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한 민경우대표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한 민경우대표

운동권 청산이 선거판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런데 청산해야 할 것은 운동권 정치만이 아니다. 운동권 언론도 청산해야 한다. 

어제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민경우 <시민단체 길> 대표의 발언 보도를 보자.   

민 대표는 지난 10월 17일 <우리 사회 이성과 우상을 묻는다> 토크 콘서트에서 1920년대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의 양자역학 논쟁을 소개한다. 현대 양자역학이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이 궁극적으로는 물리학계의 세대교체를 통해 가능했다는 얘기다. 패러다임의 교체를 소개하면서 조크를 한마디 했고, 그것이 좋은 비유가 아님을 깨닫고 바로 그 자리에서 사과까지 했다. 청중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어제(28일) 비대위원 인선이 발표된 것은 11시쯤. 그런데 두 시간이 조금 지나 한겨레가 "[단독] 한동훈이 지명한 민경우 "노인들 빨리빨리 돌아가시라"라는 기사를 낸다.      

전후 맥락을 무시할 뿐 아니라 발언의 요지를 뒤틀어 낸 악의적인 보도다. "총선 앞두고 주요 지지층 반발 거셀 듯"이라고 소설까지 써가며 자신들의 소망을 기사로 바꿔치기한다.      

기자가 민 대표 발언의 원문이라도 읽고 기사를 썼는지 의문이다. 기초적인 문해력이 떨어지거나 기자의 탈을 쓴 양아치이거나 혹은 둘 다일 것이다. 과거 정동영 민주당 대선후보나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훼 발언과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한겨레에게 그런 차이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인선 발표 두 시간 만에 이런 기사를 낸 것을 보면 좌파 운동권이 최근 정치적 입지가 커진 민경우 대표를 죽이려고 준비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좌파 운동권 내부에서 민경우 대표가 보수 진영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때를 대비해 민 대표의 발언 등을 분석하고 있다는 전언이 여러 경로로 들려오기도 했다.     

한겨레의 보도 이후 경향, MBC 등 좌파 언론들이 민 대표를 물어뜯느라 정신이 없는 것을 보면 이것이 좌파 운동권과 좌파 언론의 합작품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정청래 의원조차 ‘쩌리’ 취급을 할 정도로 운동권의 핵심이었고, 그래서 운동권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 또 가장 준엄하게 운동권 청산을 외치는 전향자이다 보니 좌파 언론이 이렇게 경기를 일으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좌파 매체로 끝나지 않는다. 한겨레의 단독 보도 이후 30여 개의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썼는데, 대부분 한겨레와 비슷한 식이다. 앞뒤 문맥이나 발언의 요지는 관심이 없고 말꼬리만 잡기 바쁘다.     

운동권이 대표하는 모든 꼴불견, 즉 탐욕, 오만, 내로남불은 언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언론자유를 들이대면서 자신들은 무소불위로 누군가를 펜으로 마이크로 멋대로 괴롭히고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다. 앞뒤 따지지 않고 누군가를 몹쓸 놈으로 만든다. 피라냐나 하이에나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 약자로 찍히고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순간 모두 달려들어 뼛조각 하나라도 얻어먹으려 들이댄다. 책임은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다.     

이런 언론의 속성을 운동권은 지금까지 집요하게 이용해 왔다. 운동권 정치와 운동권 언론은 사실 한몸이다. 그래서 김대업을 내세우고, 검언유착 조작하고, 김만배 녹취록도 조작하고, 생태탕도 같이 끓였다.     

이런 짓들은 사실 운동권들이 학생회장 선거할 때부터 지겹도록 써먹던 수법들이기도 하다. 한겨레 같은 좌파 선동 매체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기자가 운동권 습성에 젖어있다.      

왜 정치권만 운동권이 청산돼야 하는가? 언론계를 장악하고 있는 운동권은 지금 대한민국의 위기에 책임이 없는지 묻고 싶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말조차 노인 폄하로 몰아가면서 누군가를 멋대로 조지고, 정치적 이익을 탐하고, 또 아무 문제 없이 그런 행위에 부역하는 운동권 언론을 청산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희망은 없다. 

<정철웅 KBS방송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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