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제공

우리나라 가계의 빚(신용)이 지난해 134조원 이상 불어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천862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작년 4분기(10∼12월) 증가 폭이 3분기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등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주택거래가 줄고 각종 대출 규제와 함께 금리까지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62조1천억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2003년 이전 가계신용액은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사실상 최대 기록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등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경제 규모 확대, 부동산 가격 상승 등과 함께 가계신용 규모는 분기마다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 커지는 추세지만,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작년 한 해만 134조1천억원의 가계신용이 불어났다. 이 증가 폭은 2020년(127조3천억원)보다 클 뿐 아니라 최대 기록인 2016년의 139조4천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에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

4분기 3개월간 가계신용은 19조1천억원(1.0%) 늘었다. 같은 해 2분기(43조5천억원), 3분기(34조9천억원)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약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증가액(134조1천억원)도 3분기(161조2천억원)보다 줄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 등)을 뺀 가계대출 잔액은 4분기 말 현재 1천755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기록으로, 3분기 말(1천742조4천억원)보다 13조4천억원(0.8%) 늘었다. 하지만 증가 폭은 2분기(41조원), 3분기(34조7천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82조4천억원)은 3분기보다 13조4천억원 불었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73조4천억원)의 경우 한 분기 동안 변화가 없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주택 거래 둔화, 집단대출 취급 감소 등에 따라 3분기보다 축소됐다"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경우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잔액 수준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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