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에서 제3자인 기자가 임의 제출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증거능력 인정됐다"
檢,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 안 됐다'는 이유로 핵심 증거 인정 않기로 한 재판부에 강력 반발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대해 14일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재판부가 증거로 제출된 동양대 PC 등 이 사건 핵심 증거들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이 이뤄질 때 피의자의 참여권이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핵심 증거물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재판부가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조 전 장관 부부의 사건을 심리 중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영)는 지난해 12월24일 열린 공판에서 동양대 조교 A씨가 검찰에 임의제출한 PC(소위 ‘동양대 PC’)와 정경심 전 교수의 자산관리인으로서 정 교수의 증거 은닉을 도운 김경록 씨가 임의 제출한 PC(소위 ‘서재 PC’), 그리고 조전 장관의 아들의 PC에서 발견된 증거 모두에 대해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해당 증거물들을 검찰이 압수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인 정 전 교수 등의 참여를 보장해 줬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는 ‘피해자가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검찰에 임의 제출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취지의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6도348 참조)을 근거로 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 측 이의제기 서면을 받아 검토한 후 다시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으나 이번 공판 때 기존의 결정을바꾸지 않기로 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당시 검찰 측은 “피고인(정경심)은 자기가 사용한 적이 없다고까지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어떻게 피의자에게 통지하고 참여권을 보장해 줘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검찰은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편파적 결론을 내고, 이에 근거해 재판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해당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사건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며 “대법 판결이 재판부 결정과 같은 취지라면, 판결이 확정된 조범동·조권 씨사건 등에 대한 대법원 직권 심리나 파기환송이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 부부 사건에 제출된 증거물과 같은 증거물이 조 전 장관의 친척인 조범동 씨 등의 사건에도 동일하게 제출됐으나, 대법원이 이들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소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더블루K 사무실에) 두고 간 태블릿을 제3자인 기자가 가져가 검찰에 임의 제출했지만(JTBC 소속 김필준 기자가 입수해 조택수 기자가 이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대법원이 임의 제출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박근혜·최서원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오후에 예정된 증인신문에서 김경록 씨가 제출한 PC에서 나온 증거는 제시하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다.

재판부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기피신청 인용의 가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이웃 재판부에서 따로 열린다. 기피신청 인용의 가부가 결정될 때까지 해당 재판은 정지된다. 하지만 기피신청이 인용된 사례는 거의 없어, 향후 재판은 조 전 장관 부부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조 전 장관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에 대해 “(근거를) 밝히지 않으면, 검찰 스스로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서 기피신청권을 남용한 게 아닌가’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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