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돈 봉투 · 김남국 코인 이어 불법 후원금
17개 광역시도 지부 후원 공문 보내
내역 중앙회 이메일로 회신 요청
설 의원 · 참전자회 토크쇼 열고 ‘특별법’ 발의
1년 전 비슷한 법안 발의한
윤상현 의원 후원 안내는 없어

또 의혹에 휩싸인 민주당

최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파문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문제로 민주당 정체성에 여러 의혹들이 불거진 가운데,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회장 이화종)와 설훈 국회의원과의 후원을 통한 유착 의혹이 드러나 또 다시 정치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참전자회는 법률상 공법단체로 엄격한 정치적 중립의무를 강조하지만, 설 의원만을 특정해 후원을 안내하고 결과를 취합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돼, 참전자회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과 국회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월남전참전자회가 설훈 의원에게 후원한 결과를 양식에 맞춰 이메일로 보고하라는 공문.[사진=제보자]
월남전참전자회가 설훈 의원에게 후원한 결과를 양식에 맞춰 이메일로 보고하라는 공문.[사진=제보자]

설훈 의원 후원하라 공문 보내고 결과는 이메일로 보고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중앙회가 지부에 내려보낸 공문(2021년 초 추정)에는 더불어민주당 설훈 국회의원 후원 계좌와 의원실 전화번호 등 후원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더군다나 단순히 후원을 안내하는 수준을 넘어 누가 얼마나 후원했는지 ‘결과통보서식’까지 만들어 중앙회 담당 국장 이메일로 보고하라고 해, 참전자회원에게 후원을 강요하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참전자회가 내려보낸 공문에는 '국회의원설훈후원회' 명의의 계좌와 의원실 전화번호까지 자세히 나와있다.[사진=제보자]
참전자회가 내려보낸 공문에는 '국회의원설훈후원회' 명의의 계좌와 의원실 전화번호까지 자세히 나와있다.[사진=제보자]

후원 안내 후 함께 콘서트 열고 특별법 발의

설 의원은 국회 국방위 소속으로 참전자회 이화종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설 의원과 함께 2021년 4월 5일 광복회관에서 참전자 수당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2022년 2월 15일에도 함께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또한, 설 의원은 지난 2021년 5월 18일 월남전 참전군인에게 전투근무수당에 준하는 ‘명예보상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월남전 참전군인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제는 설 의원이 토크 콘서트와 특별법 발의 전인 2021년 초에 참전자회가 설 의원 후원을 안내하는 공문을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있는 지부에 내려보냈다는 점이다. 이는 시기상 참전자회와 설 의원실 간에 후원과 법안 발의를 둘러싼 모종의 합의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참전자회 중앙회는 “절대 있을 수 없다. 그거는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다. 공문 보낸 적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참전자회의 답변은 설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설 의원실 담당자는 “월참전우회원분이 의원실로 얘기를 해 주셨다. 중앙회에서 이렇게 했다는 게(설훈 의원 후원 안내 공문 발송) 맞느냐고 물어보신 것 같다”며 “저희는 중앙회에서 공문이 내려간 지는 몰랐다. 나중에 문제가 될만한 소지라는 걸 저희도 인식하고 있었다. 2021년 2월 1일 공문(참전자회의 설 의원 후원 안내)을 철회하고 회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참전자회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 통화에서 참전자회 중앙회가 설 의원의 후원을 안내하는 시점이 2021년 초로 예상된다.

2021년 4월 5일 참전자회와 함께한 토론회에서 설훈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월남전참전자회 유튜브 갈무리]
2021년 4월 5일 참전자회와 함께한 토론회에서 설훈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월남전참전자회 유튜브 갈무리]

앞서 법안 발의한 윤상현 의원은 후원 언급 없어

국회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에게 참전자의 복지를 위해 의견을 전달하고 함께 행동할 수도 있다. 또한, 도움을 준 국회의원에게 개인적으로 후원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민주당 설훈 국회의원을 특정해 참전자회 중앙회가 공개적으로 후원을 안내했다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참전자의 명예를 위한 활동은 민주당 설훈 의원만 노력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도 법안을 발의하는 등 힘을 보탠 것으로 확인됐다.

설 의원이 2021년 5월 발의한 법안과 비슷한 법안인 ‘월남전 참전군인 전투근무 보상특별법안’이,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에 의해 설 의원 발의 1년 전인 2020년 8월 3일 제안됐다.

이와 관련해 윤상현 의원은 “참전자의 명예 회복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참전자회에서 저에 대한 후원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2023년 5월 3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월남전참전자회 이화종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사진=임국주 기자]
2023년 5월 3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월남전참전자회 이화종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사진=임국주 기자]

“회장이 스스로 법률과 참전자회 정관 위반, 책임지고 물러나야”

참전자회 회원 A 씨는 “설훈 의원에게 후원금 보낼 것을 독려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하는 행위는 현행 법률과 단체의 정관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며 “17개 지부와 228개 지회장에게 최소 10만 원씩 후원하라고 했으니 3000만 원 이상이 후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스스로 규정을 위반한 이화종 회장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따르면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공직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으며, 또한, 참전자회 정관 제4조에도 ‘본회는 정치 활동을 할 수 없으며, 특정 정당의 정강 정책을 선전하거나 특정 공직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 행동을 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광주=임국주 기자 kjyim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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