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현재 미디어바우처법안의 문제점이 상당수 드러나 이대로 제정된다면 매우 우려된다. 미디어바우처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정 액수의 바우처를 지급하고, 국민들은 지급받은 바우처로 선호하는 언론사나 기사를 선택적으로 후원하는 제도다. 국민들이 각자 갖고 있는 바우처로 언론에 대한 선호도를 표시하면, 그 현황을 집계하고 통계를 내 정부광고비 집행 기준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주요내용이다. 정부광고 집행을 미디어바우처에 연동하는 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광고 자율권을 침해하고, 마이너스바우처는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집권당이 미디어바우처로 언론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바로잡겠다는 발상은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이미 허위ㆍ조작 보도에 대해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에 이어 기사 인기투표 형식의 <미디어바우처법>도 강행처리할 것으로 보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미디어바우처법 제도

미디어바우처법안은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외 21명에 의해 발의되었다. 미디어바우처법은 ‘국민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민참여 언론 평가제도)’과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개정안(이하 정부광고법 개정안)’으로 나뉜다. 이 두 법안을 아울러 ‘미디어바우처법’이라고 한다. ‘국민참여 언론 평가제도’란 국민들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언론에 제공할 수 있는 징표인 ‘미디어바우처’와 비선호 의사표시에 쓰이는 ‘마이너스바우처’를 지급하고 언론을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광고법 개정안’은 언론사마다 이 바우처의 최종 산정결과에 맞춰 다음해 정부 광고비를 배분하도록 했다. 미디어바우처 제도가 시행되면 일부 언론사가 정부 광고비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10대 일간지 정도 되는 큰 언론사들은 최대 0.5%(12억5000만 원), 그 이외의 언론사들은 최대 1%(25억 원)까지만 미디어바우처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광고비를 많이 받던 큰 언론사들의 광고 배분액이 대폭 줄어 정부 광고비 집행 지형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너스바우처 제도는 폐지되어야

현재 발의된 미디어바우처법의 가장 큰 문제는 비선호 언론사를 선택하는 마이너스 바우처 제도다. 마이너스바우처는 언론이 기존에 받은 미디어바우처 효과를 취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마이너스바우처 장치는 수용자로 하여금 혐오를 조장하거나 과장, 왜곡을 하는 기사를 쓰지 않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언론사나 언론인에 대해 어떤 집단이 담합하여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소지가 있다. 또한 미디어바우처 제도는 특정 언론에 마이너스바우처 운동이 벌어지는 등 정파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나아가 마이너스바우처 제도는 확증편향을 강화하여 국민을 편가르기할 우려도 있다.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호불호는 이미 바우처 지급을 통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이너스바우처 제도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정부 광고비 연계는 문제 있어

정부의 언론 광고비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판단할 문제이다. 공공기관이 광고비를 책정할 때에는 광고목적을 고려하고 광고효과 등을 분석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광고는 지표를 설정하고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 미디어바우처를 통한 후원의사 표시는 언론의 선호도에 대한 지표이지 광고매체로서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미디어바우처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현재의 언론 생태계가 거대 언론의 기득권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 유가 부수는 광고비 단가와 정부의 광고비를 각 언론사에 배정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런데 신문 유가 부수를 인증하는 기관인 한국ABC협회에서 ‘부수 부풀리기’ 등으로 유가 부수 조작에 방조 내지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한국ABC협회의 신뢰성이 추락하여 이를 대체할 정부광고 기준으로 미디어바우처법을 발의한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미디어바우처로 언론 영향력을 평가하는 제도도 한국ABC협회의 유가 부수 조사와 같은 폐단이 발행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광고의 집행기준에 대한 개혁과 언론의 후원ㆍ육성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따라서 미디어바우처와 정부 광고비를 연계하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

미디어마우처 제도, 재원 확보가 중요

정부 예산으로 국민들이 건강한 언론을 지원한다면 미디어바우처는 언론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의 기술적 위기는 포털로 대표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기사 유통이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검색 저널리즘(search journalism)이 가장 발달한 나라 중의 하나다. 따라서 언론이 포털과 OTT, SNS 등에 종속된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바우처는 뉴스 이용자의 언론사 홈페이지 방문을 높여 미디어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우리 언론계는 포털의 독점체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미디어바우처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미디어바우처를 발급해 이를 건강한 언론에 후원한다면 언론사는 안정적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포털의 독점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계는 현재 발의된 미디어바우처법 내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언론계는 미디어바우처 제도가 언론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 목적이 언론의 지원 육성 투자의 개념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언론계는 미디어바우처와 정부광고를 연계하지 말고 별도로 미디어바우처 제도의 운영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려되는 미디어바우처법 강행처리

미디어바우처법은 새로 제정하는 법이라 공청회를 거쳐야하는 만큼 처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언론 영향력 평가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미디어바우처법을 강행처리할 분위기다. 집권당이 언론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바로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언론의 문제는 민주주의적 공론장에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바우처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선행 조건이 많다. 첫째, 언론사는 미디어바우처를 기부받기 위해 경영상의 투명성과 윤리강령 실천이 요구된다. 즉 신뢰도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수용자인 국민들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많은 국민들이 능동적인 수용자(active audience)가 될 수 있도록 미디어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 포털(portal)은 미디어바우처법을 실행할 수 있도록 뉴스 서비스 방식을 민주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미디어바우처 수급대상 언론사는 모두 포털에서 검색돼야 한다. 이러한 여건이 마련된 다음 미디어바우처의 목적, 재원, 사용주체와 후원대상, 사용방식 등에 대해 문제점을 해소한 후 미디어바우처법 제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과도하다고 지적받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언론중재법>에 이어 기사 인기투표 형식의 <미디어바우처법> 강행처리가 우려된다.

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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