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사진=민노총)
언론노조.(사진=민노총)

지난주 MBC 노동조합이 현재 MBC 보직자 148명 가운데 132명이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리스트를 발표하였다. 그중에는 임원급인 본부장과 국장, 부장, 팀장 같은 상위직 관리자들도 포함되어 있고, 회사를 대표하는 노사협상 실무책임자라 할 수 있는 인사부장과 노무부장까지 언론노조원으로 밝혀졌다.

현 사장을 비롯해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사장들이 모두 언론노조 활동을 주도했던 인사들이어서 이 발표가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중견 간부 이상은 통상 노조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노동계의 상궤에 비추어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또 노조의 역할이 피고용자의 권익이나 복지를 위해 고용주나 경영자를 견제하는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MBC가 그동안 비판받아왔던 ‘노영방송’임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경영책임자부터 주요 간부들을 비롯해 대다수 구성원이 같은 노조에 속해 있는 상태에서 견제와 균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언론노조가 조직과 경영 그리고 편성을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아독존적 결정 기구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처럼 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언론노조가 정치권력과 완전히 독립된 조직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KBS와 MBC를 비롯한 주요 공영방송의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조합은 민주노총 산하의 산별노조 형태로 되어 있다. 알고 있는 것처럼 민주노총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정치성이 매우 강한 전국 조직이다. 

언론노조 역시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이념에 따라 정치적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언론노조 ‘정치위원회 규약’에는 “조합의 강령과 규약, 정치방침에 따라 조합의 정치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노총과 제 민주 단체 및 진보 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노동자 민중을 정치세력화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약 제2조에 ① 노동자 정치세력화 및 진보정당 활동 관련 교육 선전 ② 노동자의 정치활동 역량의 조직화 ③ 정치방침 수립 및 정책 개발 ④ 각종 정치행사 주관 및 참여 조직화 사업 활동 등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정치적 목적을 표방하는 언론노조의 활동은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방송법 제6조 ①항과 “방송은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하는 경우 의견이 다른 집단에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또한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경우에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⑨항과 본질적으로 배치될 수 밖에 없다.

언론노조는 방송을 공정성이나 객관성이어야 한 주체가 아니라 자신들이 정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언론노조와 노조원의 방송행위는 정치적 독립성을 추구하는 방송법과 공영방송 정신에 부합하지 않은 불법 활동인 셈이다, 그럼에도 지난 정권은 노동조합을 마치 방송의 공정성을 결정하는 주체로 법제화하려 부단히 시도하였다.

대표적으로 방송법 제4조 편성규약 조항을 강화해,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법제화하려 하였다. 많은 저항에 부딪쳐 법제정에는 실패했지만, 2018년 KBS, MBC, SBS가 산별 노사 협약을 통해 지금까지 실행되고 있다. 말이 노사협약이지 같은 언론노조 구성원끼리 사실상 각본에 따라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협약에는 편성규약 제정뿐 아니라 ‘보도·제작·편성 간부 임명 시 종사자 의견 반영’ ‘시청자위원 추천 심의의결’ 같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KBS와 MBC 언론노조는 사장과 임원을 비롯한 경영진, 편성위원회 그리고 시청자위원회까지 장악하면서 절대 권력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마치 지난 정권이 권력구조 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정권에 대한 감시·견제 기구들을 완전히 무력화내지는 형해화시킨 것과 매우 흡사하다. 여기에 사실상 정권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회와 연대해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해왔다. 

정치권력과 방송이 상호 이익을 매개로 결탁된 ‘조합주의 후견 체체’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사실상 언론노조 통제권에 있는 단체들에게 이사 추천권을 준다는 방송법 개정안 뒤에는 이런 사악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언론노조를 대리인으로 KBS와 MBC 이사회를 영구 장악해, 지난 정권이 구축해 놓은 노영방송 체제를 견고하게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언론노조 정치규약에 규정된 진보 정치세력의 확실한 도구가 되겠다는 이기도 하다. 어쩌면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감시와 견제라는 민주주의 체제회복을 위해서 시급히 척결해야 할 적폐 중에 적폐라 할 수 있다.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선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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