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박 배뱅이라 불러주세요."
'평안도 배뱅이굿' 인간문화재
박정욱 명창의 두번째 발표회
서도소리 보유자 故 이은관 명창
직계제자로 代 이은 예술혼
흥겨운 소리ㆍ재담에 굿거리 장단
미신에 빠진 양반들 풍자한 해학
박명창, 신당동 보세공장 건물에 
'가례헌' 차리고 외롭게 명맥 이어 

박정욱 명창이 무대 위에서 배뱅이굿 한 대목을 열창하고 있다. [서도소리보존회 제공]

"왔구나 왔소이다 /불쌍히 죽어 황천갔던 배뱅이 혼신/평양 사는 박수 무당의/몸을 빌고 입을 빌어/오늘에야 왔소이다/우리 오마니는 어디갔나요 /오마니/오마니."

서도소리의 대표곡인 ‘배뱅이굿’의 한 대목이다. 

오는 18일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풍류극장에서 배뱅이의 한을 풀어주는 신명나는 굿판이 벌어진다. 

지난해 서도소리의 본향인 평안남도(도지사 이명우)로부터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 5호  ‘평안도 배뱅이굿’ 예능 보유자로 지정받은 박정욱(58) 명창이 두번째로 갖는 발표회다. 공연은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가 후원한다.  

공연타이틀은 '배뱅이굿-서도재담소리의 향기'. 

서도소리는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서도지역)에서 전승되던 민요나 잡가 등을 말한다. 

같은 '소리'여도 서도소리는 남도의 판소리와 궤를 달리한다. '동편제', '서편제'로 대표되는 판소리가 구성지면서도 굵게 떨리는 소리 등 시김새(후렴구 등 장식음)가 큰 반면 서도소리는 시종일관 높은 음으로 서글픈 가락을 엮어낸다. 

판소리가 남도의 '육자배기'에 유래를 두고 있다면 '서도소리
'는 수심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배뱅이굿은 그같은 서도소리를 대표하는 공연이다.  

박 명창은 '배뱅이굿'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은관 명창(1917~2014.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보유자)의 직계 제자다. 

허덕선과 계장화 그리고 김관준에 이어 김종조,최순경,김주호,이인수, 김칠성 등이 이어왔고 김계춘, 이은관에 전수돼 TV,라디오 등 대중매체를 타고 널리 사랑 받았다. 

해방과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2대,3대에 걸쳐 배뱅이 굿의 명창들은 그처럼 명맥을 이어왔다.  

"평양 일대에서 '배뱅이굿'으로 무대에 오른 서도소리의 명창들은 '성 씨'에 따라 최배뱅이, 김배뱅이, 이배뱅이 등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저도 앞으로는 '박 배뱅이'로 불리고 싶어요."

공연을 앞두고 만난 박정욱 명창은 "국악 팬들께서 판소리 뿐 아니라 서도소리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다면 좋겠다"며 그같은 바람을 전했다. 

배뱅이굿의 내용은 최 정승이 느즈막히 귀하게 얻은 무남독녀 외딸이어서 이름도 오래오래 살라며 ‘백의 백갑절(百百, 배뱅이)’로 지은 배뱅이가 남의 가정집 도령과 약혼을 해 놓고, 우연히 시주 왔던 상좌중과 눈이 맞아 상사병으로 죽으며 시작된다. 

생전의 이은관 명창(왼쪽)과 함께 한 박정욱 명창. [서도소리보존회 제공]
박정욱 명창이 신당동 보세공장 5층에 차린 연구실 겸 공연장 '가례헌'에서 국악팬들이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최정승 부부가 팔도 무당을 불러 석달 열흘째 굿을 하는데…평양에서 온 건달 청년이 주막집에서 배뱅이가 죽은 사연을 자세히 듣고 배뱅이 혼을 불러 내는 굿판에 뛰어들어 엉터리 굿을 펼쳐 최정승의 재산을 챙겨 주모랑 떠나간다.

미신에 빠진 양반들을 풍자한 해학으로 1920~1940년대 서울에서 남도 판소리가 유행할 때 마천령 서쪽 지방인 평안남북도와 황해도 북부 지역인 관서지방에서는 ‘서도소리’의 대표 공연인 배뱅이 굿이 뜨고 있었다. 

18일 무대에서는 명창 박정욱이 10여년을 야심차게 공들여 준비해 온 서도 재담소리 6곡과 함께 배뱅이굿을 선보인다. 변강쇠 타령에다가 '멍멍' 개짖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개타령까지 서도소리의 진수가 펼쳐진다. 

공연에는 문하생 박희순, 최호섭, 진숙경, 이명자, 김현주, 최윤경, 김창식, 임영미, 강정화, 박노환, 김병태 11명이 대거 참여, 흥겨운 소리와 재담에 평양무당들의 굿거리 장단까지 더해줘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한편 박 명창은 신당동의 오래된 보세공장으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5층에 연구실 겸 공연장인 ‘가례헌’을 차려 고군분투하며 후학 양성과 함께 서도 소리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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