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마약 관련 뉴스를 접하는 것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지난 26일에는 130명이 넘는 마약 사범들이 한꺼번에 적발돼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같은 날 육군 부대까지 마약이 침투한 것으로 드러나, 극단의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 사회 빠르게 번지고 있는 마약이 군부대까지 파고들었다. 연천의 한 육군 부대에서 병사들이 택배를 통해 들여온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됐다. [사진=SBS 캡처]
우리 사회 빠르게 번지고 있는 마약이 군부대까지 파고들었다. 연천의 한 육군 부대에서 병사들이 택배를 통해 들여온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됐다. [사진=SBS 캡처]

연천의 한 부대에 지난 17일 육군 수사관들이 병사들의 생활관을 예고없이 방문해 수색한 결과, 사물함과 생활관 천장 등에서 대마초가 나온 것이다. 병사들에 대한 마약 간이 검사 결과 5명에게서 대마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충격의 군부대 마약사건, 샤워장에서 대마초 피우고 병영내 판매까지

이들은 이렇게 들여온 대마초를 주로 새벽 시간대에 샤워장에서 피웠고, 다른 병사들에게도 판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병사들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대마초 성분을 알약 형태의 영양제로 위장해 택배 등 우편물로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육군은 마약류 군내 유입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에 의거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외출 제한이 늘면서 병사들의 택배 이용이 늘었고, 마약 성분이 젤리나 사탕 과자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면서 적발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군 부대 생활관에서 마약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마약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빠르게 번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 마약과의 전쟁 선포...마약범죄가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는 ‘잘못된 현실’ 지적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무차별 유통된 ‘마약음료’가 충격을 준 데 이어, 배우 유아인씨의 투약 사건 등을 계기로 마약의 일상 침투 우려가 커지자 마약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도 “마약 중독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질병이자 범죄”라며 “마약범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각오로 강력하게 수사·단속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약범죄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는 ‘잘못된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윤 대통령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정부 예산으로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지원 방향’이라는 다소 이색적인 명칭의 간담회에서 최상대 기재부 제2차관은 “마약이 청소년층으로 확산하는 등 마약범죄가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상황을 재정당국도 엄중히 인식한다”면서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마약 수사 및 인프라 조성 등에 꼭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적극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장관, “문재인 정부의 느슨한 마약단속으로 마약 값이 1만원대로 급락”

한동훈 장관도 지난 21일 싼값에 유통되는 마약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느슨했던 마약 단속을 지적하며 “(현 정부는) ‘악’ 소리나게, 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협의회를 열어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마약범죄, 마약류 온라인 불법거래 등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며 마약범죄 근절에 필요한 예산 확보와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장관은 당정협의회를 마친 후 10대 청소년까지 파고든 마약 문제에 대해 “마약 가격이 대단히 싸졌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바로미터”라며 “마약 가격이 피자 한 판 값이라고 하는데, 펜타닐은 만원 대”라고 했다. 이어 “마약이 그동안 비쌌던 이유는 위험 비용이다. 걸리면 인생 망치기 때문”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마약 수사를 주도해 온 검찰의 손발을 자르면서 마약의 위험 비용이 낮아졌다”고 했다.

한 장관은 “최종 목표는 마약 근절”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이미 커진 나라들은 마약 청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지 않는다. 불가능해서다. 우리는 그 단계는 아니다. 강력히 처벌해서 (마약 청정국으로) 돌아가려 노력할 것이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역시 “사전 예방 그리고 치료, 재활, 교육에 이르기까지 메커니즘으로 연동성이 충분하게 잘 확보돼 있는 대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수사·단속을 위한 조직을 확보하고 마약 탐지를 위한 첨단장비 도입 등에 예산 지원 협조를 요청했다. 당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 법원의 관대한 마약범 처분이 화근...싱가포르는 대마 1kg 밀수한 40대를 교수형에 처해

당정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마약사범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증가하는 데는 ‘법원이 마약범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약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싱가포르에서 대마 1kg을 밀수한 혐의로 사형 선고된 40대에게 교수형을 집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6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당국은 이날 오전 대마 밀매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싱가포르 국적 탕가라주 수피아(46)를 교수형에 처했다. 탕가라주는 대마 1㎏을 밀매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싱가포르는 마약 사범 처벌이 강해, 대마 밀수 규모가 500g을 넘으면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다.

가족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유죄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체포 당시 탕가라주는 대마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지만 검찰은 그의 이름으로 된 전화번호가 마약 운반을 조종하는 데 쓰였다며 배후로 지목했다. 마약밀수범들과 연락하지 않았다며 탕가라주는 결백을 호소했지만 싱가포르 당국은 마약 근절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청나라 말기 ‘아편전쟁’ 겪은 중국, 소량 마약범도 7년까지 중형에 처해

청나리 말기 ‘아편전쟁’을 경험한 중국은 마약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양형기준으로 마약을 통제하는 나라로 꼽힌다. 중국 형법 제347조는 1㎏ 이상의 아편, 50g 이상의 헤로인 또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 혹은 대량의 다른 마약류를 밀수하거나, 운반 혹은 제조한 경우 15년 유기징역, 무기징역 또는 사형, 재산몰수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형기준은 마약의 양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아편은 200g, 헤로인과 필로폰은 10g을 기준으로 형의 경중이 3년 이하에서 7년 이상까지 나뉜다. 다만 소지한 마약이 적더라도 상황이 엄중하면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마약 거래와 관련해 미성년자를 이용하거나 교사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는 소량의 마약범이라도 7년까지 중형에 처해질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이라면 사형선고 받을 수 있었던 돈스파이크, 한국에선 집행유예로 풀려나

마약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한국의 관대한 마약 관련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필로폰 투약 및 소지 혐의로 지난해 9월 검거된 유명 작곡가 돈스파이크(김민수)는 100g 상당의 필로폰을 매수·소지한 혐의를 받았다.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만 20g에 달했다. 필로폰 100g은 중국에서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기준선인 50g의 두 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돈스파이크는 대마 등 동종 전과도 세 차례나 있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사실상 석방했다.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지난 6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김씨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검찰은 김씨와 같은 혐의로 선고를 받은 공범의 판결문을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하며 "김씨가 1심에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공범보다 감형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감형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악’ 소리나게, 강하게 처벌할 것이다.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 ‘이러면 안 되겠구나’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한동훈 장관의 의지가 관철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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