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은행돈을 쓰는 것만 해도 큰 혜택이 되었던 1960~70년대 논리
한국, 구시대 논리 갇혀 금융산업 경쟁력 세계 80위권으로 추락시켜 온 것
文대통령,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될 것을 막는다는 '은산분리' 완화 주장
청와대·정부·여당에 포진한 수구좌파적 세력 … 은산분리 완화에 여전히 부정적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대통령은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했다. 이로써 지난 18년 간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 하에 은행산업 발전을 규제해 온 은산분리가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을 50%까지 확대하자는 은행법개정안과 인터넷은행에 한해 34% 또는 50%까지 완화하자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태다. 이달 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금산분리 또는 은산분리는 대기업들의 투자기회는 많은 반면 자본력은 부족하고 자본시장도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은행돈을 쓰는 것만 해도 큰 혜택이 되었던 1960~70년대의 논리다. 그러나 지금은 갖은 규제와 성장률 둔화로 투자기회는 많지 않은 반면 대기업들은 자본력도 풍부하고 자본시장이 발달되어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은행보다는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스마트폰 같은 정보통신기술(IT) 혁명이 금융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혁신하고 있는 시대다. 정보통신기술 중심의 산업자본이 금융과 융합하면서 금융산업의 파괴적 혁신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의 패러다임, 즉 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판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데 한국은 구시대의 논리에 갇혀서 금융산업 경쟁력을 세계 80위권으로 추락시켜 온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은산융합, 더 나아가 금산융합을 해 오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소유한도가 미국 25% 일본 20% 유럽연합 50%로 되어 있지만 감독당국이 승인하면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일본을 예로 들면 소니뱅크는 소니파이낸셜홀딩스가 100%, 라쿠덴뱅크는 전자상거래업체 라구텐이 100%, 이온뱅크는 유퉁업체 이온그룹의 이온파이낸셜홀딩스가 100%, 세븐뱅크는 편의점체인 세븐일레븐이 3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알리바바그룹의 마이뱅크도 알리바바의 금융지주회사 앤트파이낸셜이 3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며 금융산업의 메기 역할을 넘어 금융의 판을 바꿔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알리바바그룹의 마이뱅크, 텐센트그룹의 위뱅크 등 네 개의 인터넷은행이 맹활약을 하고 있고 추가로 하나 더 인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중국이 대대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육성하고 있는 데는 포용금융이라는 중요한 금융이슈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맹활약으로 과거 금융계정이라고는 가져도 보지 못했던 농어민 영세자영업자 약 2억 명의 금융소외계층에게 중금리대출을 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포용성장정책이다. 

한국도 2금융권의 고금리대출이나 100%가 넘는 사금융을 써야 하는 5등급이하 저신용등급계층이 1750만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중금리의 포용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더욱 활성화하고 정확한 신용분석을 위해 빅데이터규제도 개혁해야 한다. 중국은 10만개의 빅데이터를 사용한 정확한 신용분석으로 갚을 수 없는 신청자들을 걸러낼 수 있어서 저신용계층 2억 명에게 중금리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100여개도 안되는, 빅데이터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의 데이터로 신용분석을 하니 저신용계층에 중금리대출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지금은 모바일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비대면거래매체를 통해 은행업무는 물론 증권 보험 카드 결제 등 전방위적인 금융업무를 하고 있는 시대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앤트파이낸셜은 마이뱅크 외에도 증권 보험 카드 심지어 신용분석까지 거느리고 있다. 전방위적인 모바일금융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해 알리바바그룹 시총은 삼성전자의 1.5배가 넘고 있다. 모바일금융의 특성은 국경도 없다는 것이다. 규제만 계속하다가는 한국금융은 도태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은산분리에서 더 나아가 금산분리 개혁도 하고 빅데이터 규제도 개혁해서 명실공히 금산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특히 문재인대통령은 1800년대 자동차를 먼저 발명하고도 당시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마부들 보다 빨리 달릴 수 없도록 자동차는 적기를 들고 앞서 가는 사람보다 늦게 가도록 규제했던 ‘적기조례’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독일에 내어준 사례를 언급하면서 규제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만시지탄이지만 반가운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년 간의 소득주도성장이 고용참사와 분배악화를 초래하는 등 참담한 실패로 끝나자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변화로 보인다. 혁신성장은 기업투자와 그에 따른 생산성 증가로 가능한 성장이어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친화적인 규제혁파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은산분리 완화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고 향후 규제를 혁신해야 할 리스트가 30여개이며 차후 하나씩 성과를 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언급을 하고 있다는 보도여서 더욱 기대된다.

그러나 문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도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첫째로 여전히 기업을 규제의 대상이고 더 받아내어야만 할 분배의 대상으로만 보는 수구좌파적 인식이 강한 세력들이 청와대 정부 여당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탈한국러시로 해외투자는 연간 4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데도 계속적으로 기업규제정책만을 밀어붙이고 있는 일부 장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36%가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들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들은 특히 문재인정부의 탄생에 일정부분 기여한 지지층들이다. 문재인대통령이 이들 지지층들의 반발을 어떻게 정면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노무현대통령도 우군의 반대에도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인 적이 있다.

둘째로 기득권의 반발이다. 규제개혁에는 반드시 새로운 혁신의 판으로 올라서는데 반대하며 기존의 판에서 이익을 지속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기득권의 반발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원격의료의 경우 기존 의료계의 반발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수년 째 시험운영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간 3조원씩 초중고 대학 유학비를 쓰고 심지어 눈물겨운 기러기아빠가 여전하고 사교육이 만연한 것은 국내 공교육제도가 부실하기 때문이지만 교육개혁은 교육기득권층의 반발로 언급도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대통령이 규제혁파를 주장할수록 기득권의 반발은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이러한 기득권의 저항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명박정부에서는 규제의 전봇대를 빼겠다고 했고 박근혜정부도 손톱밑 가시를 뽑겠다고 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혁신성장으로 성공하는 정부, 성공하는 한국경제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지지층과 기득권의 반발을 돌파하고 규제개혁을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대통령의 굳건한 의지와 추진력에 달려 있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글로벌코인평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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