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SBS 8시 뉴스에 나온 '임산부 에스코트 경찰 거절 사건'의 당사자 A씨. [사진=SBS 유튜브]

 

모처럼 여론이 경찰을 두둔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경찰이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의 장거리 에스코트(보호하면서 데려다주는 행위)를 거부한 것에 대한 비판 기사가 보도되자 네티즌들이 오히려 경찰이 옳은 행위를 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22일 SBS는 8시 뉴스를 통해 임산부가 위급한 상황인데도 '관할이 아니다'란 이유로 에스코트를 거부한 부산 경찰에 대한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거주하는 A씨는 자신의 아내가 출산 징후를 보이자 승용차에 태우고 평소 다니던 해운대구의 산부인과로 향했다. 하지만 도로가 정체되자 정차해 있던 경찰 순찰차로 가 데려다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관할 구역이 아니다'란 이유로 거부했으며, A씨가 112에 다시 전화했을 때에도 "119에 전화해 도움을 받아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호송을 거부했던 지구대 측에서는 A씨에게 일선 경찰관의 상황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의 기사는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태아의 생명이 위급한 아찔한 상황이었다"며 사실상 경찰을 비판하는 논조다. 또 A씨의 인터뷰를 직접 내보내며 A씨의 입장을 두둔했다. 

A씨는 "의사 말로는 조금만 더 늦었으면 탯줄이 목에 감기거나 탯줄을 아이가 씹어서 장폐색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었다고 정말 빨리 오길 다행이라 했다"며 경찰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기사의 작성 의도와는 달리 정반대다. "이게 왜 경찰 탓이냐" "남편이 제정신인가" "이걸 기사로 쓰는 기자도 제정신이냐. 어이가 없다"는 댓글이 많다.

여론은 그 이유로 "부산 강서구에서 해운대구까지 30Km정도 되는데 이는 수도권으로 비유하면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의 거리가 된다"며 "대통령이라도 되나. 다급하면 119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지 왜 경찰에 연락을 하나"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부산 강서구에서 해운대까지 거리가 30km에 달하는데 이 거리를 경찰에게 에스코트 해달란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네티즌들은 그러면서 "정말 자기 아내와 태어날 아이가 위험했으면 굳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병원으로 가야 했냐"라며 "이번 사건은 공권력에 갑질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A씨가 119가 아닌 112에 연락한 이유가 119의 원칙 때문이라 보고 있다. 즉 119에 연락할 경우 인근에 위치한 가장 가까운 지정병원으로 데려다주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112에 연락했단 것이다.

또 남편 A씨가 SBS 뉴스에 직접 등장해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서도 좋게 보지 않고 있다. '여론전'을 하려 하는 것 아니냔 것이다.

네티즌들은 "경찰이 도움을 줄 순 있지만 이번 사건은 도가 지나친 상황인 것 같다"며 "저만큼 응급한 상황에서는 처치가 가능한 규모의 병원 중 최대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갈 수 있게 했어야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굳이 경찰이 사과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안 좋은 선례만 남기게 됐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한편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경찰차로 임산부 에스코트 하는 건 그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엔 "경찰은 범죄, 긴급신고(를 담당하는 것이) 112"라며 "응급구조 할 능력도 없고 그럴 만한 장비도 없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그러면서 "30km 구간이면 최소 한 시간 넘게 걸리고 더군다나 저기 (부산) 저 지역은 상습 정체구간"이라며 "옆 동네도 아니고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구역으로 이동하다 정작 맡고 있는 구역에서 살인 등 강력사건 나오면 그 공백은 어쩌라는 말이냐"라고도 비판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낸 황당한 제보일 수 있단 지적이다.

SBS 보도 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익명 경찰의 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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