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황폐화한 그리스 에비아 섬 위성사진 모습. [AFP=연합뉴스]

그리스 총리가 엄청난 규모의 산림을 황폐화한 산불 사태에 "수십 년 만에 겪은 최악의 생태계 재앙"이라며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12일(현지시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수일간 그리스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화재를 언급하며 "이것이 기후 위기다. 우리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사태를 겪는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 사례를 들어 이는 비단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닌, 지중해 또는 글로벌 차원의 이슈라면서 다른 국가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리스에서는 30년 만에 닥친 폭염과 맞물려 지난달 말부터 전국 곳곳에서 수백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

열흘 넘게 지속한 이번 화재로 이날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고 서울 면적(약 605㎢)의 1.7배인 1천㎢ 이상의 산림과 농지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번 화재는 대부분 사람이 고의로 불을 붙인 방화 또는 과실로 시작됐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기록적인 열파와 극심한 가뭄이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대 피해지역인 에비아섬과 펠레폰네소스 반도 등에서는 이날도 곳에 따라 화염이 맹위를 떨쳤으나 밤새 내린 비 덕분에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머지않아 사태가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다만, 화재 범위가 워낙 넓어 완전 진화까지는 시일이 다소 더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웃한 이탈리아도 최근 시칠리아와 칼라브리아, 캄파니아, 사르데냐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 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빈발해 소방당국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동부 도시 시라쿠사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8.8도까지 치솟으면서 유럽대륙의 역대 최고기온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기존 최고기온 기록은 1977년 7월 10일 그리스 아테네의 48도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승인을 받으면 44년 만에 대륙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인명피해도 속출해 11일 하루에만 시칠리아와 칼라브리아에서 3명이 사망했다. 지난 주 화재로부터 올리브 농장을 지키려다 숨진 칼라브리아 주민 2명을 포함해 희생자가 총 5명으로 늘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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