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18 행사는 '윤석열 퇴진' 목표로 총집결한 인상"

5.18 기념일을 앞두고 광주 시내에 내걸린 여러 단체의 현수막들이 시민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또는 윤석열 대통령 타도가 5.18 정신이라는 선전 문구들이 5월의 광주를 물들이고 있는 현장이다.

진보당은 "윤석열 퇴진이 오월정신이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앞서 진보당은 강성희 의원이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됨으로써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강 의원이 국회 상임위 중 유일하게 결원이 있는 국방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진보당은 통합진보당의 후신 정당"이라며 "위헌 정당의 명맥을 잇는 진보당 소속 의원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국방 기밀을 다루는 국방위에 배치되는 게 과연 국익과 헌법정신에 부합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당의 성일종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강 의원은 과거 국가전복을 꿈꿨던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라며 "강 의원이 국방위에 발을 들이도록 놔두는 일은 국가 위해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강 의원은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을 보좌진으로 채웠다. 강 의원은 진보당 경기도당 용인시 지역위원장인 A씨와 진보당 정책기획위원을 지낸 B씨를 4급 보좌관으로 정식 등록했다. 이들은 통진당 당권파 소속으로, 이석기·이정희·김재연 전 의원의 보좌관을 했던 인물들이다. 진보당은 "당원 대다수가 진보당이 생애 첫 정당"이라며 통진당 후신이 아니라는 점을 강변해왔다. 하지만 통진당 당권파 핵심인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강 의원과 함께 나란히 국회에 들어온 셈이라 "과거 통진당 세력이 국회에 재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 출신 이상직 전 의원이 각종 비리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진 선거였다. 이재명 지도부는 이런 이유로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민주당 의원이 강 의원 선거를 도왔다는 말이 나왔다. 통진당 계열 인사의 국회 진입의 길을 터준 게 민주당이라는 지탄이 있었던 이유다.

이런 민주당에서 내년 총선 광주 동남을 공천을 노리는 이정락 광주전남 정치개혁연대 운영위원도 "5.18 윤석열 퇴진"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전라남도당, 민중민주당(민중당) 등은 "5.18정신 계승하여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광주항쟁정신계승! 윤석열타도! 북침핵전쟁연습금지! 미군철거!" 등의 선전 문구를 내걸며 여론전에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윤석열 정권 퇴진!" "노동탄압 중단하라!" "독재정권은 국민에게 정의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법에 대한 존경심을 강요한다" "오월정신 계승하여 조국을 통일하자!" "5.18진상규명 미국놈들 몰아내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광주 시내에 내걸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윤석열 퇴진이 5.18정신계승이다!"라며 앞서 열린 5.13 대학생 시민 촛불문화제 참여를 홍보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광주전남 촛불행동과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주관했고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주최해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촛불문화제였다.

국민의힘 광주서구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는 17일 펜앤드마이크에 "올해 5.18 행사는 '윤석열 퇴진'이라는 정치적 목표로 총집결한 인상"이라며 "해마다 5.18이 되면 반 대한민국 성격의 구호가 난무하지만 문재인 등 좌파 정권이 집권할 때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졌던 반면 올해는 어느 때마다 정부에 대한 증오심이 불타오르는 상황 같다"고 전했다.

주 대표는 "5.18부상자회와 유공자회 등이 지난 2월 19일 특전사동지회(1980년 당시 진압군 출신들)와 함께 5.18묘역을 참배했다. 이들에 대한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며 "합동 참배를 주도한 황일봉 부상자회 대표를 전남대민주동문회가 영구 제명하는 등 개인에 대한 비난도 왕따도 도를 넘었다"고 했다. 이어 "결국 5.18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를 가로막아 이 문제를 앞으로도 끊임없이 정치 이슈화하고 반정부 활동의 소재로 삼으려는 의도가 점점 노골화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 1년은 퇴행의 시간이었다. 검찰 독재로 민주주의는 무너졌고, 경제위기로 민생은 파괴됐으며 맹목적 굴욕외교로 한반도는 위기에 빠졌다"며 "나라를 팔고 국정을 농단한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는 퇴행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좌파 진영을 향해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멈추고 국민을 살리는 '반윤석열 공동행동'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17일에도 윤 상임대표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김광동을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오월 영령과 광주 시민을 모욕했다"며 "군부독재는 검찰독재로 부활했고, 피로써 쟁취했던 민주주의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80년 5월 이전으로 돌아간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광주 민심의 준엄한 경고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진보당은 윤 대통령의 '광주 하루 방문 정치쇼'를 반대한다"며 "5·18 정신 헌법 수록과 김광동 파면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하더라도 5·18을 언급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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