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 후 위원장실로 향하는 도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휩싸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 명분에 문제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감사 거부의 이유로 "헌법 제97조에 따른 행정기관이 아닌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며, 국가공무원법 제17조 제2항에 따라 인사감사의 대상도 아니므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에 위원들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법 97조는 '행정기관' 외에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위해 대통령 소속 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행정기관이냐 아니냐를 떠나 선관위가 공무조직이 아니냔 지적이 가능하다.

또 전자정부법 제2조에 따르면 '행정기관'엔 "선관위의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도 포함된다"고 돼 있다. 한국 자유민주주의·대의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를 관장하는 최고위 기관인 선관위가 '행정기관'이 아니면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선관위의 주장대로 국가공무원법엔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의 명을 받아 국회사무총장, 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사무처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각각 실시한다"고 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설령 선관위가 고위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내부 감사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감사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혹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만을 근거로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할 수 있냔 문제가 있다.

오히려 감사원법에 따르면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법 제24조(감찰사항)엔 "공무원엔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돼 있다. 즉 선관위 소속 공무원은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렇듯 각종 법을 따져봤을 때, 이날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한 것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단 비판과 '셀프 감사 열외'를 시도하기에 급급했단 지적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감사원은 이날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거부에 대해 입장을 내고 "정당한 감사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 경고했다.

감사원은 "'국가공무원법 제17조'는 선관위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선관위는 감사원으로부터 인사업무에 대한 감사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또 "감사원법 제24조에서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를 제외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 등을 감찰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직무감찰의 예외로 인정한 기관 외의 기관인 선관위는 직무감찰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반박과 본지의 분석이 대체로 일치하는 모양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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