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에 제시한 안보 보장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러시아는 내년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구소련 지역들이 서방국가로 편입되는 걸 막겠다는 입장이었다. 러시아가 이번에 공개한 안보 보장안 목록에도 이를 위한 문구들이 포함됐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건넨 안보 보장안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주장한 내용들이 거의 그대로 담겼다. 

러시아는 안보 보장안에서 나토의 동진 중단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97년 5월 전까지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에는 러시아 동의없이 추가적인 병력과 무기를 배치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동유럽, 캅카스, 중앙아시아에서 나토군이 어떤 군사 활동도 해선 안 되며 서로의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 등의 공격용 무기 배치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런 요구는 유럽의 긴장 완화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당장 내일부터라도 스위스 제네바의 가능한 장소에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며 "우리 협상팀은 이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방러 중인 캐런 돈프리드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에게 공개된 요구 목록을 건넸다. 국가 간의 공식 외교채널로 주고받는 협의 내용을 한 쪽에서 이렇게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러시아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대부분 미국과 유럽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같은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도 일부는 수용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모든 나라가 외부 개입 없이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서 미국은 동맹과 협의할 것이고 이 원칙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CNN방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거부할 수밖에 없는 요구를 일부러 고집하다 끝내 거부당하면 이를 핑계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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