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몰도바의 불보아카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 2차회의에 참석한 유럽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의 40여개국 정상들이 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몰도바에 모였다. 유럽 안보 문제를 비롯한 지역 공통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들과 그외 비(非)EU 20개국 정상들은 유럽정치공동체(European Political Community, EPC) 2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몰도바의 수도 키시나우에서 35km정도 떨어진 불보아카에 모였다. 

EPC는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 투자, 유럽인의 유럽 내 이동과 교류 등에 대한 정치적 협력 공간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체로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했다. 1차 회의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있는 프라하 성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의 화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한 유럽의 안보·경제 위기에 대응해 범 유럽 권역이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불보아카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20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야기한 러시아를 겨냥했단 해석이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EPC에서 배제된 러시아에 "러시아가 여기 없는 이유는 우리가 초대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이 커뮤니티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라 밝혀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EPC 개최국인 몰도바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주요 목표는 유럽 대륙의 평화를 회복하고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몰도바와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 참석했는데, 그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한 몰도바에 감사 의지를 나타내고 "우크라이나와 몰도바는 어깨를 맞대고 EU 가입을 위해 일할 운명"이라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서방 군사동맹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가입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회의 참가국들에게서 전투기 지원에 관한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지만, 어떤 나라들이 지지했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등 인접국에게서 소련 시대 전투기인 미그-29기를 지원받은 적이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주요 7개국(G7)의 우크라이나 조종사 F-16 조종 훈련 공동 지원 결정까지 이뤄지면서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가 지원될 것이란 희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산두 대통령은 몰도바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지난해 6월 EU가입 후보국 지위를 획득한 점을 언급하며 "EU가입을 위한 회담이 가능한 한 빨리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산두 대통령은 참석 국가들에 "여러분의 존재는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자유로운 국가로서의 미래에 대해 어느 때보다 더 확신을 갖게 만든다"면서 "우리는 EU회원국이 되기 위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엔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의 주요 국가 수장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한편 일부 유럽 국가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는데, 코소보 북부의 폭력 사태로 충돌을 빚은 세르비아와 코소보 정상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 당국이 억지로 세운 시장들을 사퇴시켜야 한다"며 "이는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 밝혔다.

반면 코소보 측은 세르비아 정부가 시위대의 불법 행위를 감싸고 있단 입장이다. 비소아 오스마니 코소보 대통령은 "우리는 주권 국가인 코소보를 부정하는 세르비아의 태도에서 위협이 발생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면서 "부치치 대통령이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범죄 조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르비아 헌법은 지난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를 여전히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소보 북부엔 약 5만여 명의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코소보가 아닌 세르비아를 자신들의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 역시 이들에게 재정적·정치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 지역에서 세르비아계 시장들이 집단 사퇴하자 지난 4월 지방선거가 실시됐는데, 이로 인해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저조한 투표율 속에 알바니아계 시장들이 당선됐지만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29일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이 와중에 나토 평화유지군과 충돌하면서 약 30명의 평화유지군이 부상을 입었다.

코소보 정부는 세르비아 정부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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