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국어시험?...윤석열 "반듯이는 똑바로 뜻" vs 이재명 “잘못 쓴게 아니라면 오월정신 모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도마 위에 오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광주 5·18 민주묘지 ‘방명록 논란’과 관련해 “반듯이가 제대로 쓴 것이라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지난 10일 광주 북구에 위치한 국립 5·18 민주묘지에 방문해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작성한 방명록 내용 중 ‘반듯이’라는 단어가 기존의 오월 정신이 ‘비뚤어졌다’는 함의를 가진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반듯이’가 잘못 쓴게 아니라면 더 문제”

이 후보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의 ‘반듯이’가 잘못 쓴게 아니라면 더 문제’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 게시글에서 이 후보는 “국힘의 대선후보가 오월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오월정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의미로 오월정신 모독”이라며 “5월정신을 반듯하게 세우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표기실수이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또 “군사반란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한 반국가세력 민정당의 후예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말하며 “이들과 그에 동조한 언론에 의해 오월정신은 왜곡당하고 폄훼당해 ‘반듯이 서’지 못했던 아픈 역사가 있었다”고 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주장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이경 부대변인의 발언에 윤 후보가 반박한 것을 재반박하기 위해 제기된 것이다. 이 부대변인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연습하고 갔을 텐데 한글도 모르다니 이젠 웃음도 안나온다. 민주당은 이 사람의 무지와 무능을 웃어 넘기면 안될 것”이라고 윤 후보 방명록과 관련해 쓴 바 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반듯이는) 호남 출신 동료들이 잘 쓰던 말”이라며 “반듯이라고 쓴 것은 반드시가 아니라 똑바로(라는 뜻)”라는 의미에서 사용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똑바로라는 의미면 오월 정신을 비뚤어져 있다고 본 것은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자 윤 후보는 “오월정신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헌법정신이고 통합의 정신”이라고 답했다.

즉, 윤 후보는 자신이 ‘맞춤법’을 틀린 것도 아니며, 이른바 '오월 정신'에 대해 곡해할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한 셈이다.

진중권 “비판할 걸 비판해야지 유치해서 더 못 봐주겠다”…”남총련에 경기동부연합에 용성총련 감성 못 봐주겠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 및 이 후보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게시했다. 특히 이 후보 캠프의 주요 지지 세력으로 꼽히는 ‘성남라인’ 경기동부연합과 용성총련에 대해서는 “저런 돌머리들이 캠프에 앉아 있으니 후져서 못 봐주겠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경기동부연합은 성남 및 용인 일대를 중심지로 하는 NL(민족해방)계열 운동권 정치집단이다. 용성총련(용인성남지구 총학생회연합)은 NL계 중에서도 특히 강경하기로 유명했던 학생운동 조직으로, 경기동부연합 내 핵심 세력으로 꼽힌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수형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리더격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방명록 문구 가지고 생트집을 잡는데 문법적으로, 내용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며 “비판할 걸 비판해야지 유치해서 더는 못 봐주겠다”고 밝혔다.

또 “김성회 대변인의 고질적 문제는 종종 괴벨스 논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라며 “이게 전체주의자들의 언어습관이다. 이 빌어먹을 어법은 어디서 배운건지”라고 윤 후보의 방명록 문구에 대한 민주당 측의 비판을 직격했다.

이는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이 “민주와 인권의 5월 정신은 잘 서 있다. 그런데 뭘 반듯하게 세우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발언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읽힌다.

이어 “하여간 그 동네 문화가 좀 이상하다. 애들 데려다가 소년공 옷 입혀놓고 생쇼를 하는 것 보고 아연실색했다”며 “독특한 감성이다. NL 컬트라고 해야 하나”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뒤이어 작성한 게시글에서 “차라리 탁현민이라도 데려오라”며 “남총련에 경기동부연합에 용성총련 감성 못 봐주겠다”고 이 후보 캠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한편 전북 고창 출신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4월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5·18 민주 묘지에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반듯이 지키겠다’는 표현을 사용했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홍 의원은 방명록에 “5월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를 받들어 개혁을 완성하고 민주주의를 반듯이 지키겠다”고 작성했다.

정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