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0시부터 코로나 19에 대한 대부분의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사실상의 엔데믹에 진입한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7일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병원급 의료기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해제된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코로나 방역 소독제로 사용 ...그 원인과 책임 소재를 따져봐야

그러나 코로나19 때 많이 쓰인 방역 소독제 문제는 그 폐해와 책임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JTBC가 ‘독성 소독제가 지하철 등 방역 현장에서 여전히 분사되고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독성 소독제 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JTBC는 가습기 살균제 물질인 4급 암모늄 화합물이 코로나 소독제로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사진=JTBC 캡처]
지난 17일 JTBC는 가습기 살균제 물질인 4급 암모늄 화합물이 코로나 소독제로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사진=JTBC 캡처]

JTBC는 지난 17일 “코로나 19때 많이 쓰던 방역 소독제 중에 4급 암모늄 화합물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에도 사용됐던 독성이 강한 성분인데, 수건에 묻혀 물건을 닦는 데는 쓸 수 있지만, 분무기로 뿌리면 절대 안 된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코로나19 기간 식당, 지하철, 어린이집, 동네 골목길까지 마구 뿌려지던 방역 소독제를 보며 “저거 위험하지 않나? 도대체 무슨 성분일까?”라는 의심을 한번쯤 품어보았을 것이다. 기자도 당시 분무 소독을 하는 사람에게 “이 소독제 성분이 어떻게 되나요?”라며 직접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저는 모릅니다. 구청에서 뿌리라고 해서 뿌립니다”였다.

4급 암모늄은 우리나라에서 17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

4급 암모늄은 살균제·탈취제·세제 등에 흔히 쓰이는 물질이다. 우리나라에서 17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으로 알려졌다. 세균·바이러스뿐 아니라 동물·사람의 세포에도 비슷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해외 연구들이 나오면서 해당 물질의 독성 및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호흡기에 흡입되었을 때 폐 섬유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건강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코나 입으로 들어가는 분무 형태로 사용하면 위험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흔히 목격된 방역 소독 장면. 4급 암모늄이 포함된 소독제는 실내용으로 허가됐지만, 외부에서도 무분별하게 살포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기간 동안 흔히 목격된 방역 소독 장면. 4급 암모늄이 포함된 소독제는 실내용으로 허가됐지만, 외부에서도 무분별하게 살포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JTBC는 ① 방역용 소독제에 쓰인 4급 암모늄 화합물의 흡입독성을 환경부가 알고도 분사 금지를 강제하지 않았다는 점과 ② 환경부가 21년부터 수행해 온 흡입독성 실험에 대해, 관련 자료가 없거나 흡입독성실험을 했음에도 실험 자체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문 정부 때인 2020년 환경부가 4급 암모늄을 코로나 방역 소독제로 승인

JTBC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가 4급 암모늄 성분을 코로나 방역 소독제로 승인한 건 2020년 초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소독부터 하자’는 방역 시책을 정했고, 전문가들은 “전염병 확산 방지에 급한 나머지 제대로 된 용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체내 흡수된 살균제에 따른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2020년 2월 25일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환경부는 4개 유효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 △알콜(70%) △제4급암모늄화합물 △과산화물(peroxygen compounds)을 함유한 방역용 소독제 환경부 승인제품을 총 77가지로 제한하며, 소독제 사용 시 물체 표면을 충분히 젖도록 한 후 닦아서 살균하는 방법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상정된 '코로나19 3법(검역법·의료법·감염병예방관리법)'이 2020년 2월26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된 감염병예방관리법 제51조(소독 의무) 제1항에 따르면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청소나 소독을 실시해야 하고 이 경우 소독은 사람의 건강과 자연에 유해한 영향을 최소화하여 안전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보호장비 꼭 착용하도록 돼 있어” 해명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제4급암모늄화합물 사용 승인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4급암모늄화합물이 들어간 제품들은 실내 공간에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일단은 긴급한 상황이라서 그렇게 승인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이 물질 자체가 수생태 쪽으로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밖에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저희가 승인한 제품들은 사용 시 주의사항에 보호 장비를 꼭 착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채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4급 암모늄이 포함된 소독제를 사용할 경우 보호 장비를 꼭 착용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만 쓰고 살포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4급 암모늄이 포함된 소독제를 사용할 경우 보호 장비를 꼭 착용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만 쓰고 살포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는 2020년 3월15일 배포한 지자체 코로나19 대응지침을 통해 "바닥이나 표면은 분사가 아닌 소독제가 묻은 걸레나 천으로 반복적으로 닦음. 소독제를 분사하는 소독방법은 적용 범위가 불확실하고 에어로졸(Aerosol,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는 작은 고체 및 액체 입자) 생성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바닥 및 표면 소독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방역현장에서는 표면을 걸레나 천으로 닦지 않고, 소독제를 분사하는 방법으로 진행돼

하지만 실제 방역현장에서는 수급의 어려움, 대체제에 대한 홍보 부족 등 각 지자체별 갖가지 이유로 인해 무분별한 소독이 진행됐다. 실제로 방역 실태를 취재한 각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러 지자체는 소독제의 사용방법과 주의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소독제 오용이 발생해도 책임지고 바로잡을 임무가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관계자는 "환경부의 역할은 제품신고와 승인 및 불법제품관리 등 소독제를 관리해 사용량·사용방법·주의사항을 지자체에 고지하는 것"이며,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방역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4급 암모늄 화합물 들어 있다고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어” 주장

환경부의 역할이 소독제 승인과 관리라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중앙사고수습본부장(중수본)으로 방역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런데 중수본 관계자는 지자체의 방역 실태 파악과 관리·감독 여부에 대해 "기본적으로 방역이라는 게 중앙에서 지도·감독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며 "중대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지자체를 일일이 관리·감독하진 않는다"며 "그것은 지자체의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소독제의 수급에서 소독제 성분에 대한 부족한 정보까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가 스스로 최선의 방역을 실시하길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소독제와 관련해 방역을 제대로 통제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셈이다. 서로 책임을 미루며 ‘남탓’만 하는 통에, 전 국민은 독성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JTBC의 첫 보도 이후 환경부는 18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① 방역용 소독제는 표면 소독용으로 승인되었고 4급 암모늄 화합물이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과도한 우려와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② 호흡 독성 시험 자료가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18일 환경부가 해명한 보도자료. [사진=환경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 18일 환경부가 해명한 보도설명자료. [사진=환경부 홈페이지 캡처]

환경부의 해명 자료는 '환경부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해당 성분에 대해 지자체에 고지할 때 분사 금지를 ‘권고’가 아닌 ‘강제’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환경부가 안이하게 대처하는 동안 독성 화합물에 3년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전 국민, 그 중에서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살포된 독성 화합물을 흡입한 어린이들이 입은 피해는 어떻게 치료하고 보상받아야 하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분별하게 살포된 4급 암모늄 화합물을 누가 승인하고 살포를 지시했는지 지금이라도 책임자를 찾아서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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