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계열사 3000개 돌파, “아무리 규제해도 늘어나는데...” 일자리 가로막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넌센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는 뭐니뭐니 해도 대기업 사원이다.

한때 공무원이 ‘신의직장’으로 불리면서 서울 노량진에 대규모 공무원시험 학원이 생기고, ‘공시생’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졌지만 최근 공무원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다.

공무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보수와 근무환경, 사내복지에 연말이면 두둑한 보녀스까지. 이로인해 최근에는 어렵게 공무원이 된 젊은 세대들이 다시 대기업에 입사하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일자리는 오로지 기업들의 신규투자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정권의 이념적 색채, 여야를 불문하고 일자리창출을 외치는 정부와 정치권이 막상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는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매년 5월 한국기업의 자산규모를 평가, 대기업집단 현황을 발표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재계순위’로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처럼 자산총액 10조 이상 기업집단의 명단을 순위까지 매겨서 발표하는 원래의 목적은 이들 대기업집단의 경우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이에따라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국내 회사에 출자할 수 없는,공정거래법상의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에 따른 규제를 받는다.

출총제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고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재벌기업의 줄도산을 막겠다며 1987년에 도입됐는데,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국내 알짜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막기 위해 1998년 2월에 폐지됐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1999년에 이를 다시 부활시켰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2009년에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완화하기는 했지만 출총제의 명맥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출총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계열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정위가 25일 발표, 5월1일자로 지정되는 자산 5조원 이상(작년 말 기준)의 공시집단은 82개로 작년보다 6개 늘었다.

그런데 이들 대기업단에 소속된 회사는 모두 3076개로 지난해 보다 190개가 늘어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대기업 계열사 수가 3000개를 돌파했다.

당장 자산규모 1위, 즉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계열사는 지난해 60개에서 1년사이에 3개가 늘었다. 2위 SK는 186개에서 198개로 13개, 3위 현대차그룹은 57개에서 60개로 불어났다. 4위 LG는 그룹 분할로 10개가 줄었지만 이번 발표에서 재계순위 5위로 올라선 ‘철강기업’ 포스코만 해도 지난해 보다 4개가 늘어난 42개의 계열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6위 롯데는 85개에서 98개로 13개가 증가했고, 7위 한화그룹도 91개에서 96개로 늘었다. 이밖에 재계순위 15위에 자리잡은 카카오는 지난해 136개에서 11개가 늘어난, 무려 147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IT기업을 포함,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대기업들의 계열사가 대부분 증가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대기업의 공룡화’. 또는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글로벌 경제, 극한경쟁을 펼치는 21세기 기업환경과는 동떨어진 규제를 통해 기업의 신규투자와 일자리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출총제의 또다른 명분이 되고있는 무분별 투자에 의한 대기업 줄도산 우려 또한 과거에 비해 한층 투명해진 기업의 회계 및 선진화된 금융거래 기법 등으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입만 열면 젊은이들을 위해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출총제로 한국경제의 장점인 대기업 선단경영을 가로막는 현실은 한마다로 넌센스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들을 위한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있지만 이런 낡은 규제를 담은 법적 제도적 모순이야 말로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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