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우 (주)다다미디어 회장

포털뉴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의 포털을 통해 서비스 중인 포털뉴스가 편향성 및 어뷰징 논란에 휩싸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는 이를 반영한 수많은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고, 정부에서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서는 포털뉴스의 입점과 퇴출을 두고 소송전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월 27일 경인일보가 네이버와 카카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경쟁 관계인 두 사업자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를 공동 운영하면서 뉴스 제휴를 결정하는 방식이 언론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인일보는 나아가 이번 제소를 통해 제평위의 구성·심사규정·실제 심사 과정의 문제도 다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인일보의 제평위에 대한 문제의식과 제소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다만, 이번 제소 이유와 설명에는 몇 가지 분명히 해야 할 대목이 있다.

우선 용어의 모호성이다. 경인일보는 검색서비스로 대표되는 ‘검색포털 사업자’로서의 네이버·카카오와 네이버뉴스·카카오뉴스(정식명칭:주식회사 카카오)를 운영하는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서의 네이버·카카오를 각각 서로 뒤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이번 제소 건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기사를 생산하지도 않는 네이버가 자사가 운영 중인 포털을 통해 기사를 임의로 배열하여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는 게 맞다고 보는가” 하는 한 시사평론가의 질문을 받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털뉴스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이들 가운데도 실제로 이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반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니다. 뉴스 댓글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털이 왜, 무슨 근거로 뉴스서비스를 하느냐며 불만섞인 토로를 하곤 한다.

박성중 의원의 경우는 순간적인 착오로 한 답변이었을 수 있겠지만, 국회에서 ‘포털뉴스’의 문제점을 가장 활발하게 개진 중인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한 사람인 박 의원조차도 순간적으로 착각할 수 있는 게 포털뉴스에 대한 모호한 규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네이버뉴스’는 네이버의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 이름이다

현재 네이버·카카오가 자사 포털 사이트에서 각각 운영하는 뉴스 서비스는 검색포털의 지위에서 운영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네이버는 신문법상 인터넷 매체로 등록되어 있는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이고, 그 지위로 네이버뉴스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 신문법은 신문의 종류를 ▲일간신문(가) ▲뉴스통신(나) ▲주간(다) ▲월간(라) ▲격월간(마) ▲주간(바) ▲연2회간(사) ▲인터넷신문(아) ▲인터넷뉴스서비스(자) 등 9개로 나누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 뉴스’라는 제호의 인터넷뉴스서비스(등록번호 경기, 자00001) 사업자의 지위에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카카오는 ‘주식회사 카카오’라는 다소 이상한 이름(‘다음뉴스’에서 ‘카카오뉴스’로 제호를 변경할 때, ‘카카오뉴스’라는 제호가 이미 선점된 결과일 것이다)의 인터넷뉴스서비스(등록번호 제주, 자01011) 사업자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즉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포털 사업자가 아닌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서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포털뉴스’를 두고 벌이는 대부분의 논란은 사실상 이같은 용어 사용의 혼란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않다.

앞서 경인일보는 국내 포털 시장에서 네이버(64.5%)와 카카오(다음·19.9%)의 합계 점유율이 84%가 넘는다며 과점 지배자로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네이버와 카카오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에 제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은 엄밀히는 이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이 사건에서 과점 지배자 여부는 포털 전체 사업의 점유율이 아니라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의 점유율에서 찾아야 한다. 과점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동일한 서비스가 그 대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네이버뉴스, 카카오뉴스는 검색사업자로서의 네이버/카카오가 운영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포털뉴스’로 불리는 ‘네이버뉴스·카카오뉴스’는 실제로는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가 운영 중인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 매체사의 제호인 것이다.

‘포털뉴스’ 문제의 핵심은 ‘끼워팔기’에 있다

포털뉴스가 포털에서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고, 무엇을 근거로 서비스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같은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토대 위에서라야 비로소 포털뉴스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포털뉴스의 용어에 대한 이해는 포털뉴스가 안고 있는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문제의 핵심은, 흔히 말하는 어뷰징이나 인링크/아웃링크 등에 있지 않다. 그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포털뉴스의 문제는 독과점과 ‘끼워팔기’에 그 핵심이 있다.

2023년 4월15일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언론 매체의 수는 25088개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 등록된 언론 매체는 299개 사이다.

그렇다면, 네이버뉴스·카카오뉴스 양대 매체가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에서 90%가 넘는 점유율을 갖는 지배적 사업자는 독과점 사업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포털뉴스의 진짜 문제가 숨어 있다. 뉴스서비스 ‘끼워팔기’가 그것이다.

포털뉴스는 어떻게 90%가 넘는 점유율을 갖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었을까?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자사의 포털을 통해 뉴스서비스를 ‘끼워팔기’ 해왔기 때문이다. 포털뉴스는 검색 서비스와 종이 다른 서비스임에도 양대 포털은 자사의 메인 화면에서 자사의 뉴스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한 결과인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같은 ‘끼워팔기’ 행위는 PC의 운영체제를 판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자사의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팔기’ 한 것과 흡사하게 닮아 있다.

지난 1998년 세계 윈도우 OS시장의 약 90%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MS는 자사의 PC 운용체제(OS)인 윈도우95에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 웹브라우저를 끼워팔기 한 혐의로 미국연방법원에 제소되었다.

미국 법원은 MS가 윈도우에 IE를 기본 탑재함으로써 당시 선도 업체인 넷스케이프를 제거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MS는 이후 윈도 이용자에게 웹브라우저의 끼워팔기를 중단했다. MS는 이 건으로 EU에도 2012년까지 총 17억유로(약 2조1880억원)의 벌금을 납부했다.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카카오도 MS를 끼워팔기 혐의로 제소한 적이 있다.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2001년 윈도우 PC 운영체제에 메신저를 결합하여 판매했다며 MS를 ‘끼워팔기’ 행위로 신고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인 부당한 끼워팔기로 판단, 시정 조치한 사건이다.

MS의 ‘IE 끼워팔기’ 소송이 갖는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

MS의 반독점법 사건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소송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인터넷시대를 맞아 플랫폼 사업의 범위가 다변화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과 위상이 커지고 높아진 데 따른 영향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공리주의적 결론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MS의 ‘IE 끼워팔기’ 사건의 경우, 현재 소송의 핵심 쟁점은 ‘문제의 끼워팔기를 통해 얻는 이익과 그 끼워팔기가 야기한 폐해의 크기’로 모아지고 있다. 즉 법원은 MS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했는가 하는 사실보다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끼워팔기를 통해 시장에 끼친 해악이 끼워팔기로 얻은 이익 일반보다 얼마나 더 큰가 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포털 네이버의 네이버뉴스 끼워팔기를 문제삼아야 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이하 포털뉴스는 ‘네이버뉴스’로, 포털은 ‘네이버’로 통칭키로 한다. 적어도 이 사안에서 카카오뉴스나 카카오는 각각 네이버뉴스나 네이버의 아류 혹은 ‘꼬붕’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져서다).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 끼워팔기 사건은 네이버의 네이버뉴스 끼워팔기와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더 심각한 수준이다. MS의 사례를 네이버에 대입한다고 해서 유비 관계를 크게 벗어난다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독점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매우 심플해진다. 네이버가 네이버뉴스 끼워팔기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보다 이같은 불공정 행위로 인한 언론 시장의 폐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되는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이버는 이 뉴스서비스 끼워팔기를 통해 대한민국 언론을 황폐화시켜버렸다. 엄밀히는 절멸, 그냥 죽여버렸다. ‘네이버뉴스는 언론 시장을 어떻게 황폐화시켰고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었나’라는 주제로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

하성우 (주)다다미디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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