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비 증가에 ‘착시 현상’...해외여행 등 지출 증가로 소비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 경기 개선 둔화
설비투자 증가율 전년(14.6%)에서 올해 3.5%, 내년 -2.6%으로 예상
취업자수 증가폭 전망치 30만명 내외→20만명 초·중반 하향조정
대응책은 구조개혁에 따른 경쟁력 강화, 경기 둔화에 대비해 재정 여력 확충해야

연합뉴스 제공

대표적인 국책 경제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의 수출 증가세는 유지되나 내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2.9%, 내년에는 2.7%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KD는 3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최근 경기침체 논란과 관련해 "전반적인 경기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성장 속도가 저하되는 게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올해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제시한 2.9%를 유지했지만, 상반기 전망치는 3.1%에서 2.9%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최근 건설업이 둔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 전망치는 2.8%로 유지했다.

KDI는 투자증가세 둔화를 소비가 상당 부분 완충하면서 내수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소비의 높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소비 관련 서비스업 경기의 본격적인 개선은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도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KDI는 민간 소비 증가에 ‘착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해외여행 등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이 늘어나는 ‘순해외소비 기여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비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서비스업 경기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수출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여왔으나 여타 품목이 부진하면서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제조업 경기의 개선 추세도 조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의 위축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국내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 출하가 감소하고, 가동률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올해 설비 투자 증가율은 3.5%로 전년(14.6%)보다 대폭 둔화될 것이며 내년엔 1.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도 주택건설이 빠르게 둔화하면서 올해 -0.2%에서 내년 -2.6%로 감소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과 관련해선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으며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 전망치는 30만명 내외에서 20만명대 중반으로, 내년에는 20만명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국내 제조업의 개선 추세가 둔화되고 취업유발효과가 높은 소비 관련 서비스업의 본격적인 개선도 지연되면서 고용은 일시적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위축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자동차 및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제조업 고용 개선이 제한된 가운데, 서비스업 경기도 제한된 개선 추세를 나타내면서 고용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산업간 불균형 성장 및 이에 따른 고용창출력 약화 등 도전과제에 대응하여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KDI는 구조개혁 노력이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 우리 경제의 경쟁력 및 활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우선적으로 수출주력산업의 대외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산업구조 조정, 나아가 전반적인 경제구조 개편의 시급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성장 및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한 정책 논의를 본격화하여 내수 확대가 부가가치 창출의 선순환으로 연결되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앞으로 추가적 산업구조조정이나 국내 제조업 경기 둔화에 따른 재정 소요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충하는 차원의 지출구조조정이 강력하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올해까지는 초과 세수가 상당하지만, 내년에도 지속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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