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4의 드루이드 여성 캐릭터(왼쪽)와 강령술사 여성 캐릭터(오른쪽)의 모습. 두 직업 간 외모 차이가 지나치게 두드러져 보인단 평가다.
오는 6월 6일 정식 출시 예정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 4' 오픈 베타가 성황리에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드루이드 캐릭터의 외적인 모습이 지나치게 추하다는 문제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대두됐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올해 중반 출시 예정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유명 게임 디아블로 4가 한국 시각으로 지난 25일 오전 1시부터 28일 오전 4시까지의 오픈 베타를 마쳤다. 세달 앞으로 다가온 게임 출시에 맞춰 실시된 오픈 베타에 대해 국내 게이머들은 호평 혹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특정 직업의 외모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즉 '이렇게 못생긴 캐릭터를 어떻게 플레이하냐'는 것이다.

해당 직업은 '드루이드'로, 고대·중세 유럽에서 켈트족의 사제 역할을 했던 드루이드를 블리자드의 방식으로 재해석해낸 직업이다. 디아블로 4의 드루이드는 대지·번개 마법을 사용하거나, 스스로 늑대인간 혹은 곰 인간으로 변신해 악마를 상대하는 등 다재다능한 캐릭터다. 또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에 맞게 늑대, 덩굴괴물, 까마귀 등을 소환해 전투에 나서기도 한다. 드루이드는 디아블로 2의 확장팩인 '파괴의 군주'에 처음 등장했는데, 후속작인 디아블로 3에는 출연하지 않았다가 4에서 참전이 확정됐다.

이렇듯 드루이드는 다양한 컨셉을 보유한 매력적인 직업임에는 틀림없지만, 디아블로 4 오픈 베타에서 드루이드를 해봤던 게이머들은 '드루이드가 정말 너무나도 못생겼다'는 데에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야만용사·원소술사·도적·강령술사는 남녀 캐릭터 모두 전체적으로 몸매가 호리호리하고 외모 설정에 따라 잘생기거나 예쁜 얼굴로 꾸미는 것이 가능한데, 드루이드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뚱뚱한 체형이 강제될 뿐만 아니라 얼굴도 호감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자신을 대변하는 아바타인 캐릭터가 멋진 외모를 갖기를 희망하는 유저들에게 드루이드의 외모가 적합하지 않거나 성에 차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드루이드 남성 캐릭 외모 커스터마이징 장면. 디아블로 4는 이전작과는 달리 자유롭게 외모 변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캐릭터별 얼굴 설정은 4가지에 불과하며 드루이드는 모두 못생긴 얼굴 뿐이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이러한 반응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국내 유저들 뿐만 아니라 해외 게이머들까지 "시각적으로 실망했다" "게임을 하는 나는 과체중이 아니며, 과체중인 캐릭 또한 플레이하고 싶지 않다" "드루이드는 여러모로 매력이 없다" "블리자드가 의도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 같다" 등의 반응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어졌다.

유저들은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4를 정식 공개할 때에는 드루이드 캐릭터의 외모 커스터마이징(변경) 옵션을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덩치가 지나치게 비대하고 과체중인 몸매가 아닌 다른 직업처럼 마르거나 호리호리한 체형 또는 보통의 평범한 체형이라도 구현해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유저들은 "저렇게 덩치 큰 인간이 왜 굳이 늑대인간이나 곰인간으로 변해서 싸워야 하냐"며 "현 베타 버전의 드루이드는 근접전사 캐릭터인 야만용사보다도 몸집이 거대하다. 드루이드의 이러한 외모로 인해 마법을 사용하거나 동물인간으로 변신해서 싸운다는 설정도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한다.

다른 게임의 경우, 호리호리한 인간 남성이 늑대인간으로 변신해 싸우는 설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캡콤의 대전격투게임 '뱀파이어 시리즈'에 등장한 늑대인간 '가론'의 경우 인간 상태일 때 매우 마른 모습이다. 이렇듯 동물인간 형상이 인간이었을 때보다 더 강하다는 느낌을 줘야 하는데, 디아블로 4의 드루이드는 인간일 때 지나치게 강해보인단 점도 문제라는 것이다.

캡콤의 대전격투게임 '뱀파이어 시리즈'에 등장하는 늑대인간 캐릭터 가론. 그는 평상시엔 호리호리한 인간 형태이다 전투할 때 늑대인간으로 변신한다. [사진=인터넷]

 

블리자드가 드루이드의 외모를 거대하게 만든 데엔 이유가 없진 않다. 원래 드루이드는 디아블로 4에서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한 아티스트가 그린 원화에 감명받은 게임 제작진 측에서 포함하기로 전격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작진은 드루이드를 '산중광인(山中狂人)'으로 묘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2023년에 출시 예정인 최신 게임에서 게이머가 플레이할 캐릭터의 외모 다양성이 제한된다는 건 분명히 문제란 지적이다. 제작진의 드루이드 관념과 게이머의 드루이드 관념은 분명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형 캐릭터 설정이 가능하고, 외모 커스터마이징이 다양한 한일 게임과는 달리 미국 게임사인 블리자드의 게임들은 외모가 획일적이고 외모가 추한 캐릭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MMORPG의 대표격인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의 드워프 여자 캐릭터는 '추녀'의 대명사였다. 골수 와우 유저들은 드워프 여성 캐릭터 '힐 받으면 내 남자'라는 캐릭터를 모를 수가 없을 정도다.

유명 MMORPG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드워프 종족 여성은 추하고 못생기기로 악명이 높았다. 와우 유저들에겐 '힐받으면내남자'라는 캐릭터는 소위 전설로 남아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하지만 '추녀' 드워프 여성 캐릭터는 그래픽 기술의 한계라는 초창기 MMORPG의 문제 하에서 태어난 측면도 컸다. 즉 블리자드가 드워프 여성을 의도적으로 '추녀'로 묘사한 건 아니란 이야기다. 당시 인간, 오크, 나이트엘프, 타우렌, 트롤 등 대부분의 와우 종족 캐릭터들은 다 추했단 평가를 받았는데, 이는 고도로 발전하지 않은 그래픽 기술 때문이기도 했다. 그 후 와우가 지속적으로 확장팩을 출시하고 그래픽 개선 작업도 하면서 '추녀'의 대명사였던 드워프 여성 캐릭터도 나름대로 예뻐진 측면이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드워프 여성 캐릭터는 설정에 따라 진정한 '추녀'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얼굴 중 하나였고, 당시 발전되지 않은 그래픽 기술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다. 또 모든 종족 캐릭터가 전체적으로 모두 못생긴 편이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디아블로 4 오픈 베타가 종료된 현재, 다른 직업들은 미형 캐릭터 생성이 가능한데 드루이드만 불가능하다는 건 분명히 문제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이머들은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된 결과물을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드루이드 캐릭터를 좋아하는 유저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4편이나 나올 정도로 유명 프랜차이즈인 디아블로 시리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성공하길 바라는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블리자드는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아블로 4는 올 6월 6일에 출시될 예정이다.

디아블로 4 오픈 베타가 종료된 현재 인터넷엔 드루이드를 최대한 못생기게 만든 사진들이 돌고 있을 정도로, 드루이드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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