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포함해 인수위원들이 18일 오후 20대 대통령의 집무실 후보지로 검토 중인 외교부와 국방부 청사를 현장 답사했다.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19일 현장 답사를 한 뒤 오세훈 서울시장을 불러 3시간 동안 만났다. 용산 이전 영향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원의 현장 답사 결과 등 종합해 최종결론 내릴 예정

윤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파악한 두 청사의 장단점, 오 시장과의 논의내용, 여론의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20일 오전 11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집무실 이전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공약의 실현 여부 결정을 앞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이전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이전을 반대하거나, 하더라도 ‘조급하지 않게’ 민심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당선인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는 높이 평가된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만큼, 집무실 이전에 대한 당위성을 어느 정도 획득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민심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오후 국방부 청사를 방문하던 인수위원들의 버스를 용산 주민들이 ‘이전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가로막는 바람에,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도 ‘부정적인 민심’은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에서도 ‘청와대 이전’ 혹은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글은 48건이나 확인된다. 그 중에는 찬성하는 내용도 있지만,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집무실 이전과 관련된 청원 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의 참여를 이끌어낸 청원은 19일 오후 현재 14만 9839명이 동의한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만들고자, 국가 안전 중추인 국방부를 강압 이전하여, 국민의 혈세 수천억을 날리는 것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 내용.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 내용.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이 집무실 이전에 찬성, 이유는 풍수지리?

아이러니하게도 찬성하는 쪽은 문재인정부의 인사들로 확인되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국민과의 소통을 넓히고 거리감을 좁히자’는 취지로 광화문 집무실 이전을 구상했다. 다만 인수위원회가 없이 출범한 탓에 준비할 시간 부족을 이유로 들어, 취임 첫해인 2017년 계획을 수립하고 2018년 예산을 반영해서 2019년 이전을 완료하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광화문 대통령시대위원회'를 구성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위원장을 맡고, 승효상 건축가가 참여한다는 계획까지 세워졌다. 하지만 결국 불발되고 말았다.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에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유홍준 전 청장이 청와대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표한 ‘이전의 이유’가 흥미롭다. 당시 유 전 청장은 “관저의 불편한 점과 풍수상의 불길한 점 때문에 옮겨야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당시 풍수상의 근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수많은 풍수상의 근거가 있다”며 “근거가 있다면, 근거가 있는겁니다”라며 재차 풍수지리상의 이유를 강조했다.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보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19.1.4 [사진=연합뉴스]hkmpooh@yna.co.kr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보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19.1.4 [사진=연합뉴스]

당시 승효상 건축가 역시 “청와대는 목조 흉내 낸 짝퉁”이라며 “원래 일제 강점기에 총독 관사로 지어졌다는 점”을 이전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용산 이전도 검토할 만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익대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 역시 용산 이전을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유 교수는 “용산 이전을 신의 한 수”로 본다는 발언을 했다. 특히 “뷰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며 “(용산에) 왜 국방부장관이 앉아 있지?”라고 말했다.

특히 미군 부대가 이전하고 나서 용산 가족공원이 오픈하는 경우, 백악관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쪽에 내셔널몰 같은 기념관이 있고, 조금 올라간 언덕 위에 백악관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 견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국방부 이전 시 안보 공백 우려, 수천억원의 예산 낭비 지적도

하지만 용산으로의 이전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집무실이 옮겨올 경우, 국방부가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보 우려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국방부가 이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사다리차를 댈 수 없는 건물의 특성상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4시간 동안 계속 집기를 옮겨도 20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대통령이 국방부로 들어간다는 건 헛소리”라며,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청와대는 단순히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이 아니라, 국가 안전의 최후의 보루”라며, 윤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로 들어가게 된다면 “당장 대통령이 국가의 위기를 관리할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존 국방부가 이전하게 된다면 방호를 위한 시설 공사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기는 건 국가 대사이고, 그 중차대한 일을 ‘안 들어간다’는 말 한마디로 내질렀다”며 “두 달 후에 출범할 정권이 집 못 구해서 뛰어다니는 전세 난민 신세가 됐다”고 혹평했다.

국정에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일 따로 있다?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왔다.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CBS 라디오에서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당선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아마 다른 얘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고 짚은 뒤, “지금 국정에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게 뭔가 하는 걸, 다시 한 번 국민여론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기를 정해놓고 이렇게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경호나 보안 통신 등의 인프라를 볼 때는 “국방부청사가 광화문청사보다는 그런 여건이 훨씬 좋을 거다”고 본다면서도 “(개인이) 이사를 해서 간단한 인테리어를 하는 데도 보통 두달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전을 하더라도 시기 완급은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17일 CBS라디오에서 '이전을 하더라도 시기 완급은 조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17일 CBS라디오에서 '이전을 하더라도 시기 완급은 조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윤희숙 전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엄중한 코로나 상황, 경제 상황 속에서 인수위원회 팀의 대응 역량이 엄한 데 사용되는 것도 안타깝고, 얘기가 계속될수록 원래 ‘국민 속으로’의 취지가 퇴색된다”면서 특정 방식에 얽매여 조급증 내지 말고, 좋은 결과를 위해 숙고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재 (청와대) 건물을 증축하거나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용산 이전하면 ‘제왕적 권력’ 강화한다고?

이재오 전 의원은 좀더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7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풍수지리설외 무엇으로 해석하겠느냐?”고 했다. 이 고문은 “뜬금없이 왜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간다는 건지) 생각만 해도 화가 난다”면서, “군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국방부로 가면 ‘제왕적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이전할 때 얻어지는 이득에 비해 비용과 효율성의 손실이 더 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돼야 하는 상황에서, 당선인이 국정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에 출연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를 눈이 빠져라고 기다리던 국민들이 있다”며 ‘경제와 민생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중장기적으로는 검토해 볼 수는 있다면서도 지금은 일의 순서가 (그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이전이 “완전히 핵심을 벗어난 보여주기 이벤트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드시 공약을 지키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는 좋지만, 매일 코로나 확진자가 40~50만씩 쏟아지는 엄혹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청와대 이전 뉴스보다 당선인이 내놓을 국가비전을 더 듣고 싶어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의 이전과 함께 국방부의 이전에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이 시국에 꼭 옮겨야 하나?”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