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1일은 입양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은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스스로 돌아보아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이다.

가정은 인간이 삶을 시작하는 곳이며 우리의 삶의 터전이다. 자녀들이 탄생하고 자라나며,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는 법을 배우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익힌다. 벌이와 씀씀이의 기본적 주체이고,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 일부에서 다양한 가정의 형태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대안가족’은 혈연, 결혼, 입양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에서 벗어나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가족으로 경제, 생활, 여가 등을 함께 하며 일상생활을 협동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의미를 품은 공동체를 뜻한다.

지금 논의되는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안>과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은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하면서 일상적인 부양, 양육, 보호, 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이를 가정으로, ‘성년이 된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생활, 가사 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고 부양하는 경우’에 이를 생활동반자로 본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미 사회의 변화에 따라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을 포용하고 차별 철폐-차별(差別)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을 말하나, 여기서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이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을 말함-를 위해 법률을 재개정하자는 시도이다.

현재 제기되는 문제는 ‘다양한 가정’(생활동반자 관계를 포함)을 대한민국의 제도로 받아들일 것인가와 실재 존재하는 ‘다양한 가정’에 관한 이른바 ‘차별’에 관한 것이다.

주거공동체는 ‘다양한 가정’ 또는 ‘생활동반자 관계’와 다르다. 왜냐하면 ‘주거공동체’는 육체적 결합(성적 결합)이 없다. 따라서 ‘주거공동체’는 거주 형태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으나, ‘다양한 가정’ 또는 ‘생활동반자 관계’는 거주 형태의 하나가 아니다.

‘다양한 가정’ 또는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하여 ‘가정’과 같이 법적 대우를 하자는 주장에는 애정을 기초로 하는 육체적 결합(성적 결합)이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거주 형태를 다양하게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고 동성혼, 일부다처 내지 일처다부 등에 대해 그 가능성을 열어 놓고 받아들이자는 것이 된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며 남녀의 평등을 기초로 하는 일부일처제를 국가 제도로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남녀가 결합하는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의 ‘가정’을 상정한다. 동성혼이나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는 헌법이 인정하지 않는다. ‘다양한 가정’ 내지 ‘생활동반자 관계’를 대한민국의 제도로 받아들이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일이다. 사회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논의를 시작할 수는 있으나 대한민국에서 이를 제도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주거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이 실제로 육체적 결합(성적 결합)을 하며 ‘다양한 가정’ 또는 ‘생활동반자 관계’를 이루는지 관여할 수 없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미 헌법은 사실상 ‘다양한 가정’ 내지 ‘생활동반자 관계’를 이루며 살고 있는 국민들의 삶을 보호하고 있다. 그들이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 내지 ‘다양한 가정’, ‘생활동반자 관계’를 이룬다는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가정’ 내지 ‘생활동반자 관계’를 대한민국의 제도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문제제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차별(差別)이라는 개념을 혼동하는 것이며 국민들이 전통, 관습 등 그 밖의 여러 이유를 근거로 받아들인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가령 사실혼 배우자는 상대방이 사망할 경우 상속권 및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혼인을 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사자의 선택이다. 국가의 제도를 선택하여 그에 따른 혜택을 수용하거나, 다른 이유로 선택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 및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여 차별이라 하지 않는다. 동성혼이나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를 선택할 수 없다고 하여 이를 차별이라 할 수 없다. ‘다양한 가정(대안가정)’, 예를 들어 동성혼을 한다는 이유로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되지만 대한민국이 인정하지 않는 제도를 선택한 데 따른 불이익은 개인이 수용하여야 한다.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안>,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여 입법하려 하고 ‘다양한 가정(대안가정)’에 대한 차별금지를 주장하며 퀴어 축제를 하는 것은 그들의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내가 이런 법률안을 비판하고 ‘다양한 가정(대안가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동성애 내지 동성혼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이 내게 보장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가정의 달을 보내며 대한민국이 이런 중차대한 문제와 관련해 건강한 토론을 심화시켜나가기를 소망한다.

강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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