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가격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경상남북도와 충청남북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매매가격이 2년 전 세입자와 계약한 전세 보증금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12일 부동산업계,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최근 지방 집값이 공급과잉으로 폭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쏟아낸 8.2-9.13 등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주택을 살 여유가 있는 다주택자들이 대출이나 세금 등에서 불리해져 집 구매를 꺼리고 있는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으로 공급과 수요라는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공급이 많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실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건설에 들어갔던 신규 아파트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차례로 완공되면서 분양이 크게 증가했다. 경상남도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연평균 최대 2만 가구에 불과했던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작년에 4만여 가구로 2배 이상 급증했고 올해 입주물량도 3만7000여 가구에 달하고 내년 역시 3만5000여 가구의 입주가 대기중이어서 집값을 떨어뜨리는 물량 증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충청남도도 2015년까지 입주물량이 연평균 최대 1만2000가구에 그쳤지만 2016년에는 2배가 넘는 2만2500가구로 준공이 늘어났고 작년에는 2만4500가구, 올해 2만6000가구로 증가하는 추세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집들을 많이 짓기 시작했고 지금이 그 물량이 완공되는 시기"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일부 대출과 세금 부분에서 다주택자들을 압박하면서 지금 지방 집값 폭락에  일부 영향을 줬을 수도 있지만 지방 집값 폭락의 주된 요인이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무조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방 집값이 폭락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그동안 많이 올랐던 집값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는 현상으로 정부가 손 쓸 방법이 별로 없다"며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그동안의 행보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정책을 내놓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지방 집값만 잡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호 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제한하거나 집을 살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를 제한하는 정부의 정책이 있는 한 부동산시장은 공급과 수요를 시장에 맡기는 자유로운 시장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지방에서 발생한 주택 공급과잉 역시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볼 수 있다"고 일갈했다. 

실제 최악의 부동산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지방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았다. 지난 2003년부터 통계청이 측정하고 있는 주택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단 한번도 내린 적이 없는 이 지수가 문재인 정부에서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 집값이 폭락하는 현상은 수도권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폭락하는 것은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내년 이후에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주택시장도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8.2 부동산 대책과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인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1명에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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