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가 취임 인사차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을 방문, 박병석 국회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돌려달라는 김기현 당대표 대행의 발언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소환됐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가 취임 인사차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을 방문, 박병석 국회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돌려달라는 김기현 당대표 대행의 발언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소환됐다. [사진=연합뉴스]

제1 야당의 당대표에 도전장을 내민 초선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당대표 되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모셔올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나가고 나서, 중도로의 외연 확장보다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지난 일요일 KBS TV에 출연, 김웅 의원이라고 딱히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초선이 당대표 못하라는 법 없다”면서 김 의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양측 교감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 쇄신을 주장하는 초선의 의원이 노회한 정치9단의 힘을 빌리겠다는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한 초선의원 김웅, “실력파 김종인을 다시 모시자”

김 의원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당대표 출마와 김종인 전 위원장 및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김 의원은 4‧7 재보선 승리의 이유로 “우리당이 이긴 것이 아니라 민심이 민주당을 밟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당에 대한 지지가 높아서 이긴 거라면 ‘당에 대한 지지율도 60%까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당대표 도전을 밝히며 “당대표에 선출되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반드시 모셔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당대표 도전을 밝히며 “당대표에 선출되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반드시 모셔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김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해 “그만한 실력을 가진 분이 없기 때문에, 당대표가 된다면 반드시 모시고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호감도가 70%였던 국민의힘을 이렇게 바꿔놨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감사도 없이 ‘다시는 안 모시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쫓아냈다시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사회자가 “마지막 날 비대위에서 ‘다시 모실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거는 잘하겠다는 뜻 아니에요?”라고 질문하자 “나가는 사람한테 ‘다시는 들어오지 마라’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이 섭섭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나간다고 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박수를 쳐주는 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예의범절에 안 맞다는 말도 덧붙였다.

법사위원장이 ‘장물’이라는 김기현 원내대표 발언, 김종인 ‘비하인드 스토리’ 끌어내

그러나 김 의원의 ‘김종인 재추대론’은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도마 위에 올렸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장물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도로 찾아올 것’이라는 발언을 하고,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반박하는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이 소환됐다.

김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무 개시 첫날인 지난 3일부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여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돌려 달라고 요청하는 등 강경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김 대표 대행은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장물’에 비유하며 “장물을 돌려주는 건 권리가 아니고 의무가 있을 뿐”이라고 여당을 압박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서로 오랫동안 관습법이었던 운영의 기본 룰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중재를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몽니’라고 비판하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지키겠다”고 맞섰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법사위원장 자리를 ‘장물’에 빗대면서 몽니를 부리며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법사위원장은 1998년부터 계속 야당한테 주어졌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국회의장을 하고,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해서 하나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상임위원장과 법사위원장까지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지난 3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이재정 의원은 김 대표대행의 ‘장물’ 발언을 ‘협박성 발언’이라고 폄하했다. 이 의원은 “장물이라는 발언으로 국회수준을 떨어뜨렸다”며 “법사위 아니면 안 돼, 하면서 나머지 상임위를 다 팽개친 건 야당”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주호영 원내대표가 야당 몫 7개 상임위원장 거절?

여당이 상임위를 전부 독식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통합당의 주호영 원내대표가 상임위 배분을 놓고 여당이 제안한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거절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 아니면, 여당이 18석 모두 가져가서 마음껏 해 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여야는 21대 첫 원구성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그 결과 민주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가져갔다.

당시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상임위원장을 하고 싶어하는 3선 이상의 의원들에게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김기현 당대표 대행의 ‘법사위원장 반환 요구’와 관련, 21대 국회 1기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는 권리도 없고, 의무도 없다"고 비판하며 김종인 전 위원장을 언급했다.

김영진 의원은 지난 3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중 민주당 11개, 국민의힘 7개 협상안을 받지 않은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21대 국회 첫 원구성 협상에서 총선 민의를 반영해 원구성 협상을 했고 의석수인 174대103의 비율에 맞게 11대7로 협상하고 여·야 원내대표 간 실질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증유의 코로나 경제위기의 급박한 국면에서 신속하게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21대 국회는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책임 있게 운영하고, 야당은 예결위·정무위·국토위 등 알짜 상임위를 통해 견제와 균형, 협치의 국회를 만들어가는 방향에서 합의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 “노회한 김종인이 야당몫 상임위원장 걷어차”...김종인 반응 없어 진위여부 확인 안돼

김 의원은 "그런데 국회 운영에 별 관심이 없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최종적인 반대로 마지막에 무산되고 18개 상임위를 여당이 다 책임지라고 하는, 무책임한 국민의힘의 정치공세에 더 이상 국회를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선출하게 됐다"며 "국민의힘이 11대7의 합리적이고, 실질적으로 합의된 협상안을 걷어찬 것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독선적인 벼랑 끝 정치전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주호영 원내대표의 배웅을 받고 있다. 김웅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많이 외로웠을 것이라고 CBS 라디오에서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주호영 원내대표의 배웅을 받고 있다. 김웅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많이 외로웠을 것이라고 CBS 라디오에서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그렇게 한 것은 여당을 독선과 일방통행을 하는 집단으로 정치프레임을 만들고 정쟁을 지속하는 것이 협상을 통한 국회 구성, 코로나 위기 극복보다 정치적으로 국민의힘에 유리하다는 노회한 노정객의 고루한 책략이라는 것을 몰랐겠나"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당시 김 전 위원장의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 내 합리적인 협상파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페이스북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주 원내대표는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여당에게 넘긴 결정에 대해 억울한 누명을 쓴 셈이 된다.

김영진 의원이 공개한 비하인드 스토리의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대표하겠다는 초선의원이 굳이 떠난 ‘노정객’ 모셔온다고?

무엇보다도 김 의원의 주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국회 운영에 별 관심이 없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라는 평가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자기 정치 말고는 아무 것에도 관심 없고,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다.

심지어 4‧7 보궐선거를 압승으로 이끌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민주당이 너무 못해서 어부지리로 당선된 것일 뿐, 김 전 위원장이 잘한 것은 없다’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반면 ‘끝까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압박해서 오세훈 후보를 승리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하는 의원들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떠난 노회한 정객을 다시 국민의힘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 쇄신을 외치며 초선의원으로 당대표에 도전한 김웅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되면 반드시 김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오겠다”는 발언은 당내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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