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의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는 전주을 4·5 재선거에서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선거구라는 점에서 국민의힘도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2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김경민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김경민(왼쪽에서 두번째)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귀책사유를 들어 후보를 무공천했고, 정의당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전북 내 3당으로 자리매김했던 정의당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지만 민주당 후보 없이 재선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각 후보마다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경민(68), 진보당 강성희(50),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임정엽(63)·김광종(60)·안해욱(74)·김호서(57) 후보 등 모두 6명이 출마했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 1위, 무소속 임정엽 2위로 선두 다툼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회의원 재선거가 진행되는 이 곳에서, 진보당 강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 진보당 강 후보와 무소속 임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다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문화방송>(MBC)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강 후보 25.9%, 임 후보 21.3%로 나왔다. 김호서 후보 15.2%, 김경민 후보 10.1%, 안해욱 후보 8.8%, 김광종 후보 1.1% 순이다. 3월 19~21일간 만 18살 이상 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이다.

민중의소리 의뢰로 <에스티아이>가 지난 24~25일 이틀간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는 강 후보 29.1%, 임 후보 25.4%, 김경민 후보 13.0%, 안해욱 후보 11.0%, 김호서 후보 7.2%, 김광종 후보 0.8% 등이었다. 강 후보와 임 후보 간의 격차는 3.7%p 오차범위 내다.

이 조사는 지난 24일~25일 전북 전주시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전화(78.4%), 유선전화(21.6%) 임의추출을 병행해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4%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다. (두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한 임정엽, 진보당과 강석희 후보를 ‘반미 색깔론’으로 맹공격

임정엽 후보는 28일 오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보당을 ‘반미정당’으로 비판했다. 또 강성희 후보를 이석기의 통진당 멤버라는 점을 꼬집어 공격했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전주를 반미 투쟁기지로 만들 수 없다"며 통진당 강성희 후보를 비난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전주를 반미 투쟁기지로 만들 수 없다"며 통진당 강성희 후보를 비난했다. [사진=연합뉴스]

임 후보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진보당 후보의 대선 공약을 들여다보니 반미투쟁 일색이고 지금 전주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진보당 당원들로 점령당했다”며 “전주 발전을 이끌 인물을 뽑는 재선거에 왜 전국의 운동권 당원들이 전주를 점령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강 후보는 이석기 전 의원의 통합진보당 시절 통합진보당 후보로 군의원에 출마한 인물"이라며 "강 후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정당하지 않다'라는 답변조차 못 하고 회피했다"고 강 후보의 안보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강성희 후보는 '철새 정치인의 색깔론 네거티브에 속을 전주시민은 없다'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웠다고 하는 분이 '색깔론'을 들고나오니 황당하다"면서 "(임 후보는) 자신을 키워준 당을 배신하고 탈당하더니 이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얼굴까지 먹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지원은 임정엽 밀지만... 이재명은 진보당과 연대 가능성 제기돼

민주당 출신 무소속인 임 후보가 진보당을 색깔론으로 맹공하는 와중에 ‘이재명 대표와 진보당의 연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와 따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이 대표가 손을 잡을 수 있는 세력이 진보당 세력이라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선거 초반 1위를 달리던 임정엽 후보는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하면서 오히려 강 후보를 추격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민주당 출신이지만 현재 탈당한 상태로 무소속이어서 정당 명의로 본인을 알릴 현수막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26일) 박지원 민주당 고문이 전주에서 “임 후보가 당선되는 게 민주당을 위하는 길”이라며 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가, 당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상황이다. 당의 책임있는 구성원이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당 방침에 어긋난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중앙당의 지원을 받은 강 후보는 예비후보로 등록하자 전국 주요 조직 등의 도움을 받아 플랭카드를 내걸고 지역구 곳곳을 꾸준하게 공략했다. 전북도당 민생특위 위원장인 강 후보는 “윤석열 검찰독재에 맞서 싸우겠다”며 서민경제 살리기와 금리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부분의 무소속 후보들은 ‘당선되어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게다가 정치경력이나 재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정치 초년생에 가까운 강 후보가 선전하는 데에는 진보당 중앙당의 지원이 상당한 것으로 관측된다.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누가 더 세게 대통령을 비판하는지’를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와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농민단체 등과 연계해 집집마다 찾아가는 ‘부엌칼 갈아주기 운동’도 민심을 사로잡았다. 노동·시민사회·농민단체 등도 지지선언을 했고, 전북 녹색당도 연대했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 [사진=연합뉴스]
진보당 강성희 후보. [사진=연합뉴스]

원외 정당인 진보당 전주 재선거 통한 원내 진입 의지 강해

원외 정당인 진보당은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을 포함해 21명의 당선자를 냈다. 반면 소속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다는 점에서 ‘이번 재선거를 발판으로 원내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은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플랭카드가 전주 시내 곳곳에 나부끼고 있다. 거리마다 하루에 300~400명의 진보당원이 와서 쓰레기 줍기 등을 하며 지원 유세에 나선 형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진보당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이 지역에서 지역 민심을 다지고 있다고 강 위원은 밝혔다. ‘이번에 반드시 원내에 진입해 제도권을 접수하고 대한민국을 접수하겠다는 것이 진보당의 원대한 플랜’이라는 분석이다.

강 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전주에서 오래된 민주당 출신 인사들도 진보당의 적극적인 행보와 조직력에 놀라는 실정이다. 한 명이라도 전주에 있는 지인을 소개받으면 곧바로 달려가서 강 후보 지원을 부탁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포섭 내지 공작의 느낌’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연이어 강 위원은 “민주당 출신의 임정엽 후보를 측면 지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으로 보아, 완전한 외부 세력인 진보당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궁색한 변명’이라는 입장이다. 성범죄나 음주운전 등의 형사범죄와 달리, 선거법 위반은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후보를 공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책사유를 들어 무공천을 한 것 자체가 진보당 후보를 도와주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진보당은 이석기 통진당의 후속정당, 이재명은 통진당과 단일화해 성남 시장 당선”

신지호 정치평론가 역시 민주당과 진보당의 관계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하고 결국 따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때 이 대표가 손잡을 수 있는 세력이 진보당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신 평론가는 “진보당은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이석기의 통진당의 후속정당”이라며, 이 대표가 2010년 1기 성남시장 시절에 통진당 후보와 야권 단일화로 시장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1기 성남시는 통진당과의 연립’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진당이 성남시의 청소업을 독점했다는 점도 밝혔다. 그때부터 이 대표는 통진당과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신 평론가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전주을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점을 두고 “이번에 전주을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것이 진보당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걸 보면 전략적인 제휴를 하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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