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의 동반 자진사퇴로 초유의 수뇌부 공백 상태에 이르렀다. 선관위는 후임 인선까지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업무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선관위 관계자들은 이번 주 박 총장과 송 차장 면직을 위원회 회의에서 공식 의결하고, 직무대행 체제 구성과 후임 임명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법과 훈령에 따라 총장이 없을 때는 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고, 차장이 없을 때는 기획조정실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하지만 총장·차장이 모두 공석인 경우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도 전례도 없다.

이 때문에 선관위는 기조실장이 총장·차장 업무를 대행하는 방안, 차장 아래 기조실장과 선거정책실장이 업무를 나눠 보는 방안 등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선관위는 국가정보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진행하기로 한 북한 해킹 관련 보안점검과 5급 이상 직원 자녀 특혜채용 전수조사도 계획대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뇌부 공백을 초래한 자녀 특혜채용 전수조사와 관련해선 조사 대상을 재직자뿐 아니라 퇴직자까지 넓히기로 했다. 퇴직한 세종 상임위원 자녀 채용 의혹까지 최근 터져 나온 데 따른 영향이다. 별개로 진행 중인 특별감사위원회의 감사 대상도 박 총장, 송 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등 3건에 추가로 의혹이 제기된 경남 선관위 간부 자녀 건까지 확대했다.

선거 부실 관리, 북한에 의한 서버 해킹 등에도 꿈쩍않던 선관위는 직원들의 자녀 특혜채용 파문에 일거에 무너졌다.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선관위를 향해 여권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노 위원장은 임기가 5년이나 남았다. 대법관 퇴임 때 선관위원장 자리까지 내려놓는 관례를 고려하더라도 2026년까지는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여권의 계속되는 사퇴 압박에 노 위원장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의 압박은 앞으로 진행될 사무총장·차장 인선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선관위 사무총장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내부 승진'을 통해 임명돼왔다. 이 때문에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시·견제는 어려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신임 사무총장은 외부 인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측에선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스스로 수술하기에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본다"며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외부에서 데려와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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