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2년 만에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중국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가 밝힌 대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확대될 경우, 점점 커지는 태양광 수요를 중국 업체들이 흡수하면서,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빚어질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LG전자는 지난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LG전자, “중국업체들과 차별화 노력했으나 시장 상황 녹록치 않아”

LG전자는 23일 태양광 패널 사업을 오는 6월 30일자로 종료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노력했으나, 물량 싸움이 치열하고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LG전자 태양광 패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대에 머물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해 왔다.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업체들이 국내 태양광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번 결정은 LG전자가 최근 수년간 강화해 온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이어서, LG전자 내부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LG의 태양광 철수 발표 직후, 주가가 오르는 등 반기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비중을 줄이는 국내 기업들의 위기 상황이 더욱 심화되는 현실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로 국내 중소업체 폐업 이어져...OCI, 한화솔루션도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 중단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되던 2015년부터 국내 중소업체들의 폐업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그나마 버티던 대기업들까지 속속 손을 떼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광 산업의 구조는 크게 4단계로 나뉜다.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업체,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을 생산업체, 잉곳으로 얇은 판을 만드는 웨이퍼 생산업체, 마지막 단계인 태양광 셀‧ 모듈(태양광 패널) 생산업체로 분류된다.

한국의 대표 태양광 기업인 OCI, 한화솔루션은 2020년 2월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 제품이 워낙 저가이다 보니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면서 실적 부진 상태가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OCI의 경우 군산공장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일부 라인을 반도체용 설비로 전환했다. 폴리실리콘 사업은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국의 대표 태양광 기업인 OCI 군산공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대표 태양광 기업인 OCI 군산공장. [사진=연합뉴스]

웅진에너지, 신성이엔지, SKC 등도 중국업체에 밀려 사업 철수 혹은 철수 검토

국내에서 유일하게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해 온 웅진에너지는 중국에 밀리며 사업이 부진해지자, 현재 관련 사업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핵심인 셀과 모듈에서까지 한국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철수함에 따라, 중국 기업의 잠식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태양광 셀·모듈 제조 기업인 신성이엔지는 충북 증평공장을 지난해 말 매각했으며, 이번에 철수를 결정한 LG전자 역시 셀·모듈 사업을 종료하는 것이다.

SKC는 2020년 4월 태양광 모듈을 보호하는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SKC 역시 당시 중국과의 경쟁 심화를 사업 철수 배경으로 밝힌 바 있다.

최근 급등한 ‘폴리실리콘’ 가격도 셀·모듈 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철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물량으로 밀어붙여 한국기업이 버티기 힘든 구조”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난해보다 3∼4배 오르며 사업 비용 부담이 커졌고, LG전자의 철수에도 결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무지막지하게 생산 능력을 확장해 가격 경쟁력과 물량으로 밀어붙이니 한국 기업들이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는 LG전자. [사진=연합뉴스]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는 LG전자. [사진=연합뉴스]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전기요금과 인건비, 자국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저가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의 태양광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태양광 사업 전체를 내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발전 단지에서 중국산 모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21.6%에서 2020년 35.8%, 지난해 상반기 기준 36.7%까지 늘었다. 반면 국산 모듈 비율은 2019년 78.4%에서 2020년 64.2%, 지난해 상반기 기준 63.2%로 감소했다.

중국 의존도 커지는 국내 태양광 산업...‘제2의 요소수 사태’ 가능성 커져

이처럼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면 중국 업체의 상황에 따라 국내 태양광 산업이 휘청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업체의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자, 자재를 확보하지 못한 국내 업체들은 일부 생산 라인 작동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격 경쟁력 때문에 국내 요소 생산을 중단해 요소수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국내 태양광 사업을 접게 되면 중국 의존도는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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