만 이 대표의 자제가 말로만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개딸들과 '헤어질 수준'으로 강도 높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변화와 결단: 개딸과 헤어질 결심'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은 개딸과 헤어질 결심에서 출발한다. 민주당의 화합을 위한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개딸과 이별하지 않는 한, 혐오와 대결의 적대적 공존은 계속될 것이고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을 뽑아줬던 2030 역시 민주당을 다시 찾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개딸과의 절연을 요구했다.

김남국 등 친명계는 오히려 ‘개딸 감싸기’ 나서

하지만 친명계 의원들은 개딸들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라고 반발하는 분위기이다. 개딸들에게 ‘경고’한 이 대표의 목소리와 다른 친명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 대표의 속마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김남국 의원은 27일 오전 YTN라디오에서 ‘개딸은 민주당 지지자들을 폄훼하기 위해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에서 만든 프레임’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김 의원은 “‘개딸’이라고 하는 이 프레임은 일부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을 공격하는 프레임이다”라며 “저희(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마 일부일 건데, 자꾸만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에서 ‘개딸’ 프레임을 만들어서 민주당 지지자들을 뭔가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이고 무지성적이다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우리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당 지지자들을 폄훼하는 프레임에 말려들어서 공격하고 함께 비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 당원들이 정말 더, 국민들이 정말 민주당 국회의원들보다 훨씬 더 진심으로 민주당을 위해서 헌신한 분들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존중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비명계를 겨냥했다.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한 개딸 3명의 궤변= “우리 장점은 긍정의 힘을 주는 것” 주장

김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일부 개딸들이 유튜버 김어준의 방송에서 한 주장과 같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22일 김어준의 유튜브에는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과 3명의 개딸들이 출연했다.

지난 22일 김어준의 유튜브에는 개딸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2일 김어준의 유튜브에는 개딸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들은 개딸이라 불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개혁의 딸’이라는 기존의 설명 대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여주인공의 이미지처럼 귀엽고 깜찍한데 엄청 발랄하고 말괄량이 같은 딸을 개딸이라 부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지지층들은 못하는 의원들한테 욕을 많이 한 반면, 개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의원들에게) 긍정의 힘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에 김어준마저 “지금 언론에 등장하는 개딸들은 막 욕하는 문자를 보낸다는데, 그게 아니에요?”라고 질문했다.

김씨의 질문에 실제 개딸에서 정치인이 된 안귀령 대변인은 “언론에 의해서 개딸들이 많이 악마화되고 있는 것 같다. 언론이 강성 지지층에 대해 개딸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황당한 주장에 관심을 보인 김씨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 오늘 한번으로 안 되겠다. 또 모시기로 하고”라고 말했다. 22일 당일의 출연으로는 아주 기초적인 것만 얘기했기 때문에, 또 출연시켜야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정치 생명 위태로운 이재명 대표가 무기 해체할 리 없어

김씨 유튜브에 출연한 개딸들은 스스로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이고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고 했지만, 현실은 이와 극명하게 다르다.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공세 수위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색출을 넘어서 비명계 의원 자택 앞 시위까지 벌인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이원욱 의원 사진 조작까지 자행된 것이다.

김남국 의원의 YTN발언과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을 비롯한 개딸들의 발언은 이재명 대표의 발언과 상당 부분 배치되는 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 대표가 겉으로는 개딸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경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아무런 제재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장외투쟁 국면을 염두에 둔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자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6일 “죽느냐 사느냐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무기(팬덤)를 해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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