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밀어붙이는 김부겸...기업들은 '모호한 처벌 기준' 불안감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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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1.05.18 16:43:43
  • 최종수정 2021.05.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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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정부가 노조에 힘을 싣고 나섰다. 기업들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경우에 처벌대상인 되는 건지 모호해 중대재해법이 언제든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법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를 보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8일 최근 평택항과 울산 조선소, 당진 제철소 등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들을 언급하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되지만, 정작 정부는 시행령에서 실제 처벌을 누가 받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두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 2조에서 법적인 처벌 대상으로 두고 있는 '경영책임자'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곧 법적인 처벌대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를 통칭하는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법 적용 과정에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한 기업 특성상 경영책임자가 그룹 회장인지, 계열사 대표인지, 안전보건 분야 대표인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안전 문제를 총괄하는 대표를 새롭게 두어 실질적인 관리를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법원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사실상 책임이 없는 회사 대표가 중대재해 발생시 언제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나아가 안전을 총괄하는 대표가 마치 바지사장으로 보일 수 있어 기업들은 안전을 강화하는 대표를 따로 두어야 하는지도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에 대한 정의 자체마저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법률에서는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 중 한 가지를 야기한 재해이며,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 결함을 원인으로 발행한 재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선 '급성중독'에 대한 중증도의 기준도 없을 뿐더러 '특정 원료'도 그 범위가 정해져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최근 법원은 주 52시간 미만으로 근무했어도 스트레스가 심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을 경우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한다고 판결한 바 있어, 기업들은 질병에 대한 개인적 요인이 크더라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에선 급성중독으로 보기 어려운 만성질환(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 진폐, 소음성 난청, 직업성 암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직업성 발병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적정 규모'에 대한 모호함도 논란이다. 시행령에서 정부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안전 및 보건 전문인력을 '적정 규모'로 배치토록 했지만, 적정 규모가 무엇인지 명확한 설명은 빠져있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처벌 수위만 높인다고 해서 과연 현장 안전이 보장되는냐는 것이다. 지금도 산재가 생기면 사업주나 현장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고, 공사 수주 시에도 불이익을 주는 등 강화된 법이 있다. 이른바 '김용균법'이라는 산안법 개정안이다. 이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음에도 지난해 건설업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는 2.48명으로 전년(2.08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노동부는 노사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으로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확정지을 것이라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노사의 의견 차이가 극심해 입법예고는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노동계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본사 대표이사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며, 과로에 따른 사망자까지 중대재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 매우 포괄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경영계와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노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령 조항을 추상적인 표현으로 놔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안전 강화가 목적인 법이 언제든 기업들을 향한 소위 '걸리면 걸리는 법'이 될 수 있어 논란은 또 다른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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