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휴게소 남자화장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부선 상행선에서 볼일이 급해 휴게소 남자 화장실을 출입했다 경찰 신고를 받았던 여성이 인터넷에 "굳이 신고까지 해서 얼굴 붉힐 일이냐"며 "세상이 진짜 각박하다"라고 불쾌감을 호소한 것이 공론화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네티즌들은 "각박이 아니라 감방갈 판"이었다는 반응을 내보이며 각박한 세상을 만든 게 누구냔 지적을 하고 있다.

해당 사연은 지난해 9월 12일 온라인 사이트 네이트판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갑자기 배가 아팠는데 명절휴게소라 여자화장실 줄이 너무 길었다"며 "줄이 다 줄어들 때까지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남자화장실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일 다 보고 나오는데 어떤 남자가 '여자가 남자화장실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하며 시비를 걸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당황해서 그렇게까지 해야하냐 물으니 '반대로 남자가 여자화장실 어쩌고저쩌고' 하며 진짜 신고했다"고 불쾌하단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경찰 쪽에서 그냥 좋게 넘어가라고 하는 것 같은데 (남자가) 계속 출동하라 우겨 한참 뒤 경찰이 정말 휴게소에 왔다"면서 "'다음부턴 아무리 급해도 여자화장실 이용하라'는 말 듣고 일단락됐다"고 했다. 

당시 신고한 남자는 경찰의 일처리에 상당한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글에 따르면 이 남자는 '이게 끝이냐. 성별 반대였어도 이 정도로 끝났을 거냐'라며 계속 항의했다.

글쓴이는 "연휴 마지막 날이라 얼른 집에 와서 쉬고 싶었는데 기분도 망치고 진짜 어이가 없었다"며 "굳이 경찰까지 불러서 시간 잡아먹고 서로 얼굴 붉힐 일인지는 모르겠다. 세상이 진짜 각박해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남성화장실 출입 사건의 최초 원본 글. 지난해 9월 12일 네이트판에 올라왔다. [사진=네이트판]

 

이 글은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소개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12일 오전 모 언론에서 기사화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공론화됐다.

여론의 다수는 '신고당할 짓을 했다'는 반응이다. 글이 최초로 올라왔던 네이트판에서도 추천(글에 찬성)이 불과 10회, 반대는 약 500회에 달한다. 또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댓글은 "나도 여자지만 본인이 잘못해놓고 세상 각박해졌니 어쩌니 할 거 없다"며 "다른 여자들은 할일 없어서 줄이 길어도 기다리는 줄 아냐. 성별 바꿔 남자였으면 경찰서 잡혀 갔을지도 모르는데 여자였으니 그나마 좋게 끝난 줄 알아라"라고 지적했다.

12일 기사화되고 난 후의 여론 역시 마찬가지다. 네티즌들은 "왜 각박해졌을까" "남자였으면 징역이다. 무슨 각박 드립이냐" "남자였으면 몰카 설치했단 의심에서부터 별별 망상으로 매장시켰을 것" "남자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성범죄자로 매장되느니 노상방뇨했을 거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명절 휴게소에서 여자들이 남자화장실 쓰고 있어서 결국 밖에서 처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페미니즘'이다. 양성평등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사실상 여성만을 위한 운동을 해왔단 평가를 받는 페미니즘이 '작용'하자 그 '반작용'으로 남성들의 반발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부장제에 반발해 '사회구조 해체'를 외치는 페미니즘의 결과가 최소한의 호의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보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여성인권을 위한다는 페미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여성들이 받던 호의들이 박살나는 아이러니의 전형"이라면서 "이제 여성들도 좀 깨달아야 한다. 페미니즘 이용해서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는 위선자들한테 놀아났다는 것을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일화가 정말로 있었던 일인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한켠에서 나오고는 있지만, 이러한 진위판별보다도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행위 주체의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 분노하는 반응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한국 사회가 여전히 남녀갈등이란 어젠다에 매몰돼 있단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이 계속돼 한국인이 멀지 않은 미래에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단 예측과 더불어 남녀갈등이 망국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단 예측이 우울한 예언이 되는 모양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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