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1960년대에 대학생이었던 동창들에게 질문하곤 한다. “우리가 반정부 데모하던 그 시절에 대한민국이 오늘과 같이 번영할 것으로 예상했었냐?” 그랬다는 답변은 하나도 없다. 최근 동해안 작은 어촌 거진항을 들렸을 때 공중화장실에 화장지가 잘 비치된 걸 보고 새삼 놀랐다. 중국 같은 나라는 물론이고, 유럽의 많은 선진국에서도 공중화장실은 사용료를 받을뿐더러, 한국만큼 깨끗하지도 않다. 한국의 소득수준이 선진국이 되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의식 수준도 선진화되었다는 좋은 예다. 

지지난 일요일 광화문에서 출발해서 한강변을 달리는 하프 마라톤에서 많은 걸 느꼈다. 참가자의 6할이 MZ세대였다. 그들은 러닝 크루(running crew)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몇 개월 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달리는 남녀 젊은이였다. 건강하고 날씬한 체격이 앞 세대보다 진화했을 뿐 아니라, 운동 자체를 효율적으로 즐기는 그들의 활력이야말로 선진사회의 한 장면이었다. 한국의 산업구조, 도로망, 소득, 치안 상태, 푸른 산, 교육 수준, K-문화, 여성의 지위 등등 선진사회의 지표들이 차고 넘친다.
 
  한데, 한국 사회 전반은 아직도 극심한 이념대립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좌·우 대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식과 이성을 바탕으로 벌이는 건전한 대립과 경쟁은 사회발전을 위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종북좌파의 횡포는 이해하기 곤란하다.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을 부정하고, 세습 독재의 북한 정권을 추종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이승만과 박정희는 독재자였다고 가르치고, 북한의 김씨 정권은 반일 애국 세력인 것처럼 치켜세운다. 1980년대 반정부 운동하던 시기에 김씨 일가에게 충성 맹세했던 그들이 전향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종북주사파 인물들이 정권을 장악했던 때 한국 사회는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북한과 중국에는 굴종 자세를 보여 국민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었다. 시진핑 정권으로부터는 오히려 홀대받았다.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명분으로 북한에 대규모 식량을 지원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군인과 당 간부들이 몽땅 소비하여,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독재체제를 강화했을 뿐이다.
 
  결국 종북좌파는 김씨 일가가 ‘유일사상체계 10대 원칙’을 바탕으로 독재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 것이다. 외부 정보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폭압 통치를 지속하도록 도와준 꼴이다. 또 선량한 북한 주민이 지상낙원에서 산다고 믿도록 만드는 데 기여했다. 외부 정보를 알지 못하면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만약 북한에 자유와 인권이 있다면, 그래서 주민들이 정권 당국에 쌀을 달라고 소리칠 자유가 있었다면,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 불행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민에게 자유가 없기에 정권은 독재를 포기하지 않는다. 흉년으로 쌀이 모자라면 외국에서 식량을 사들이면 되는데도, 그 외화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부었다.
 
  기본적 자유가 없는 북한 사회는 망가진 경제를 되살릴 수가 없다. 외부에서 아무리 경제지원을 해준다 해도 언 발에 오줌 누기다. 1972년까지 남한보다 잘 살던 북한 경제는 곤두박질친 끝에, 지금은 그 때의 1/58이 되었다. 도로, 철도, 발전소 같은 기본 인프라는 쇠락하였다. 기본 체제가 엉망이면, 석탄·철광석 같은 광물자원이 아무리 많더라도 활용할 수 없다. 북한의 산하는 땔감용으로 나무를 베어내서 민둥산이 되었다. 흘러내린 토사가 강바닥을 메워서 수자원은 고갈되었다. 수질오염이 극심하니 주민의 건강 상태는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자유세계는 북한 사회에 객관적 정보를 들여보내야 한다. 북한 주민을 바보 상태에서 구하는 길이다. 과거 통일 이전 동독의 북동부와 남동부 구석에는 서독의 전파가 닿지 않았다. 그래서 동독 주민들 사이에서도 그 두 지역을 바보들의 계곡(Tal der Ahnungslosen)이라고 놀렸다.
 
  2020년 탈북민 박상학이 대북전단 50만 장을 날려 보냈더니 김여정이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발끈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4시간 만에 ‘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곧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했다. 전단을 날려 보내면 처벌토록 하였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그뿐인가? 2005년 당시 김문수 의원이 제출한 북한인권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온갖 이유와 핑계로 방해하여 11년이나 걸려 2016년에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법이 제정된 후 7년이 지났는데도 법상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의 발족을 막고 있다. 그 방해 공작의 중심에는 바로 종북주사파가 있다.
 
  왜 그럴까? 북한인권재단이 발족하여 북한인권 침해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서 해결방안을 마련하게 되면 북한 독재정권이 싫어하게 된다. 반대로, 북한 주민들은 환영할 일이다. 종북주사파들은 북한의 구호에 따라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서 반일과 반미를 하자고 한다. 종북주사파들에게는 북한 정권 편만이 우리 민족이지, 박해받는 주민은 민족이 아닌 셈이다. 과거 소련의 볼셰비키, 중국 공산당, 캄보디아의 폴 포트 정권이 적대세력인 일반 국민을 대량 학살한 것과 똑같은 발상이다.
 
  국군포로나 전시·전후 납북자들은 2000년 6월 김대중의 평양방문 소식을 듣고 그들도 곧 남쪽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고 크게 들떠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은 김정일에게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40년 이상 탄광에서 강제노역으로 병약해진 국군포로 수만 명 중 소수 생존자들은 목숨을 걸고 스스로 탈북하였다. 겨우 80명이 한국에 도착하였고, 지금 13명만 생존하고 있다.
 
  종북주사파들은 탈북민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김대중 시기 황해도 일원에는 탈북하다가 한국 해군함정에 붙잡히면 다시 되돌려보내진다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실제 노무현 정권이 끝나기 2주 전 설 연휴 기간인 2008년 2월 8일 해주 해안에서 배를 타고 떠내려온 3가족 22명을 성급하게 죽음의 땅으로 돌려보냈다. 22명의 북한 주민을 단 8시간에 합동 심문했다는 건 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 2019년 동해안으로 귀순했던 북한 어부 2명도 제대로 심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안대와 쇠고랑을 채운 채 강제로 북한 군인에게 넘겼다. 송환되지 않으려고 저항하느라 머리를 땅에 찧어 피투성이가 된 장면은 정말 끔찍하였다. 당시 정권이 공개하지 않은 사건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러한 비인도적 반헌법적 만행의 핵심에 종북주사파가 있다.
 
  종북주사파의 세력이 한국 사회의 모든 분야를 지금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 문화계, 노동계를 흔들고 있다. 자유선거로 당선된 정권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흔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는 날부터 민노총은 정권 타도를 외치면서 앞장섰다. 그 핵심에 종북주사파가 있다. 민노총 조직국장을 비롯한 간부 4명은 2017년 이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여러 번 만나 지령을 받아온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들 조직이 반일·반미와 친중·종북에 앞장서서 휴일마다 시내 중심가를 점령하려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파동으로 광화문 일대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사태를 재현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민노총 등에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단위노조와 연합단체의 재정 회계자료를 공개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들의 실체를 밝히고 도를 넘는 반국가 행위를 방지하려는 첫걸음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 외쳤고, 미국 국빈 방문 시 상하 양원 연설에서도 46번이나 언급하였다. 우리 헌법의 기본 이념인 그 ‘자유’가 휴전 이후 70년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자유’는 한국 사회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할 자유까지도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 서독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방어적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명분으로 극우 및 네오 나치 세력이나 극좌 공산주의 세력을 제재하였고, 그 대표적인 조치가 1952년 독일 사회주의 국가당 해산과 1956년 독일 공산당 해산이었다. 이에 가담했던 대학생들도 공직 취임을 제한하였다. 마땅히 한국의 종북좌파 세력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지난 5월 3일 자유민주연구원(유동렬 원장)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정구영 한국통합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종북주사파 해체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펜앤마이크 20213.5.3 조주형 기자 보도):
  “첫 번째, 헌법을 파괴하기 위한 간첩단과 지하조직이 혼재되어 있는 정당에는 정당해산 심판 전이라도 일체 국고 지원을 중단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하며, 두 번째,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조의 ‘삥뜯기’에 대한 엄정 사법처리로 불법 자금 모금을 원천 차단할 것, 세 번째,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한 주사파 논리 침투 차단,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의 목적수행죄와 반국가단체 구성 가입죄 관련 조항의 발전화 및 대공수사권 회복 개정 등이다.”

  지금 종북주사파의 난동으로 한국 사회의 생존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국면이 되었다. 온 국민이 깨어나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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