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재난지원금 추경보다 정책대전환이 먼저다
[오정근 칼럼] 재난지원금 추경보다 정책대전환이 먼저다
  •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프로필사진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20.08.26 09:51:43
  • 최종수정 2020.08.26 10:4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15 총선 앞두고 13.5조원의 재난지원금 살포했지만 반짝 효과에 지나지 않아
현금살포가 얼마나 GDP에 영향 미쳤는지 따져보는 재정승수는 0.22에 불과
경기침체로 세수 줄고 있는 상황서 국가재정은 역대 최악...국가재정위기 앞당겨
현금살포 아닌 법인세 인하, 규제혁파, 강성노조 불법행위 엄단 등으로 기업투자환경 개선시켜야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정부가 다시 2차 재난지원금과 동 재원조달을 위한 4차 추경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정부는 지난 4월 초에 전 가구에 대해 4인 가족기준 100만원씩의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12조 원에 달하는 2차 추경을 추진한 바 있다. 실제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13조 5천억 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4·15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현대판 고무신이라는 비판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반짝효과에 그치고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통계청이 8월 20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7.7%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 결과1차 지원금이 대거 저축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기한까지 정해두며 즉각 소비를 유도했지만 경제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가구들이 지원금으로 아낀 다른 소득으로 저축을 늘린 결과다. 결국 지원금을 기한 내 다 쓰더라도 다른 소득을 저축하면 전체가계소비는 늘지 않는 것이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했다는 것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처분가능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증가율이 그만큼 증가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원래 소비가 늘려면 이와 같은 단기소득이 아니라 안정적인 항상소득이 증가해야 한다. 가계는 소득이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때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이번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일수록 코로나19 사태에 소비 성향이 더 크게 낮아진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향후 경제 사정에 대한 불안감이 큰 계층에서 저축 성향이 더욱 강해진 셈이다. 소득분위별 평균소비성향 추이를 살펴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비성향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9.3%포인트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어서 2분위(-7.6%포인트)와 3분위(-5.2%포인트) 순으로 감소폭이 큰 반면 4분위는 1.3%포인트 증가하고 5분위는 1.3%포인트 감소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게 되는데, 재정지출을 1 늘릴 때 GDP가 얼마나 증가하느냐를 측정하는 지표를 '재정승수'라고 부른다. 재정지출에는 정부투자지출 소비지출 이전지출이 있는데 한국은행에 의하면 정부재정승수가 소비·투자는 0.68, 이전지출은 0.22로 추정했다. 정부가 1조 원으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거나 직접 소비를 하면 국내총생산이 6800억 원 늘어나지만, 재난지원금 같은 보조금으로 지급하면 2200억 원 밖에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세재정연구원도 정부 소비·투자의 재정승수를 0.86~0.92, 이전지출의 재정승수를 0.22로 추산했다. 이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정부가 지출하면 그 만큼 민간부문의 소비나 투자가 감소하는 밀어내기(구축)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재정학의 기본이론이다. 결국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살포가 소비증가를 통해 경제회복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거두어서 또는 세금을 더 거두기 힘든 경우에는 후대에 부담을 주는 빚을 내어서 지출을 하고자 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포퓰리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추가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면 이미 경기가 침체해 세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므로 대부분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년에 한국은 재정지출은 전례 없는 슈퍼예산 512조원에다 추경도 벌써 3차례나 편성해 59조원에 이르고 있는 반면 세수는 경기부진으로 적게 걷혀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2조 원 사상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GDP에 대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5.8%에 이르러 사상최대를 기록하며 유로존 회원국이 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수렴조건으로 위험수위로 간주되고 있는 –3%의 두 배 가까이 확대되고 있다. OECD 평균은 –0.3%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3차 추경까지 포함할 경우 사상최대규모인 840조 원에 이르러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금년말 43.5%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마지노선으로 간주되어 온 40% 선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2016년 말에 627조 원이었으므로 문재인정부 들어서만 213조 원이나 폭발적인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는 필자의 추정으로는 2014년에 이미 100%를 넘어서고 금년 말에는 12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로존 수렴조건인 60%를 넘어선 것은 물론 미국에서 위험수위로 간주해 ‘예산통제법’으로 통제하고 있는 100%를 크게 넘어서고 있는 위험수준이다. OECD 평균 국가부채비율은 83%로 한국은 OECD 평균보다 40%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이 정도의 위험수위애도 불구하고 계속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경우 재정위기를 앞당길 우려가 크다. 2011년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었던 남유럽의 경우 2008-9년 글로벌금융위기 이전 GDP에 대한 국가부채비율이 아일랜드는 20%, 스페인은 40%, 포르투갈은 60% 수준이었다. 그리스 이태리만 100%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9년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어면서 국가부채비율이 급증했다. 2010년에 그리스 140%, 이태리 120%, 포르투갈 아일랜드 90% 스페인 60% 수준까지 급등했다. GDP에 대한 재정적자비율도 2006~7년 중에는 그리스만 –5%를 넘어서고 있었을 뿐 나머지 국가들은 대부분 –3% 미만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9년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어면서 재정적자비율이 급격히 악화되어 2010년에는 모두 –7~-10%로 악화되고 아일랜드는 –3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 마침내 이들 남유럽국가들은 2011년에 일제히 재정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추락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재정사정은 실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위기를 계기로 절제 없이 적자국채를 발행하다가는 언제 재정위기가 닥칠지 예상하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선심성 현금살포 보다는 기업투자환경개선과 같은 정책대전환이다. 법인세 인하, 규제혁파, 최저임금 인상자제와 탄력적용, 주52시간 탄력적용, 강성노조 불법행위 엄단 등 기업투자환경만 개선되어도 많은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되어 가계의 안정적인 소득이 증가해 소비가 살아나서 영세소상공인들이 혜택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다수당의 힘을 등에 업고 내놓은 법안들을 보면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개정안 보험업법개정안 금융그룹통합감독법제정안, 실직자 해직자 사회활동가도 노조전임원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노동조합법개정안과 교원노조법개정안, 노동이사제 도입하자는 법안 등 규제일변도의 법안들 뿐이다. 리쇼어링과 한국판 뉴딜은 말 뿐이고 기업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법안들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다. 그러면서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적자국채를 발행해 현금을 살포하자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 지금은 재정을 최대한 알뜰하게 운용하면서 정책 대전환을 해야 할 때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