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천문학적 재정으로 경기 부양한다고 환영만 할 때 아냐
바이든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앞세워
전문가 "바이든은 공정무역주의자이자 보호무역주의자"
"트럼프 통상정책 절대적 지지 받아...민주당도 차별화 위해 더 센 보호무역할 수도"
美中갈등도 장밋빛 전망과 달리 더욱 심화될 가능성 있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대동소이하게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독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앞서 세계 경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발표한 1조9천억달러(약 2천1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으로 화색이 돌았다. 뉴욕 증시는 물론 주요국 증시가 동반 랠리를 이어갔고 수출 기업들은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주요 수출 국가인 한국 역시 통상 환경 개선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으리란 기대로 부풀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은 소비·투자 활성화에 따른 미국 내 수입 수요 증가로 이어져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도 경제에 관한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못지않게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통해 국내 제조업 지키기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산만 쓰겠다는 바이든의 공공 조달 방침은 명백히 세계무역기구(WTO) 정부 조달협정의 위배"라면서 "통상정책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의 충실한 계승자일 뿐 대척점에 서 있지 않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외국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어렵게 하는 규제 조치로 연간 6천억달러(약 661조원)에 달하는 정부 조달을 자국 기업에 집중하겠다는 목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약 44만대의 미 정부 공용차량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기로 했다. 미국 내에 전기차 생산 공장이 없는 현대차와 기아차로선 뼈아픈 일이었다.

이밖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사회기반시설 건설,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에서 약 4천억달러(약 442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서비스 구매도 공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제조업, 노조, 중산층 등 미국의 중추를 재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면서 "미래의 핵심 토대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바이든은 다자주의자도 자유무역주의자도 아니며, 공정무역주의자이자 보호무역주의자"라며 "미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는 법인세 28%에 페널티를 포함해 모두 30.8%의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통제에 실패하면서 대선에서 패배했으나 통상정책은 미국 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고 강조하며 "민주당 입장에서 결코 이를 포기할 수 없기에 바이든은 트럼프와 차별화하기 위해 더 센 보호무역주의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풀어 내수 소비 진작을 이끌어내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을 위해 철저하게 자국산을 고집하면 결과적으로 한국에 떨어질 떡고물은 미미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갈등도 국내 민간연구기관과 금융시장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허 교수는 "바이든이 내세우는 다자주의는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미국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 동맹과 공동전선을 구축하자는 것으로 우리 경제와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지명자와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 지명자는 앞서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을 최대의 적으로 규정하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중국을 아주 공격적으로 다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동맹국들과의 물 샐 틈 없는 공조 역시 강조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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