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0만 국민 모두 승리" 
에르도안 52%, 클르츠다로을루 48%
푸틴 "독립적 외교정책 지지 증명"
최장 30년 집권가도 열어
권위주의 체제·팽창주의 노선 유지 예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재선에 성공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로이터 연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재선 성공 소식에 28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거리에서 에르도안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튀르키예(옛 터키)에서 대선 결선 투표가 종료된 가운데 '종신집권'에 도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권교체'를 노린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를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인 최고선거위원회(최고선거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진행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고선거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751만3587표(52.14%)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2526만109표(47.86%)를 얻은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를 제쳤다.

이날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며 승리가 확정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가 오늘 유일한 승자"라며 "8500만 국민 모두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투표 종료 직후부터 에르도안 대통령의 거처에 모여든 수천 명의 지지자들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스탄불 시내에서도 지지자들이 차량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7년 개헌을 통해 독재의 포석을 깔았다. 기존 헌법은 대통령 연임을 한 번만 가능하게 해 에르도안의 임기가 2019년 끝나야 했다. 

하지만 새 헌법에 따라 실시되는 ‘첫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경우 기존의 임기를 집계하지 않고,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하도록 해 2033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럴 경우 2003년 총리로 시작된 그의 집권 기간은 30년까지 연장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권력을 통해 사회와 언론을 탄압한 인물로 평가받는 한편, 지지자들 사이에선 튀르키예를 현대화한 인물이자 이슬람주의를 강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따라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 세속주의가 퇴색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이슬람주의가 전면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함께 강력한 튀르키예를 목표로 한 지역 패권 추구 외교 노선과 함께, 친러시아 노선 및 서방과의 불편한 관계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이면서도 미국이나 서방 여러 국가와의 대척점에 서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친 러시아 행보를 보여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튀르키예와의 경제 협력을 꾸준히 강화해온 러시아로선 이번 결과에 안도하게 됐다.

때문에 미국이 추진해온 '대러 봉쇄전략'이 에르도안의 재선으로 차질을 빚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 출연, "재선 시 기존의 외교 노선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며   "우리는 서방이 한 것처럼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상황이 아니며, 서방 제재에 얽매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성거 결과가 발표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승리는 튀르키예 수반으로서 사심 없는 노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립적 외교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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