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일부 아파트 분양이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둔촌주공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 1년 효과’와 ‘중도금 대출 규제 해제’에 힘입어 완판됐다. [사진=연합뉴스]
둔촌주공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 1년 효과’와 ‘중도금 대출 규제 해제’에 힘입어 완판됐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10년 만에 최대 수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마포더클래시, 장위자이레디언트 등 서울 분양단지들이 줄줄이 완판 행진을 하고 있다.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57대 1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단지 평균 청약경쟁률은 57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3.3대 1, 4분기에는 6.7대 1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활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청약은 예비 실수요자들의 규모를 가늠하는 잣대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상승 기류를 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데, 매매 시장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분양가’와 ‘고금리’로 수요가 위축돼 있었지만, 이제는 실수요자들이 높은 금리와 상승한 분양가를 인정한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입장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474만원으로 2021년 2798만원에서 24.2% 올랐다. 땅값이 오르고, 건설 자재비,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분양가도 껑충 뛰었다. 그에 따라 서울 아파트 25평 분양가는 8억원 후반, 34평은 12억원이 기준이 된 것이다.

부동산 중개사들의 서울 집값 전망 ‘하락’ 응답 감소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현장에서 체감하는 중개사들의 서울 집값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중개업소 85%가 서울 집값 하락을 점쳤지만, 이달 들어선 절반 수준인 45%만 하락을 전망했다.

29일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3월 서울시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78.0으로, 전월(70.5) 대비 7.5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6월(78.0) 이래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전망지수는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6000여개를 대상으로 3개월 내 아파트값 전망을 물어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상승, 100 미만이면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3월 서울시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78.0으로, 전월(70.5) 대비 7.5포인트(p)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3월 서울시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78.0으로, 전월(70.5) 대비 7.5포인트(p)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지수 자체는 여전히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지만, 세부 답변에서는 개선세가 확연했다. 답변은 △크게 상승 △약간 상승 △보통 △약간 하락 △크게 하락으로 나뉘는데, 하락 전망 비중이 이전보다 대폭 줄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약간 하락' 72.5%, '크게 하락' 12.6%로 집값이 내린다는 전망이 85.1%에 달했다. '보통'이 14.8%였고, 집값이 오른다는 응답한 부동산 중개업소 중 0.1%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약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에 반해 이달에는 하락 예상 응답이 44.9%('약간 하락' 42.9%, '크게 하락' 2.5%)까지 줄었다. '보통'은 50.5%, '약간 상승'은 4.0%로 집계됐다. 설문에 응한 중개업소 과반수 이상이 집값이 내리지는 않겠다는 데 응답한 것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착시 효과’ 지적도 만만치 않아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모두 정부의 규제 완화에서 비롯된 ‘착시 효과’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세금, 청약 등 전방위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거래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전히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을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착시 효과를 경계하고, 실수요자는 차분히 매매 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9.3으로,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6일의 매매수급지수 67.4에 비해서도 소폭 올라, 매수심리가 다소 호전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매매수급지수는 100 이하로 내려가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언론이 매수심리가 호전되었다는 점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집값 하방 요인이 여전해 시장 회복을 추세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참고해야 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이 많이 빠진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금리가 높고 경기 침체 우려가 있어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연착륙 정책으로 기대감은 있지만, 대세 상승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완판 행렬, ‘분양권 전매 1년 효과’와 ‘중도금 대출 규제 해제’가 영향 미쳐

최근 청약률 상승을 견인한 사례로 꼽히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계약때 일부 평형이 미계약된 둔촌주공은 899가구 무순위 청약에서 4만1540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46.2대 1을 기록해, 완판 행렬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둔촌주공의 완판은 ‘둔촌주공 살리기’에 나선 정부의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인 이 단지는 규제지역 해제, 중도금 대출 규제 해제, 무순위 청약 조건 완화 등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철폐로 구사일생했다.

본계약때 일부 평형이 미계약된 둔촌주공은 899가구 무순위 청약에서 4만1540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46.2대 1을 기록하면서 완판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본계약때 일부 평형이 미계약된 둔촌주공은 899가구 무순위 청약에서 4만1540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46.2대 1을 기록하면서 완판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둔촌주공의 완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분양권 전매 1년 효과’와 ‘중도금 대출 규제 해제’가 꼽힌다. 기존 8년이던 전매제한 기간이 1년으로 줄어들면서, 1년만 지나면 웃돈을 받고 되팔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실거주 2년 의무도 없어졌다. ‘저 돈 주고 들어가겠나’라던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운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도금 대출 금지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전용면적 59㎡도 대출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가격에 따른 중도금 대출 금지 규정이 아예 해제되면서 기존 분양 단지에도 소급 적용돼 전용면적 84㎡의 수분양자도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낼 수 있게 됐다.

일부 남아있던 소형평수를 위해서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까지 폐지했다. 이전까지는 청약자 본인이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하고 본인과 가구 구성원 모두 무주택자여야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타지역에 사는 유주택자도 '줍줍'이 가능해진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둔촌주공의 높은 경쟁률에 대해 “분양권 전매 1년의 효과다. 1년만 지나면 웃돈을 팔고 되팔수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았다”면서 “청약 경쟁률 상승은 시장흐름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최근 나타나는 청약 경쟁률 상승에 대해서도 “(청약과 주택 매매시장)두 시장은 따로 놀 수 있으니 경계해야한다”면서 “주택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과잉해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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