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의해 해킹된 것으로 알려지고도 외부 점검을 끝까지 거부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결국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합동 점검을 받기로 했다. 전·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5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의원들은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의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박찬진 사무총장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선관위, 국정원, KISA 등 3개 기관이 합동 점검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선관위가) 세부적으로는 합동 점검에 여야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 위협을 고려해 가급적 빠른 시간에 3개 기관이 보안 컨설팅을 시작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안위에서 확인한) 북한 사이버 공격 7건 중 6건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인지 자체를 못 한 것으로 안다"며 "(면담에서) 이에 대한 책임도 질의했다"고 말했다.

그간 선관위는 북한의 해킹 공격을 당했음에도 국정원 등의 점검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정부의 보안 점검 권고를 무시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는데도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행안부·국정원의 보안 컨설팅을 받을 경우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버텼다.

선관위는 행안위 소속 여당 의원들의 문제제기와 국정원의 보안 점검을 받으라는 압박 등이 이어져 합동 점검을 최종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박 사무총장을 상대로 선관위 직원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 등도 따져 물었다. 이만희 의원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에 모두가 인식을 같이 했다"며 "선관위 특별감사위원회의 감사 범위가 현직 사무총장 등 3명에 한정된 점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감사원을 비롯한 외부 감사와 전수조사 등을 요구해왔다. 이 의원은 이날 박 사무총장을 대면한 자리에서도 "보다 투명하게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기관의 감사를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박 사무총장은 "선관위의 자체 감사를 지켜봐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선관위 소속 5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녀의 선관위 재직 현황을 조사하는 중"이라며 "자녀 재직 확인시 현재 소속을 비롯해 경력직 채용 여부도 함께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의 자녀가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22년, 2018년에 각각 선관위 경력직으로 채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박 사무총장과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채용 당시 사무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자기 자녀를 채용할 때 최종 결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아빠 찬스"라며 선관위 직원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연일 성토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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