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정부정책과 시장이 부딪치는 파열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가장 큰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곳이 노동시장이다. 먼저 최저임금이 16.4%나 급등하자 여기저기서 난리다. 임금인상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세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은 고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벌써부터 고용이 줄고 있어 일자리창출은 30만 개 이하로 떨어지고 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은 밑으로부터 임금을 끌어올리는 파급효과가 있어 대기업들도 전전긍긍이다. 벌써부터 설비투자 위축으로 금년도 한국의 성장률은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보다 낮을 전망이다. 생산비용이 올라가자 각종 가격들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임금상승형 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기는 가라앉는데 임금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일단 발생하면 가장 치유가 어럽고 치유과정에서 피해가 가장 큰 경제문제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는 더 추락하게 된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부작용 곳곳에서 속출

최저임금 16.4% 인상이 전체임금을 9% 정도 상승시켜 물가를 0.5% 포인트 상승시키고 27만 개의 일자리를 앗아가서 소득주도성장론 주장처럼 민간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소비를 0.2%포인트 줄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용불안이 커지면서 비정규직 고용자와 실업자가 늘어 정규직 고용자와의 임금격차가 커지면서 소득분배도 악화된다. 임금이 시장에서 노동수요과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높게 결정한 결과다. 실업증가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재정으로 2조 9천억원 지원한다고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다. 5년 동안 최대 28조원이 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재정부담도 문제다. 서울 등 일부지자체에서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도 도입하고 있다.

필요한 인원을 기업이 알아서 채용해야 하는데 공공기관은 무조건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청년의무채용비율을 3%에서 금년부터는 5%로 늘린다. 공공기관 구조개혁은 물건너 간 셈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소속 공공기관 합해 600조원 넘는 부채는 누가 갚을 것인지 기약이 없다.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비정규직제로 정책도 큰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정규직 교사들 반발도 만만치 않고 신규교사 임용준비생들의 혼란도 적지 않다. 일을 한만큼 생산성에 비례해서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어렵사리 도입되어 가던 성과연봉제는 폐지하고 정년은 연장한다고 하니 생산성과 무관한 연공급으로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로 인한 신규고용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채용도 아예 블라인드로 한다.

부동산-금융 가격기능 규제도 많은 부작용 초래

부동산정책 관련해서도 분양가상한제 전월세상한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전월세상한제는 부동산시장의 가격기능을 규제하겠다는 발상이다. 노무현정부시절인 2007년에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후 상한선 이하 가격으로 소형아파트 공급하면 손해가 나는 건설업체들이 소형아파트를 공급하지 않고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만 공급해 건설공기가 지난 2009년부터 중대형미분양 중소형전월세 대란을 촉발시켰던 경험이 있다. 전월세상한제도 전월세 공급량을 줄일 우려도 있다. 가격규제정책이 가져오는 결과다.

금융관련 정부개입도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증가하자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금융상품의 가격인 카드수수료를 낮추겠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은행점포 폐쇄를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자는 법안도 거론되고 있고 최근에는 부쩍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연이어 거론되고 있다. 노조 대표 사외이사를 내세워 근로자가 직접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주장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근로자가 경영이사회가 아닌 감독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1990년대 개혁으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최고금리를 자꾸만 낮추어 그 금리로는 대출이 힘든 저신용자들을 100%가 넘는 초고금리의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암호화폐를 정부는 규제일변도로 강공정책만 주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주장하면서 기술혁신이 불가능한 국가가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대주주과 그 특수관계인은 아무리 지분이 많아도 3% 밖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주주평등주의를 거스르면서 기업의 경영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5년간 정부의 임금지원을 받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조달청과 지자체의 공공조달 규모를 확대하고 공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해 제한적으로 필요한 지원정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면 경쟁력 있던 동종기업들의 추락으로 경제전반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게 된다. 서울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좋다는 학습교재를 일선 초중등학교에 배포해 학습까지 시키고 있다.

국가만능주의 재정위기 초래, 시장기능 존중해야 혁신성장 가능

일자리는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공공부문에서 81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공무원 17만 명, 공공기관 64만 명을 늘린다고 한다. 공무원은 199만 명, 공공기관직원은 35만 명 정도다. 공공기관 직원이 35만 명인데 어떻게 거의 두 배에 가까운 64만 명을 더 고용할 수 있나. 공공기관 민영화가 아니라 민간기업의 공영화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국가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할 포퓰리즘의 유혹이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해 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 결과는 재정파탄 뿐이다. 국민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다 해 주겠다는 공약으로 장기집권했던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수상은 결국 그리스를 재정위기로 몰고 갔다. 한 때 3만 달러 까지 갔던 그리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18,000 달러대로 추락했다. 타산지석의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다.

시장이란 무엇인가.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과 산출량이 결정되는 조정매카니즘이다. 가격의 자동조정에 의해 생산양식까지 결정된다. 이 조정매카니즘을 거부하면 결국은 재앙 뿐이라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물론 가격조정기능이 만능은 아니다. 시장의 힘에 의해 균형가격이 결정되더라도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그 실업을 조정하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정치인과 국민 모두가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국가만능주의 유혹에 빠지서는 안된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역임한 하바드대의 로버르 라이시 교수는 ‘국가의 일’이라는 역저에서 국가가 하는 일은 우수 인재 양성과 사회간접자본 공급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오늘날 미국의 눈부신 혁신성장 배경에는 이러한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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