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학부모측 “교육방송의 편파성 대처해달라” 답답함 연일 호소
EBS측 “균형 잡기 위해 성소수자 문제점 방송 편성 깊이 고려하겠다”

EBS(교육방송)에서 진행하는 <까칠남녀> 프로그램에 대한 원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갈등을 풀어내겠다던 프로그램이 오히려 편파 방송을 통해서 동성애 장려와 남녀갈등만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까칠남녀> 폐지에 대한 목소리마저 커지고 있다.

EBS방송을 규탄하는 집회 또한 이례적으로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약칭 전학연) 및 개인·단체 참여자들은 EBS 사옥 앞에서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현재까지 8여 차례 ‘EBS 항의·규탄’ 모임을 가져왔다.

9일도 오전 11시부터 EBS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파주, 아산, 수원, 구리,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150여명가량의 학부모 등 개개인이 모여 EBS의 편파방송을 지적했다.

규탄 집회에 모인 인원들은 ▲<까칠남녀> 방송 즉각 중지 및 폐방 ▲공정성 위한 LGBT 폐해 방송 5부작 ▲최혜경 제작본부장 및 김민지 PD 해임 ▲EBS 장해랑 사장 공식사과 등을 요구했다.
 

9일 'EBS규탄 집회' 모습.
9일 'EBS규탄 집회' 모습.

이어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수신료 납부 거부 및 EBS 민영방송 전환을 위한 법적 조치, 교재 불매 등 EBS 퇴출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EBS측이 시청자의 요구에 상응하는 대처가 이루어질 때까지, ‘1인 시위’만 남더라도 계속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집회 당시 학부모들이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은 ‘믿고보던 교양방송에서 아이에게 보여주기 두려운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폐지를 요청한 시청자 대다수는 ‘이 프로그램이 공영 교육방송에 적절한 지’에 대해서 지적했다.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공영 교육방송이 여성우월주의적 시각과 동성애를 홍보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기폭제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 25일, 올해 1월 1일 방송된 ‘성 소수자 특집’이다. 성 소수자 등 젠더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풀겠다는 프로그램의 목적과 달리, ‘젠더 세뇌’ 교육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시 방송을 본 학부모는 “성소수자들이 교육방송에 교복을 입고 나왔다는 것은 명백히 학생들이 친근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하고, 학생들의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왜곡된 성문화 홍보방송이자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한사회를 위한 국민연대 한효관 대표는 “공익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EBS”라고 꼬집었다.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프로그램이 편향된 사고방식만을 홍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 시청자는 “폐해에 대한 언급 없이, 일부만 부각하며 편협한 사고관을 초래한다”며 “이는 공영 교육방송의 중립성 준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전학연측은 EBS가 주소비자층인 학부모의 의견을 묵살하다가, EBS사옥 로비에서 농성하자 그때에서야 8일 오후 2시에 대외협력국장과의 면담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면담 후 학부모측 참석자에 따르면, EBS측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몰랐는데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개인적으로는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폐방과 관련해서는 ‘자신에게는 권한이 없고 내부 심사를 거쳐야하는 만큼 답변드리기 힘들며, 요구한 사항 중 성 소수자 관련 문제점 방송 편성에 대해서는 깊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학부모측은 형식적인 발언일 뿐 제작 실무진과는 만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반영되는 것이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구리, 울산, 아산, 파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였음에도 학부모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EBS가 학부모들에 대해 단순히 극성인 사람들이 모였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집회 동안 EBS에서 따로 나온 EBS관계자는 없었으며, 건물은 사원증이 없으면 따로 드나들지는 못하도록 제한됐다.

한편 <까칠남녀>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성 소수자 특집 방송 당일부터만, 게시글이 4000건(200페이지)을 넘는다. 그 중 ‘폐지’를 포함한 게시글만 1800여건 가까이 됐다. 폐지를 반대한다며 ‘응원·지지’한다는 메시지도 존재했지만, ‘폐지’를 요청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까칠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페이지에서 또한 (특집 방송 당일부터) 500여건을 넘어서고 있다. 폐지 주장에 이어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을 벌일 때가 됐다”고 말하며 EBS에 실망을 표출하는 시청자가 다수였다.

 

EBS '까칠남녀' 시청자 게시판 캡처
EBS '까칠남녀' 시청자 게시판 캡처

<까칠남녀> 프로그램에서 ‘오이 바나나는 물론 참외로 자위를 했다’는 내용이 자막으로 버젓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자위’라는 단어가 금지어로 지정한 것은 부적절한 내용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그 장면을 목도했다는 학부모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성교육의 공론화 및 전문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성 관계·자위와 관련된 내용이 숨겨져서만은 안되며, 공론화하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필요성도 지적된다. 이에 대해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한데, 전문성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피해의식있는 편파적인 사람들이 이성적이지도 논리적이지 못한 토론을 통해 성급한 일반화를 내리는 느낌만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세금 축내지 말고 전문성 있는 방송을 기획하라”는 날선 비판도 보였다.

앞서, 장해랑 EBS 사장은 "성소수자와 동성애를 미화, 왜곡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성 인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던 것"이라며 "앞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사회적 인식과 바깥의 우려를 고려해서 더욱 거르고, 다듬고, 체크하겠다"라고 밝혔다.

주소비층인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가운데 EBS가 별 다른 대처없이 방송을 지속할 경우, 학부모들이 실제 ‘EBS 시청료철회, EBS 수신거부’로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학부모 및 시청자 다수의 반발이 커짐에 따라 EBS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