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디지털 위안이 기축통화가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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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1.05.04 15:41:10
  • 최종수정 2021.05.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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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최초로 본격적인 디지털 화폐 실험에 착수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4월 14일자)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이 4개의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즉 전자화폐의 시험 보급에 착수했다.i) 스웨덴을 비롯해서 디지털 화폐의 도입을 연구 중인 나라들은 여럿 있지만 본격적 시행에 착수한 나라는 중국이 처음이다. 

디지털 위안화의 출범과 더불어 전세계가 위안화의 기축 통화 가능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이다. 국제 자금 거래에서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구성에서도 미국 달러가 가장 많이 쓰인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덕분에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할 수 있었다. 중국 위안에게 기축통화의 자리를 뺏긴다면 미국의 위상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워싱턴 당국자들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출범에 큰 관심을 두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라는 사실이 매우 불편하다. 자국 수출입 거래의 80% 이상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데 국제 결제 시스템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중국은 언제든지 경제제재를 당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중국경제가 달러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길 원한다. 

그래서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의 국제화, 기축통화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이 그림은 중국 자신의 수출입거래에서 위안화가 쓰인 비율이다.  2020년에 15%으로서 85%는 달러 등 다른 통화들로 거래가 이뤄졌다. 게다가 그마저 2015년의 27%에 비해서 오히려 많이 줄었다.ii)

김정호 교수 제공.

전 세계의 국제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초라하다. 2021년 1월 전세계 국제거래에서 위안화 결제의 비율은 2.4% 이다. 1년전의 1.6%에 비해서 커지긴 했지만 38%인 미국 달러의 위상과는 비교가 안된다.iii)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구성에서도 위안화의 무력함이 드러난다.iv) 2020년 4분기 현재 세계 중앙은행들의 전체 외환보유고 중 59%는 미국 달러이다. 중국 위안은 2.3%로 유로,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에 이어 5위이다.

김정호 교수 제공.

중국으로서는 약이 오를만 하다. 2018년 현재 중국의 무역 거래규모는 4.6조 달러로서 세계 무역총액의 12.4%를 점한다. 세계 1위이다. 미국은 4.3조 달러, 11.5%로 오히려 중국보다 작다. 국제거래의 비중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 달러보다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더 적합하다. 하지만 실제 위안화의 위상은 초라하다.

왜 위안화는 기축통화가 되지 못한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최종 관리자인 중국 공산당을 믿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일국의 화폐가 국제 기축통화로 올라서려면 세계 사람들이 그 돈을 안심하고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돈의 발행과 유통이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환전도 자유로워야 한다. 중국 화폐, 위안화는 그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돈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외부에서는 알 방도가 없고 환전에도 제약이 심하다. 5만 달러까지는 자유롭게 송금이 허용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 조차 제한을 받고 있다. 누구라도 그런 돈을 재산으로 보유하기는 불안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 환율 측면에서 위안화가 강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거래에서 위안화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것은 그 같은 이유 때문으로 봐야 한다. 물론 약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다.

디지털 위안이 국제 기축통화로 올라서려면 기존 위안화의 약점 즉 통화관리의 불투명성과 심한자본 통제에 따르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여줘야 한다. 중국 당국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상 사람들은 기존 위안화보다 디지털 위안화이 보유를 더 꺼리게 될 것이다. 기존의 약점에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문제가 덧붙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위안을 거래하려면 인민은행에서 전자지갑을 내려 받아야 한다. 당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거래내역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누가 그런 돈으로 거래를 하고 싶어 하겠는가.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중국 디지털 위안은 암호화폐와 전혀 다르다. 설계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최소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완벽하게 익명성을 보장한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가 익명성을 보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중국 정부도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한 디지털 위안의 국제 기축통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차라리 종이 돈이 더 낫다. 아마 중국인들도 할 수만 있다면 중국 전자 화폐가 아니라 미국 달러를 보유하고 싶어할 것이다.

반복하지만, 일국의 화폐가 기축통화로 받아들여지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 돈을 보유하고 싶어해야 한다. 위안화는 아무리 디지털 화폐로 전환한다고 해도 국제 기축통화가 되기 어렵다. 중국 공산당이 현재 같은 방식으로 화폐를 관리하는 한…

미국도 디지털 달러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23일자 미하원청문회에서 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그 방향에 대해서 힌트를 준다.v)

“우리는 중국처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지 않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시간을 두고 신중하고 상세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디지털 달러도 테러나 범죄 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 때문에 완벽한 익명성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프라이버시에 관한 기존 법률들이 디지털 달러에 대해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중국의 디지털 위안보다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통화량의 남발로 인해서 달러가치가 더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디지털 달러를 기축통화로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도 6월부터는 디지털 원화의 시험 사용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지금도 우리는 실질적으로 전자화폐를 쓰고 있다. 신용카드, 전자결제시스템 등이 실질적 전자화폐들이다. 디지털 화폐, 전자 화폐가 기존의 전자 결제 수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관리자가 민간이 아니라 정부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디지털 화폐를 잘 감시해야 한다. 그냥 방치한다면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내 재산을 실시간으로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법적, 정치적 장치를 요구해야 한다. 새로 생기는 전자 화폐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처럼 국민 감시용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i)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080594/travel-subsidies-party-fees-chinas-digital-currency-takes 
ii) https://www.marketwatch.com/story/will-chinas-new-digital-yuan-threaten-king-dollars-reign-11617743063 
iii)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2-18/yuan-s-popularity-for-cross-border-payments-hits-five-year-high?sref=9fHdl3GV 
iv) https://data.imf.org/?sk=E6A5F467-C14B-4AA8-9F6D-5A09EC4E62A4 
v) Treasury Sec. Yellen and Fed Chair Powell testify before Congress — 3/23/21. https://www.youtube.com/watch?v=Vf9AjSa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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