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인질로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아버지가 “북한정권이 북한주민과 전 세계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차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북한정권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아들을 볼모와 인질로 이용했으며 TV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며 “이것이 바로 북한정권이 주민들과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제네바 정상회의는 유엔워치 등 20여개 국제 인권단체들이 공동주최한 국제인권회의다.

웜비어 씨는 “북한정권이 자신의 아들을 그같이 대했다면 자국민들과 전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 상상해 보라”며 “자신의 가족을 일 년 반 동안 인질로 잡고 있었던 북한정권은 지금 국제사회를 상대로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웜비어 씨는 또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선수와 예술단을 파견한다는 기사를 보고 아들을 대신해 그곳에 꼭 가야만 할 필요를 느꼈다”며 “발전한 나라이자 세계에 기여하는 나라인 한국은 북한주민들이 건설할 수 있는 나라의 좋은 사례다.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그런 일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에 2년 동안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는 “북한에는 아무런 자유가 없다”며 “북한에는 신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자유로운 투표의 자유, 여행의 자유, 기본적인 선택을 할 자유 등이 전혀 없으며 심지어 지금도 수십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와 노동교화소에서 아무 희망 없이 고통 받고 있다”고 했다.

케네스 배 씨는 “자신은 단지 2년 동안만 자유를 박탈당했지만 북한의 2500만 주민들은 지난 70년 동안 자유 없이 살고 있다”며 “북한에 억류됐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 채 기다리는 것이었다. 북한주민들이 국제사회가 자신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안다면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주민들을 위해 싸우고 있음을 북한주민들이 알 필요가 있기에 이 같은 정보가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09년 시작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는 그동안 탈북민들이 참석해 북한인권 실태를 증언했다. 지난해에는 북한의 대외보험총국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다 2004년 탈출한 탈북민 김광진 씨가 북한 김 씨 일가의 통치자금에 대해 증언했다. 이밖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호원으로 일했던 탈북민 이영국 씨, 북한 해외 노동자 출신의 탈북민 임일 씨와 탈북 대학생 박연미 씨,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비대원 출신의 탈북민 안명철 씨,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민 신동혁 씨, 정광일 씨, 강철환 씨,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 김주일 씨가 앞서 제네바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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