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로고. [사진=연합뉴스]

 

경찰 기동대 내에서 여성 경찰이 청소 주무관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폭로가 인터넷에서 이뤄진 것에 대해 경찰이 해명을 내놨다.한마디로 화장실 비밀번호를 바꾸면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해명이 충분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논란의 발단은 서울경찰청 61기동대 소속 한 경찰관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같은 기동대 소속 여경 6명의 갑질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폭로에 따르면 여경들은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주무관들과 화장실·샤워실 등 공용시설을 함께 사용하지 못하겠다고 상부에 보고하는 한편, 해당 시설의 문 비밀번호를 자의적으로 바꾸는 등의 '갑질'을 행했다.

이 여경들은 그후 온라인에서의 폭로로 자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자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가를 냈다. 이 과정에서 인력 배치 등의 문제로 인해 이미 신청됐던 다른 이들의 휴가는 취소되는 등 혼란과 불편이 야기됐다.

또 이들 중 4명은 갑자기 타 기동단으로의 전출을 요구했는데, 이로인해 인원이 부족해져 남은 인원들의 근무 여건이 더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찰은 8일 이 논란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명을 내놨다. 

경찰은 "감찰 결과 지난달 내부 시설 공사 문제로 공용시설의 비밀번호를 바꿨는데, 주무관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비밀번호가 바뀐 다음날 전달받은 주무관들 역시 문제 삼지 않아 비밀번호를 바꾼 여성 대원이 주의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황상 경찰의 해명이 충분치 않단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인터넷에 해당 사건을 폭로한 남성으로 추정되는 경찰의 귀에 이 소문이 들어갔다는 것은 61기동단 내에서 제법 큰 규모의 풍문이 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경들의 해명을 반박했던 또 다른 폭로자는 자신의 글에서 "여경생활관 구조는 등록된 사람의 지문으로만 열리는 대문이 있고, 그 안에 생활관 및 화장실, 샤워실, 휴게실이 있다. 물론 등록된 지문은 여성분들 뿐이다"라고 했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는, 특히 남성의 입장에서는 매우 알기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남성 경찰들까지 알게 됐다는 것은 기동대 내부에서 실제적인 갈등이 표출돼 제3자가 충분히 인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또 경찰의 해명대로 비밀번호가 바뀐 다음날 이를 전달받은 주무관들이 문제를 삼지 않았다면 곧바로 해결됐다고 해도 무방한데, 왜 남성 경찰관들까지 이 문제를 알게 됐는지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이에 더해 경찰이 말한 '내부 시설 공사'가 어떤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내부 공사를 하게 되면 모두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공사를 하는 측에서 시건 조치를 하게 될 텐데, 공사 주체도 아닌 여경들이 굳이 비밀번호를 바꿨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여경들의 병가 신청을 무턱대고 받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중 4명의 전출 요청을 받아준 것에 대한 경찰 상부의 설명은 아예 없거나 부족하단 문제도 있다. 

61기동대의 지휘자인 6기동단 단장은 이날 경찰 내부 SNS에 "사실 여부를 떠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편하다'를 규정하는 것은 누구인지, 그 감정의 주체와 객체는 누구인지, 직장 내에서 불편함이 생기면 무조건 전출이 용인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단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여경들의 '불편함'을 배려해 타 기동단으로 보낸 것이라면, 받아주는 입장이 된 타 기동단은 '폭탄 떠넘기기'의 희생자가 된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스스로의 잘못과 그에 대한 비판을 정정당당하게 마주하지 못하고 병가, 타 기동단 전출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여경들이라면 타 기동대에 간다 해도 다른 경찰만큼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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