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독립국가가 되는 데에는 중국의 해석이 필요 없다. 대만이 원하는 것은 ‘조겐프라이’(sorgenfrei·근심 걱정 없는)이지 ‘포겔프라이’(vogelfrei·새처럼 자유롭게)가 아니다”...중국의 핍박에서 풀려나고 말고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대만은 그 자체로 자유로운 독립국가임을 밝히는 기개가 넘치는 설명에 철학의 나라 독일이 감동하고 있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악마는 조롱을 견디지 못한다“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유명한 경구가 있다. 이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 중국 공산당의 ‘전랑외교’(戰狼外交)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대만(타이완)의 외교관이 독일에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駐)독일 대만 대표부의 셰쯔웨이(謝志偉) 대사(大使)는 현지의 월간지 ‘베회르덴 슈피겔’(Behörden Spiegel)의 2021년 12월호 인터뷰에서 양안관계와 대만의 입장과 관련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뒤 ”공산당의 기를 죽이고 그들보다 더 높아지는 유일한 방법은 약이 올라 펄펄 뛰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과 독일 간에는 외교 관계가 없어 셰 대사는 실제 대사가 아니나, 최근 1, 2년 전부터 해외 주재 대만 대표부의 대표들이 자신들의 명함에 직함을 ‘대사’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주재국에서도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다.

일찍이 2001년 대만의 텔레비전 드라마 ‘깡패 교수’(流氓教授)에 카메오로 출연한 바 있는 셰 대사는 동오대학(東吳大學) 독문과 교수 출신의 인사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탄생한 독일의 국립대학인 보훔대학에서 독일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DW같은 현지 매체에 자주 출연해 “중국은 종교의 자유, 개인의 자유가 없는 전체주의 국가”라면서 홍콩·위구르·티벳 편에 서겠다고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그가 ‘베회르덴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독일어로 괴테, 루터, 하이네를 인용하면서 중국을 거침없이 비판하자 대만인들은 중국의 전랑이 ‘깡패 교수’를 만났다면서 통쾌해 하고 있다. 

그는 〈골이 더욱 깊어진다〉(Der Graben wird immer tiefer)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대만은 경제가 번영하는 과학기술대국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IT·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둬 인텔·삼성과 자웅을 겨루는 세계 굴지의 반도체 업체 TSMC를 보유한 나라가 됐고 의료부문에서는 독자 개발한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곳은 바티칸시국밖에 없다면서 대만을 ‘유보트’(U-Boot)에 비유했다. 대만이 잠수함이라면 자신은 ‘지하(地下)의 대사’(Untergrund-Botschafter)라는 것이다.

독일 현지의 월간지 ‘베회르덴 슈피겔’(Behörden Spiegel)의 2021년 12월호 인터뷰 기사 〈골이 더욱 깊어진다〉(Der Graben wird immer tiefer)의 내용.
독일 현지의 월간지 ‘베회르덴 슈피겔’(Behörden Spiegel)의 2021년 12월호 인터뷰 기사 〈골이 더욱 깊어진다〉(Der Graben wird immer tiefer)의 내용.

중국이 대만을 통일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이 대만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압박하고 있어 대만과 중국 사이의 골이 대만해협보다 더 넓고 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내부의 정치 위기로부터 시선을 돌릴 구실을 찾아 무력 침공을 하는 상황을 대만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마당에 해협이 대만과 중국 사이를 갈라놓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초로 민선(民選) 총통이 선출된 1987년 이후 대만은 이미 민주화된 국가로 중국에 속한 나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다 건너 180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대륙은 대만을 ‘반란의 섬’으로 간주하고 도발적인 군사 연습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중공의 군사적 도발을 괴테와 슈베르트의 명작 《마왕》의 대목에 비유함으로써 중국이 군사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Ich liebe dich, mich reizt schone Gestalt, Und bist du nicht willig, so brauch ich Gewalt!
(너무나도 사랑스럽구나, 너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네가 나한데 오기 싫어하면 억지로 너를 데리고 가겠다)

지난 10월 첫째 주에 149대의 전투기로 대만 영공을 위협한 것을 비롯해 끊임없이 도발을 하며 대만의 숨통을 끊으려 시도하는 중국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셰 대사는 또 “독일·프랑스·영국이 남중국해에 함대를 보내는 데 대해 중국이 펄펄 뛰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세계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습관성이다. 그들의 어떠한 공격도 방어할 무장을 갖춰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셰 대사는 “그리고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si vis pacem, para bellum)는 라틴어 경구를 언급했다. 대만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TP) 가입을 선언하고 리투아니아의 관계 강화에 나서는 상황에서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차원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를 계속해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나라가 굴복해야 한다’는 중국의 ‘습관’은 깨져야 하고 중국의 분노를 다른 나라가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인리이 하인의 시(詩) 〈해변에 서 있는 처녀〉(Das Fräulein stand am Meere)를 인용했다. ”해가 진다고 장탄식을 할 필요는 없다. 앞에서 해가 지면 뒤에서 다시 태양이 떠오르게 마련“이라는 내용이다. 중국의 패권적 시위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은유다. 셰 대사는 중국으로서는 눈엣 가시다. 주독중국대사관은 그를 ‘대만 독립 분자’로 규정하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단지 ‘외교관’(Diplomat)이 되기 보다는 차라리 중국 시비를 거는 ‘문제 제기자’(Problemat)이 되겠다고 말했다. 

주(駐)독일 대만 대표부 셰쯔웨이(謝志偉) 대사.
주(駐)독일 대만 대표부 셰쯔웨이(謝志偉) 대사.

셰 대사의 발언 중 압권은 “대만이 독립국가가 되는 데에는 중국의 해석이 필요 없다. 대만이 원하는 것은 ‘조겐프라이’(sorgenfrei·근심 걱정 없는)이지 ‘포겔프라이’(vogelfrei·새처럼 자유롭게)가 아니다”라고 한 대목이다. ‘조겐프라이’는 직역하면 영혼이 자유로워 걱정과 우려가 없다는 의미인데 반해 ‘포겔프라이’는 새장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나는 새를 의미한다.  니체가 구사한 것으로 유명한 ‘포겔프라이’는, 새가 새장에 갇혀 노래 부르는 대신 자유롭게 날아야 한다는 뜻이지만, 원래 뜻은, 누구든 죽여도 되는, 즉 ‘법의 보호 밖에 있는 인간’이다. 다시 말해 새장, 곧 먹이가 제공되고 외부로부터 보호되는 곳에서 튀어나간 존재, 제약된 공동체에서 벗어나 제재를 받아도 되는 존재를 의미한다.

종교개혁가 루터에 대해 로마 교황청이 내린 중형의 명칭이 바로 ‘포겔프라이’이다. ‘포겔프라이’ 선고를 받은 루터는 프리드리히 제후의 도움으로 바르트부르크성(城)으로 피신했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다. 뉘앙스 차이가 분명한 ‘조겐프라이’와 ‘포겔프라이’를 들어 중국에 대한 대만의 입장을 표현한 셰 대사에게, 독일 잡지의 편집장은 놀라고 또 감동했다. 인위적으로 새장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사냥감이 될 수 있는 새가 아니라 근본적인 우려,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라는 ‘조겐프라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핍박에서 풀려나고 말고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대만은 그 자체로 자유로운 독립국가임을 밝히는 기개가 넘치는 설명이다. 독일 문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묘한 뉘앙스의 표현을 구사하며 조국의 입장을 밝힌 셰 대사에게 ‘베회르덴 슈피겔’의 편집장 페터 슬라마은 경탄했다. 그리고 독일인은 모자를 벗고 그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격찬했다. 

직업 외교관은 아니지만, 셰 대사는 날카로운 문학적 바늘이 돋힌 고슴도치, ‘깡패 교수’(流氓教授)의 면모로 공산당 늑대〔戰狼·전랑〕에 맞서고 있다. 사악한 중국 공산 정권에 대해서는 악마를 조롱하는 마르틴 루터의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는 식의 은유에 철학의 나라라는 독일이 감동하고 있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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