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가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9일 "피해자를 위한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SNS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수사기관, 서울행정법원 등을 거론하며 이들이 가해자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했고 가해자의 죽음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가해자를 믿는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믿음을 강화시키는 밑거름은 무엇일까?"라며 "피해자를 위한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가해자 핸드폰 포렌식을 요청하는 피해자의 요청을 묵살하고 수사기관은 유족에게 봉인된 가해자의 핸드폰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핸드폰 비밀번호를 정확히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라며 "가명으로 조사받은 피해자를 '잡초'라고 칭하며 조롱하기를 반복한 유족 측 대리인이었던 현직 변호사에 대한 고소 사건은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이후 1년이 넘게 검찰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언제까지 피해자에게 묻고 피해자의 싸움을 구경만 할 것인가?"라며 "피해자는 단 한 명이다. 가해자는 1명으로 시작했으나, 무수한 지지자들이 2열, 3열, 4열... 순서를 기다리며 피해자와의 싸움을 준비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를 지지하는 자들이 보이고 있는 수년간에 걸친 일련의 행태는 피해자의 회복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2차 가해행위들"이라며 "2차 가해 중단을 위한 단호한 동참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듭 김 변호사는 "가해자가 엄청난 지지자들을 둔 권력자였을 경우 가해자를 두둔하는 지지자들에 의한 2차 가해는 마치 두더지 게임에서 끊임없이 튀어올라오는 두더지 머리통 같다. 피해자 1명이 수없는 두더지들과 싸우도록 하면 어찌되겠는가?"라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목소리를 낸 이후 2차 가해에 맞서는 것은 피해자가 아닌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차 가해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줄 것인지,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야' '멈추는 것이 좋겠어'라는 동참으로 2차 가해의 자양분이 되는 토양을 없앨 것인지, 그 선택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우리들의 용기와 실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추행으로 피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다큐멘터리는 2021년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전 시장의 측근인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을 비롯한 50여 명을 인터뷰해 쓴 책 '비극의 탄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예고편에서 피해자 측이 밝힌 반복적 성추행 피해에 대해 "전혀 그런 일 없었다. (피해자는) 오히려 비서실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해당 책을 쓴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당사자(박원순)가 이미 사망해서 더 이상 반론을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폭력이라고) 마음대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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