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뚜뚜루 루루루"

영화관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올 때, 필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본 대다수의 관객들 역시 "오프닝에서부터 압도됐다"라고 후기를 남겼다.

여고생 스즈메와 청년 소타가 함께 지진을 부르는 문을 닫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의하면 개봉 52일 만에 5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스즈메의 문단속은 2023년 개봉작 중 첫 번째로 5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 최초로 500만 돌파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꼽히지만 대표적으로 영상만큼 강렬한 음악이 있다. 흔히 영상과 음악이 매칭되는 것을 '싱크로율'이라고 일컫는데,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영상과 너무 잘 맞는 것을 넘어서서 음악으로 인해 영상미가 더욱 돋보이는 효과도 낳았다.

특히 영화 도입부에서 "뚜뚜루 루루루"로 시작하는 OST는 2003년생인 일본인 가수 토아카가 불렀는데, 청순하면서도 깊은 슬픔이 담긴 보이스로 극장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토아카는 보컬 오디션에서 스즈메의 문단속 제작진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좋은 보컬과 음악이 쓰인 것도 훌륭하지만, 이러한 재료들을 적재적소에 넣어서 걸작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의 감각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진이 잦은 나라인 일본에서 재난을 배경으로 한 설정들, 문을 잠그면서 외우는 주문과 문을 열고 닫을때 내뱉는 "잘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말과 그 말을 복선 회수하듯이 담는 탄탄한 스토리는 영화관에 볼 영화가 없어서 발걸음을 끊었던 관객들을 다시 영화관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문을 모티브로 한 것은 문이 일상의 심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나가고 ‘다녀왔습니다’하고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라며 "그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일상 생활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재해라는 것은 그런 일상을 단절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흥행 이유로는 최근 할리우드 영화와 국내 개봉작들이 연이은 부진도 포함된다. 실제로 2023년 개봉작들 중 상당수가 혹평을 받고 있는 터라, 스즈메의 문단속이 더욱 돋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더이상 '노재팬'에 연연하지 않는 젊은세대의 문화를 즐기는 방식도 대표적으로 분석된다. 펜앤드마이크와 인터뷰를 진행한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A씨는 "(어느나라 영화와는 상관없이)그냥 재미있어서 봤다"라고 밝혔다.

이어 '노재팬'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A씨는 "인터넷에서 '노재팬'과 관련된 글을 보았는데, 그때(노재팬 당시)에도 이해를 하지 못했고 일본 맥주를 마시지 못해서 아쉬웠다"라며 "이제 2023년인데 언제까지 반일 타령인가 싶기도 하고, 문화에 국경이 어디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내 10~30대의 젊은층은 '노재팬'이나 '반일감정' 등을 개의치 않고 맛있는 음식이나 재미있는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자유롭게 즐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 여행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일본정부관광국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일본을 찾은 방일 관광객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며, 지난 2월 한달 간 56만8600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것보다도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데에 집중하는 젊은 세대의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스즈메의 흥행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영화값이 오른 시대에 500만은 대단하다" "500만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시대가 변한 것 같기는 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500만이라니" "편견 없이 재미있어서 보고 왔다" "일본 영화라고 무조건 비판하던데 지금 2023년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우윤호 기자 yuno9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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